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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Sep 22. 2021

상상이 주는 행복

행복이란 그런 순간





며칠 전 쌩쌩 달리는 차 안에서 조금 전 테이크 아웃 음식점에서 구입한 음식 봉지를 뜯었다. 4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달걀 창고에 다녀오는 길에 또 하필 점심시간이 걸렸다. ( 한 번에 15 더즌짜리 달걀을 사러 40분 간다. 이유는 저렴하기 때문) 혀가 얼얼할 정도로 매콤한 치킨 칠리 칩스와 멕시칸 랩을 한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기분 좋게 알싸한 맛을 즐기고 있었다. 한 낮 온도는 17도밖에 안 되는 봄이지만, 차 안에서 체감하는 온도는 이미 27도는 넘는 것 같았다. (며칠 사이로 벌써 한 낮 온도는 실제 27도가 되었다.) 언제부터인지 차 안에서 끼는 때우는 게 일상이 되었다. 장거리를 오가면서 없는 시간을 쪼개어 허기진 배를 채우는 일은 아이들에게 조차 익숙해져 버렸다.


"아.. 여행 가고 싶다."


직장 생활할 때나 간절히 기다렸던 주말은 없어진 지 오래였다. 언제부턴가 평인과 주말의 경계가 없이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살았고, 무너지는 경계는 늘 못마땅했다. 누가 등 떠민 것도 아닌데 혼자서 씩씩 거리며 열심히 살다가 녹다운될 것 같은 일상에는 만족감과 불만족 감이 동시에 찾아왔다. 최근 들어 주중에 해야 할 일들을 빡세게하고 주말에는 좀 쉬어야겠다며 경계를 만들었다. 억지로 만든 주말과 평일의 경계이지만 이대로 가다간 롱런하지 못할 것 같아 내린 특별 조치였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고작 달걀을 사러 달려갔다 오는 고속도로 위에서 시원한 카푸치노크루셔를 손에 들고 빨대로 들이키면서 주말의 여유를 만끽하는 이 시간이 행복했다.



 코로나로 여행은 이기적인 사람들이나 하는 따위로 전락했고, 인적 드문 곳 조차 가는 것도 두려워졌다. 솔직히 말하면 이제는 좀 가도 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코로나에 무뎌져 가는 것도 같다. 백신 접종도 2차까지 했겠다, 위드 코로나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사람들도 아니, 나도 작년에 비하면 경계가 많이 완화됐다. 외국에서 살면서도 늘 여행을 떠나고 싶다. 외곽지역 어딘가로 1박 2일만 놀러 가도 좋겠다. 아이들은 물놀이를 하고 행복에 겨워 꺅꺅거리면서 놀이를 한다. 그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내 행복은 세 배가 되는 모습을 둥실둥실 떠올려보며 혼자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한 손에는 달러 구트의 꿈 백화점 E-book을 들고 한 손에는 빨대 꽂은 크루셔카푸치노를 들고 조수석에 앉아  제대한 군대를 다시 갔다 왔다느니, 다시는 치르고 싶지 않은 시험을 또 봤다는 둥, 남이 꾼 악몽에 대한 흥미로운 꿈을 읽으면서 잠시 내가 꾼 꿈을 떠올려본다.   


행복하고 싶고 행복을 향해서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어봤자 밀려드는 건 행복감이 아니라 좌절감이다.

왜 나는 이만큼밖에 오지 못했을까,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왜 그렇게도 멀고 높기만 할까,

그저 소소한 삶에서 느끼는 지금 이 순간을 누릴 줄 아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행복을 누릴 자격도 얻는 법.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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