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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Jan 14. 2024

대화로 채운 토요일

대화의 온도 



토요일 아침, 눈을 뜨니 7시 30분이다. 일부러 늦잠을 자려고 했던 건 아닌데, 8시가 다 되어가다니 눈을 비비고 다시 한번 더 시계를 확인했다. 루틴이고 뭐고, 속상한 아침이다. 그래도 잠이라도 푹 잤으니 오늘 하루는 덜 피곤할 것 같다. 

오늘 오전 10시에는  집 주인이 오기로 약속이 되어 있고, 10시 반에는 지인이 아이들을 맡긴다고 했었다. 오전에 운동도 하고 아침도 차려 아이들 밥을 먹어야 하니 부지런히 움직였다. 30분 워킹을 하고, 아침을 준비했다. 프라이팬을 물에 헹궈 전기 스토브 위에 올리고, 달걀 5개 풀었다. 팬에 물기가 사라졌는 지 확인한 후 기름을 한 바퀴 둘렀다.  계란 물에 소금  한 꼬집, 설탕 한 스푼, 우유를 반 컵 부었다. 열심히 거품기로 저어서 달걀을 풀어 준 뒤 파슬리를 조금 넣었다. 식빵을 계란 물에 푹 담궈 앞뒤로 적셔 줬다.  부들부들한 프렌치 토스트를 노릇하게 구워 접시에 내고, 옆에 휘핑크림을 가득 올렸다. 블루베리와 망고, 방울 토마토를 함께 접시에 내어 식탁에 올렸다. 남편과 나는 커피를, 아이들에게는 우유를 따라 주고 집 주인이 올까봐 서둘러 먹어치웠다. 아니나 다를까 반도 안 먹었는데 집주인이 왔다. 아이들은 먹다 말고 자기들 방으로 들어가고, 나는 얼른 주방을 정리했다. 주방 싱크대 아래에 물이새서 생긴 곰팡이 제거 탓이 집주인이 온 거라 빠르게 정리해야 했다. 

그 사이 다섯 아이들은 "고요속의 외침" 게임을 하느라 박장대소다. 시끄러운 음악을 귀에 꽂고 제대로 알아 듣지도 못하는 소리 맞추느라 애쓰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집 주인이 한 차례 주방 미니 공사를 마치고 가고 남편과 서둘러 다음날 사역지 갈 간식을 사러 나갔다. 세 곳이나 돌아다녀야 하고, 아이들끼리 집에 있으니 마음이 급했다. 한 시간 만에 바깥일을 마치고 바리바리 사야할 물건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물건을 사면서 아이들이 먹을 피자, 페페로니, 마르게리따도 각 한 판씩 샀다.  일곱명이서 삽시간에 싹 먹어 치웠다. 

한국 시간 저녁 9시까지 공저 1차 퇴고 글을 올려야 해서 마지막 점검을 하고 전송했다. 그리고 개인 저서  퇴고도 잠깐 했다. 

낮 2시 반(한국시간 밤 9시 30분)에 친구랑 줌 약속이 있었다. 한국와 남아공, 친구와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줌 밖에는 없다. 참 아쉬운 순간이다. 물론 이렇게라도 만날 수 있다니  좋은 세상이지만, 역시 "야! 나와!"를 할 수 없어서 아쉽기도 하다. 그냥 수다도 떨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현재 생각하는 것도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대화를 한 시간만 하기로 하고 만났는데, 두 시간을 꽉 채웠다. 그러고 나서도 뭔가 더 할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마음도 들었다. 또 다른 생각들도 머릿속에 있었는데 오늘은 이만하기로 했다. 

저녁을 해야 한다. 글 퇴고를 좀 더 해보려고 했더니, 시간이 벌써 저녁 5시가 되었다. 얼른 저녁 부터 해서 먹이고 다시 올라오려고 했다. 그 사이 지인이 아이들을 데리러 왔다. 아이들 밥 먹고 가면 바로 갈 줄 알았는데, 어쩌다 보니 수다판이 벌어졌다. 그렇게 아이들 데리러 와서 두 시간동안 또 대화를 나눴다. 사람이야기, 사는 이야기, 아이들 교육 이야기를 했다. 

기록하고 보니, 이번 토요일은 하루 종일 대화를 했다. 누군가와 대화하는 일은 상대방의 생각을 알 수 있어서 좋은 계기가 된다. 

하루에 두 사람을 온라인으로도 만났고, 오프라인으로도  만났다. 온라인 보다는 오프라인으로 만났을 때의 온도가 더 높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오늘은 그렇게 다르지 않게 느껴졌다. 갑자기 천둥, 번개에 우박까지 내렸던 그 시간에 나는 친구와 줌으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어찌나 세게 내려 치는지 귀가 따가울 정도였다. 대화에는 지장이 없었다. 약간의 귀찮은 요소이기도 했지만, 오히려 더 집중해서 듣게 만드는 매개체가 되었다. 상대의 온기가 상대적으로 느껴지는 온라인 만남이 못내  아쉽긴 하지만, 온라인으로 만나도 밀도 높게 대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의 태도와 마음에 따라  다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루의 마무리는 아이들과의 대화로 마무리 했다. 아이들과 왜 공부해야 하는지, 왜 책을 읽어야 하는 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제법 대화가 통하는 초등  두 명과 이제 중등이 되는 딸과의 대화가 요즘 할만하다. 공부 이야기에 이어서 "감정"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참 감사한 건 아이들은 엄마가 하는 이야기에 늘 귀를 쫑긋 세운다. 궁금한 점은 내게 질문하면서 대화를 이어나간다. 아이들의 궁금한 부분들을 듣고 대답해줄 때마다 엄마로서도, 어른으로서도 행복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내가 저 아이들 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무엇에 집중할까 생각해 본다. 

특별할 것 없는 토요일, 그러나 내게는 기억에 남을 만한 꽉찬 토요일이 되었다.  



[글로다짓기 66일 5줄 글쓰기 챌린지 7일차 제시어] 입니다. 

어제 뭐하셨어요?

어제 있었던 일을 자유롭게 기록하세요. 

단, 육하원칙에 맞추어서 기록해 봅니다.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왜? 에 맞추어서 기록해 봅니다. (순서는 상관없습니다.)

제목을 붙여주세요! <글을 다 쓰고 붙여도 됩니다> 

그리고 하루를 보내면서 들었던 생각으로 마무리 지어 보세요. 


매일 다양한 주제로 제시어를 드리고 있습니다. 

함께 글쓰는 우리 멤버들의 글을 매일 읽고 댓글을 달아드립니다. 

글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흐믓한 미소가 지어집니다. 

주말에도 글쓰기는 계속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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