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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Jan 04. 2024

나이와 정전의 공통점  

받고 싶지 않은 뜻밖의 새해 선물 



1월 1일 아침부터 집안은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하나 없이 고요했다. 


"전기 나갔네?" 

"어? 당분간 로드셰딩 없댔는데?" 


새해 첫날 받고 싶지 않은 두 가지 선물을 받았다. 한 가지는 '나이'이고,  다른 한 가지는 '정전'이었다.  새해선물 치고는 다이내믹한 선물이다. 순환 정전 시스템이 2023년 하루에도 4시간에서 10시간까지 지겹도록 돌아가다가 2023년 12월 약 한 달 동안 소강상태였다. 전기 걱정 없는 12월이었다. 잠정 중단 안내를 받고 얼마나 신났었는지 모른다. 오히려 "전기가 오늘은 안 나가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정전"은 남아공 살이에서 가장 평범하지만, 가장 불편한 이슈다. 지독하게 불편했던 2년 전, 11일의 정전 이후로 이틀은 처음이다. 이틀도 이렇게 불편한데 그때는 어떻게 살았는지 다시 떠올리려니 까마득하다.


나이도 정전도 둘 다 참 별로인데,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생각할 것을 만들어 준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노련함이 생긴다는 것이다.  

나이 먹는 것은 육체가 늙는 것, 내 외모에 주름과 흰머리도 함께 늘어난다는 게 무엇보다 싫다. 


 "어머, 너 관리! 나이 들고 관리 안 하면 한 번에 훅 간다."


그렇잖아도 며칠 전 시어머니와의 페이스 톡에서 말을 듣고 몹시 우울하긴 했다. 적나라한 기미 주근깨와 주름, 내가 봐도 나이 들었다. 


"어머, 엄마! 흰머리! 여기 옆에 2개!" 


이제 남 일이 아니다. 


그러나 나이가 먹을수록 경험도 생각의 폭도, 마음의 아량도 넓어진다면 싫지 만은 않은 것 같다. 나이 먹는다고 다 그런 게 아니라, 내가 어떻게 나를 가꾸어 가느냐가 관건이겠지만 말이다.  막을 수 없는 세월 이왕이면 멋지고, 성숙미 넘치게 늙고 싶다. 


남아공에 살면서 이 없으면 잇몸의 삶을 살게 되는 상황에 자주 놓인다. 그럴 때마다 결핍을 해결하기 위한 좋은 수단을 계속해서 강구하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나의 첫 책 <삼 남매와 남아공 서바이벌> 에는 이런 이 없으면 잇몸으로의 기록이 많이 실려있다. 그런 경험을 통해서 나뿐 아니라 남편, 아이들도 결핍을 채우기 위한 애를 부단히 쓴다. 결핍을 해결하는 아이들의 모습과 나 자신을 보면서 기특하다 생각했고, 미소 지을 수 있었다. 

가만 생각해 보면, 결핍은 불편하지만, 더 나은 것 혹은 그 구멍을 채워 넣을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생각하도록 만드는 촉매제가 된다.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 인생에 있어서 '결핍'은 적당량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결핍이 있으나,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지 않는다면 더 나은 결과를 가질 수 없다. 나는 누군가의 결핍과 필요를 채우도록 돕는 '촉매제'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고 싶다.  


정전 탓이 이틀 꼬박 몹시 불편했다. 덕분에 있다가 난 자리 다시 한번 또 절실하게 느꼈고, 냉장고는 깨끗해졌다. 덕분에 지인 집에 오랜만에 가서 엉덩이도 좀 비벼 보았고, 삼겹살도 얻어먹었다. 늘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정전과 노트북을 사용할 수 없고, 와이 파이 사용 제한으로 인터넷 사용도 최소로 줄여야 했지만, 하나를 잃었을 땐 새로운 것을 얻게 되고, 이 길이 막히면 다른 길이 생기는 게 인생이라는 걸 생각하게 된다. 


2024년도의 삶의 시작은 결핍으로 시작 됐다. 그리고 나는 결핍을 채우는 하나의 방법으로 계속해서 읽고 쓰기를 할 거다. 읽고, 생각하고, 기록하는 삶 이 모든 것이 내 삶과 연결되는 삶 2024년 기대해 본다. 


LINK! 

나의 2024년 One Word는 LINK! 연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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