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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Aug 11. 2021

삶은 달걀과 동심의 세계

언어유희 어록.



"아하하하하 엄마 저거 할아버지 대~머리 같아! 할아버지 대~머리!"


아침 식사 전 달걀을 삶아 식탁에 내 놓으니 5세 막내 아이가 뜬금없이 한 말입니다. 

이 말 한마디에 온 식구가 자지러지면서 웃기 시작해서 한참을 웃었습니다. 

이 아이의 외할아버지고 머리가 벗어졌고, 친할아버지도 벗어졌고, 

가까이 이곳 근처에 살고 계신 지인 할아버지도 머리가 벗어졌습니다.

아이의 시선에 할아버지는 모~두 대~머리! 라는 일반화 생긴 건 아닐까 생각이 되었습니다.

얼른 할아버지는 다 대머리는 아니라고 이야기 해줬지요 ㅎㅎ   

할머버지 머리는 대~머리!

아이의 말 한마디 덕분에 아침 식사 시간이 더욱 즐거웠습니다. 

그저 웃음을 가져다 주었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시선이 너무 신기하고 즐거운 데다 사랑스럽게 느껴졌으니까요. 

아이들의 표현은 참 가끔 너무 놀랍고 신기할 정도입니다. 

아이를 키워 본 부모님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되고, 

또 아이 하나 뿐 아니라, 여럿을 키우신 분들은 더욱더 잘 공감하실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첫째, 둘째도 고만 했을때 했던 말들이 참 귀엽고 사랑스러웠지만, 

막내인 셋째가 하는 한마디 한마디는 부모님 마음에 그 아이의 '어록'으로 남습니다. 

아이는 분명 자기의 성장 속도에 맞게 자라고 있는데, 

부모의 마음에는 마냥 어린 아기 같은 마음이 들고 이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하나 할 때마다 

신통방통한 마음이 생깁니다. 

이래서, 부모는 '고슴도치'라고 하나 봅니다 ^^  


오늘 이 삶은 달걀 이야기를 꺼낸 김에 막둥이가 남긴 몇가지 어록을 적어 보려고 합니다.  


1.어느날 거실 문을 열고 나와 밖에 의자에 앉아서 햇볕을 쬐고 있는 저에게  다가와 

주변을 폴짝폴짝거리면서 뛰더니 뜬금 묻습니다.


막둥이 : "엄마! 근데 나무는 어떠케 이러케 (손목에 힘을 빼고 흔들며) 흔들리는 거야?" 

엄   마 : "바람이 불면 흔들리는거야" 

막둥이 : "이러케? (손을 계속 흔들며) 흔들리는 거야? 이거 나무 손이야? 손? "

엄   마 : "으음 그냥 바람이 불면 나뭇잎이 가벼워서 흔들리는 거야~" 

막둥이 : "아~그러쿠나" 

아이의 눈에는 흔들리는 나뭇가지는 나무의 손 같이 느껴졌나 봅니다.  


2. 하루는 아침 일찍 일어나 집 주변을 몇 바퀴 돌고 들어 왔습니다. 

남편 말이 엄마가 나간 사이 일어나서 두 아들이 엄마를 한참 찾았답니다. 

"엄마~엄마? 어디 갔지? 엄마~~~?" 하면서 한 눈에 다 보이는 온 집안을 돌아다닙니다.


*세 남자의 대화: 

막둥이: "형아 ~ 엄마 어디갔지? " 

형아: "글쎄 우리 한번 생각해보자 엄마가 어디 갔을까??"

아빠 : "엄마 도망 갔어~" 

아이들 둘은 심각해졌답니다.  

엄마가 들어 오자마자 막둥이는 엄마를 보고서는 큰소리로 말하며 와락 안깁니다. 

"엄마아~~~ 어디 갔었어~~? 내가!!! 얼~~~ 마나 걱정했다고~~!"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  



3.막내는 음식을 먹을 때 형아 누나 몫을 톡톡히 챙깁니다. 그리고 꼭 같이 먹어야 합니다. 

뭐, 공범을 만드려는 속셈도 있습니다 ㅎㅎ 

테이블 위에 쿠키를 올려놓고, 형아 누나 몫을 따로 세어 둡니다. 

아빠가 지나가면서 쳐다 보자 

" 아빠~ ! 이거 먹지 마 형아 누나 꺼야" 하고 말합니다. 

아빠가 삐진척 슬퍼하는 모습을 보이자 

" 에이~ 갠차나~ 내가 액션 좀 해본 거야~!"합니다. 

우리 모두 벙쪄서 

"액션이 뭐야? "라고 묻자 아이는 

"응그건 레디 고! 하는 거야, 게임할 때 레디~ 고! " 

아이는 부모의 생각보다 훨씬 많이 자라 있습니다. ^^  


4. 하루는 피아노 뚜껑을 열고 앉아서 무언가를 연주하 듯 심각하게 손가락 두 개를 나란히 펴고 

건반을 누릅니다. 뒷모습은 이미 베토벤입니다 ㅎㅎ 

건반 몇 개를 누른 뒤 뒤를 돌아 엄마를 보면서 

"엄마! 나으 이런 모습 처음 보지?" 하곤 어깨를 으쓱! 하고 내려옵니다. 

(아니, 많이 봤어 ㅎㅎㅎ) 


5. 음식을 만들어서 식탁에 올려 놓자 하루는 뼈 때리는 말을 합니다.


"엄마~ 이거 맛 업떠! 이거 말고 하늘만큼 맛있는 거 해야지!! " 


또  하루는 평소 밥 먹을때 돌아다니면서 먹는 요 녀석이 꼼짝도 안 하고 앉아서 밥을 먹습니다.

배가 고팠던 모양입니다. 

칭찬을 마구 늘어놓자 아이는 한마디 합니다.


"그건! 내가 맛있어서 여기 앉아서 다 ~~~ 먹는거야 , 그러니까 다음에 또 이거 해줘"라고 말합니다.

아이는 입맛에 정직합니다.


조금 더 어렸을때 부터 말장난을 꽤 잘 했습니다. 

예를 들면, 

엄마 아빠가 이노무시키! 하고 장난하듯이 자주 이야기하는데, 

이 아이는 이 말을  "음료수치킨?" 이라고 받아들입니다. ㅎㅎ

이놈의 시키  ----> 음료수 치킨 

또 한 가지는 "하지 마, 하지마 " 하고 이야기하는 것에 

"아짐마 아자찌?" 하고 말입니다.

하지 마 하지 마 ----->아짐마아자찌 

누굴 닮았는지! 아마도 지애비 닮은 놈! 인 것 같습니다 ^^ 


<자식의 유형>

1. 말 잘 듣고 공부도 잘하는 놈  2. 말만 잘 듣고 공부 안 하는 놈 

3. 말도 안 듣고 공부도 안 하는 놈  4. 지 아비 닮은 놈!


워낙 언어유희를 즐기는 아이라 몇 가지가 더 있는데, 

요 며칠 기억력이 퇴화되었는지 기억이 안 나는군요.

부모니까 알아들을 수 있고, 부모니까 사랑스러워 보입니다. 

오늘은 막내 이야기로 포스팅 한가득 채웠네요. 

이 기록이 훗날 또 하나의 추억거리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  

우리도 자라면서 수많은 어록을 남겨왔을 겁니다.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분명 부모님들은 몇 가지를 기억하고 계실 거예요.

저희 어린 시절 삶의 역사의 한 페이지를요. 

부모님들 한번 생각해보세요 ~ 

우리 아이 어록 많이 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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