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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Dec 16. 2023

나 폐쇄 공포 있었네?

경험에 의한 경험



이번 여행의 목적은 주야장천 아이들 수영이었다.

수영에 목숨을 건 막내 요엘, 수영을 좋아하는 별과 다엘을 위해서 계획한 시간이었다.


물에 빠져 극심한 공포를 느낀 다음날(이전 글 참조) 다른 쪽 수영장으로 옮겼다. 삼 남매가 좀 더 즐겁게 놀 수 있도록  워터 파크 놀이시설이 있는 쪽으로 갔다. 1인 50 란드(한화 약 3,500원)를 내고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 하루만 놀기로 했다. 모처럼인데 나도 같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 5 식구 모두 이용료를 다 내고 들어갔다. 미끄럼틀이 3개인데 물이 폭포수처럼 들이붓는 기구도 있고, 아이들이 즐기기에는 좋아 보였다.


워낙 찬물을 안 좋아하지만 아이들과 놀 수 있는 시간이라는 생각에 일부러 들어갔다. 꼬불꼬불한 미끄럼틀이 3개가 있었는데, 두 개는 원통으로 감싸진 것이고,  한 개는 오픈되어 있는 미끄럼틀이었다. 삼 남매만 먼저 보내고 앉아서 지켜보다 합류했다. 막내 요엘은 내 손을 꼭 붙잡고 조금 무서워도 참으라며 일러주었다. 어제 물에 빠진 내가 약해 보였나 보다.                


"엄마, 이 주황색 미끄럼틀은 안이 좀 깜깜해요. 근데 조금만 참으면 밝아지니까 조금만 참아요."             


그 말을 듣는데 웃음이 피식 새어 나왔다.       


"응 알았어 무서워도 꼭 참을게."                


미끄럼틀 입구에서 물살에 몸을 맡기고 신나게 올라타 비명을 지르며 미끄럼틀 아래 출구까지 내려가는 아이들의 소리를 들으면서 되게 재밌나 보다 생각했다. 그렇게 내 차례가 되었고, 물살에 몸을 맡겨 미끄럼틀로 뛰어들었다. 길면 얼마나 길겠어, 무서우면 얼마나 무섭겠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웬걸, 물살은 생각보다 세지 않았고 내 체중에 그리 속도가 나질 않았다. 양손으로 물살에 의지에 미끄럼틀을 손으로 밀면서 힘을 조금씩 실었다. 그렇게 출구로 향하는 길은 생각보다 길었다.

이만하면 출구 빛이 보일 때가 됐는데 안 보인다. 그 순간 폐쇄 공포증 비슷한 게 찾아왔고 갑자기 어둡다는 생각에 공포감이 밀려왔다. 숨 쉬기가 곤란했다. 그리고 어제 물에 빠졌을 때가 떠올랐다. 빨리 이 좁은 공간을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좀 더 깊은 공포가 느껴질 무렵 일부러 소리를 질렀다.

               

"왜 이렇게 길어~ 언제 출구가 나오는 거야."


소리를 지르자 마자 빛이 얇게 새어 들어왔다.      

안도와 함께 출구로 빠져나왔다.                

밖에서 내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미끄럼틀 출구를 주시하는 삼 남매가 보였다.


"어머, 나 너무 무서웠어. 이거 왜 이렇게 길어."   

             

그러자, 삼 남매는 "맞아요. 길어요. 캄캄하죠."      


그리곤 무서워하는 내게 와서 요엘은 손을 꼭 잡아줬다.      

"엄마 괜찮아요? 거 봐요 내가 캄캄하고 무서우니까 조금 참으라고 했잖아요."



고소 공포증이 있다. 그 탓에 13년 전 남편과 대둔산 구름다리에 갔다가 두 걸음 떼고 뒤돌아 내려온 경험이 있다. 남편은 그 일화로 아직까지 나를 놀린다.

중고등 학교 때 학교를 가려면 육교를 건너야 했다. 육교를 건너 버스를 타야지만 학교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항상 그 육교를 건널 때마다 오금이 저렸다. 육교가 무너지면 어쩌나 싶은 마음에 늘 무서웠다. 심지어 잘 때 꿈에서마저 그 육교가 무너지는 꿈도 여러 번 꿨다. 이상한 건 그 육교에서 떨어졌어야 키가 컸는데, 늘 육교 손잡이에 매달려 떨어지지는 않은 채로 잠에서 깼다. 비슷한 꿈을 여러 번 꿨다.

뿐 아니라 63 빌딩, 남산타워, 아니 아파트 고층에서도 아래를 내려다보기 힘들다. 바이킹도 별로 안 좋아한다. 속도 울렁거려 싫지만, 마지못해 탔을 때는 배가 위로 올라가면 눈뜬 적이 거의 없다. 차라리 자이로드롭이 낫다.  아무튼,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일은 내게 공포심이 느껴진다.

쇼핑몰의 고층 에스컬레이터에서도 내려올 때 아래를 잘 쳐다보지 못한다. 꼭 에스컬레이터가 고장 나거나 위험 상황이 생겨 떨어지면 어쩌나 싶은 생각도 종종 든다. 그 공포심이라는 게 내가 안 가지려고 해서 안 가지고, 떨치려고 애쓴다고 해서 잘 떨쳐지지 않는 단점이 있다. 여러 번의 경험 끝에 내가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냥 받아들였다.


이번 미끄럼틀 경험을 통해서 폐쇄 공포증이 있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쩌면 전날의 물에 빠졌던 경험이 극화되었을 수도 있겠다 생각은 했다. 그러나 좁은 공간에 몸이 끼였거나 좁은 통로를 지났던 경험도 어렴풋이 기억 나는 것도 같다. 어떤 상황이었는지는 정확치는 않지만 나는 그런 느낌을 몹시 답답해했던 게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무섭긴 하지만 재밌다'는 말이 왜인지 좀 이상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런데 '힘들지만 재밌다', '어렵지만 재밌다'와 뭐가 다를까 싶다.

물론 감정이라는 차원에서 스스로 컨트롤이 안 되는 영역이기 때문에 딥 브레씽 한다고 해도 쉽게 떨쳐지는 감정이 아닌 걸 잘 안다. 경험을 해보니 내가 그렇다.

그런 상황에 가지 않는 게 최선일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다면 마인드 컨트롤 하면서 이겨내야 한다.

조금만 더 참아 보자는 라인을 만들어 놓고서 말이다.


무섭지만 육교에 올라 다녀야 했고, (그 구간에서는 늘 걸음은 좀 빨라졌다) 무섭고 좀 싫지만 친구들이 바이킹 타자고 하면 탔다. 에스컬레이터 무섭지만 계속 이용하고 있다. 물론 이런 공포증의 정도가 심한 사람은 어려울 거라는 걸 몰라서 하는 말은 아니다. 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다.

폐쇄 공포증을 느꼈다는 사실에 조금 놀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잠깐의 공포심은 이번 여행에서 자연으로부터 얻은 회복력에는 큰 파장을 일으키진 않았다. 그저 해프닝으로 끝났고, 내게는 글감이 되었다.


힘든 일도 어려운 일도 다 그렇게 하지 않나,

조금만 더 버텨보고, 조금 더 해내면서 말이다.


그냥 그런 거다. 삶에서 내게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을 글감으로 갖고, 매일의 경험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글로 풀어내면 된다. 그럼 또 쓰면서 정리가 된다. 그게 글쓰기의 매력이고, 나는 글 안에서 사색하고, 연결하고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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