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고 싶지 않은 뜻밖의 새해 선물
1월 1일 아침부터 집안은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하나 없이 고요했다.
"전기 나갔네?"
"어? 당분간 로드셰딩 없댔는데?"
새해 첫날 받고 싶지 않은 두 가지 선물을 받았다. 한 가지는 '나이'이고, 다른 한 가지는 '정전'이었다. 새해선물 치고는 다이내믹한 선물이다. 순환 정전 시스템이 2023년 하루에도 4시간에서 10시간까지 지겹도록 돌아가다가 2023년 12월 약 한 달 동안 소강상태였다. 전기 걱정 없는 12월이었다. 잠정 중단 안내를 받고 얼마나 신났었는지 모른다. 오히려 "전기가 오늘은 안 나가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정전"은 남아공 살이에서 가장 평범하지만, 가장 불편한 이슈다. 지독하게 불편했던 2년 전, 11일의 정전 이후로 이틀은 처음이다. 이틀도 이렇게 불편한데 그때는 어떻게 살았는지 다시 떠올리려니 까마득하다.
나이도 정전도 둘 다 참 별로인데,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생각할 것을 만들어 준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노련함이 생긴다는 것이다.
나이 먹는 것은 육체가 늙는 것, 내 외모에 주름과 흰머리도 함께 늘어난다는 게 무엇보다 싫다.
"어머, 너 관리! 나이 들고 관리 안 하면 한 번에 훅 간다."
그렇잖아도 며칠 전 시어머니와의 페이스 톡에서 말을 듣고 몹시 우울하긴 했다. 적나라한 기미 주근깨와 주름, 내가 봐도 나이 들었다.
"어머, 엄마! 흰머리! 여기 옆에 2개!"
이제 남 일이 아니다.
그러나 나이가 먹을수록 경험도 생각의 폭도, 마음의 아량도 넓어진다면 싫지 만은 않은 것 같다. 나이 먹는다고 다 그런 게 아니라, 내가 어떻게 나를 가꾸어 가느냐가 관건이겠지만 말이다. 막을 수 없는 세월 이왕이면 멋지고, 성숙미 넘치게 늙고 싶다.
남아공에 살면서 이 없으면 잇몸의 삶을 살게 되는 상황에 자주 놓인다. 그럴 때마다 결핍을 해결하기 위한 좋은 수단을 계속해서 강구하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나의 첫 책 <삼 남매와 남아공 서바이벌> 에는 이런 이 없으면 잇몸으로의 기록이 많이 실려있다. 그런 경험을 통해서 나뿐 아니라 남편, 아이들도 결핍을 채우기 위한 애를 부단히 쓴다. 결핍을 해결하는 아이들의 모습과 나 자신을 보면서 기특하다 생각했고, 미소 지을 수 있었다.
가만 생각해 보면, 결핍은 불편하지만, 더 나은 것 혹은 그 구멍을 채워 넣을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생각하도록 만드는 촉매제가 된다.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 인생에 있어서 '결핍'은 적당량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결핍이 있으나,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지 않는다면 더 나은 결과를 가질 수 없다. 나는 누군가의 결핍과 필요를 채우도록 돕는 '촉매제'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고 싶다.
정전 탓이 이틀 꼬박 몹시 불편했다. 덕분에 있다가 난 자리 다시 한번 또 절실하게 느꼈고, 냉장고는 깨끗해졌다. 덕분에 지인 집에 오랜만에 가서 엉덩이도 좀 비벼 보았고, 삼겹살도 얻어먹었다. 늘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정전과 노트북을 사용할 수 없고, 와이 파이 사용 제한으로 인터넷 사용도 최소로 줄여야 했지만, 하나를 잃었을 땐 새로운 것을 얻게 되고, 이 길이 막히면 다른 길이 생기는 게 인생이라는 걸 생각하게 된다.
2024년도의 삶의 시작은 결핍으로 시작 됐다. 그리고 나는 결핍을 채우는 하나의 방법으로 계속해서 읽고 쓰기를 할 거다. 읽고, 생각하고, 기록하는 삶 이 모든 것이 내 삶과 연결되는 삶 2024년 기대해 본다.
LINK!
나의 2024년 One Word는 LINK! 연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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