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로다짓기 최주선 Apr 03. 2022

4월 1일 만우절 추억.  

그때를 추억하다. 



"나, 지방으로 이사가. 직장도 옮길 것 같고, 교회도 옮길 것 같아." 

몇 년도 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20대 중반이었던 것 같다. 친한 언니에게 4월 1일 만우절 기념으로 뻥을 쳤다. 그 당시에는 만우절 기념 거짓말을 하는 재미도 있었지만, 내가 그런 말을 하면 그 언니가 어떤 반응을 할지 몹시 궁금했다. 내 말을 듣자마자 눈물을 그렁거리며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는 통에 재밌게 웃고 끝나려던 거짓말 장난이 무거워졌다. 뒤늦게 사실을 밝히자 그런 거짓말을 치지도 말라며 나를 와락 안아줬던 언니 모습이 기억난다.  

몇 년이 지나 관계가 소원해지고 어떤 계기로 인해 지금까지 연락을 하지 않고 있지만, 나쁜 기억보다 좋은 기억이 더 많다. 한편으론 좋은 기억 속에 서운했던 기억의 파편이 곳곳에 찔려있는 기분도 든다. 


애니웨이. 

어제는 만우절이었다. 학창 시절에는 만우절만 되면 어떤 뻥을 칠지 고민을 했었다. 친구들과 단체로 선생님을 속이고 속아 넘어간 선생님의 얼굴을 보면서 낄낄거리며 웃음보를 터뜨렸다. 가족들에겐 어떤 뻥을 칠지 고민하다가 들킬만한 얕은 뻥을 쳐서 단번에 탄로가 난 적도 많았다. 사귀던 남자 친구에게 '우리 이제 그만 만나' 라며 맘에도 없는 뻥을 쳤다가 진짜로 그만 만날 뻔했던 에피소드도 있다. 반대로 친구들의 작당에 휘말려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좋아한다고 말했는데 큰일 날 뻔했던 적도 있었다. 그 사람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될 줄 모르고 던졌던 돌멩이가 내게 다시 화살로 돌아왔던 경험이었다. 한 번은 실제로 짝사랑했던 남자 사람 친구에게 "나 사실은 너 좋아해."라고 말했다가 만우절인지 모르고 진지하게 대응하는 모습에 "야! 오늘 만우절인데~ 너 진짠 줄 알았냐?" 라며 머쓱하게 얼른 수습을 했던 적도 있었다. 아... 옛날이여, 그저 기억 속의 에피소드다.  그렇게 추억 속에 쌓인 곳곳의 뻥들 덕분에 관계가 돈독해지기도 했고, 소원해지기도 했다. 지금은 어렴풋하게 기억에 남는 일이 되었다.

그저 끄적이다 보니 생각지도 못했던 조각이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오는 것 같다. 이래서 끄적임이 좋다. 


세월이 흐를수록 언제 그런 장난을 하면서 살았는지가 무색하게 시간이 간다. 오늘도 역시 만우절 인지도 몰랐다. 외국에 살게 되면서부터는 한국에서 챙겼던 기념일과는 무관하게 살아간다. 그저 오늘의 스케줄과 내 할 일에 급급하게 살아가는 것 같아 가끔은 서글프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뭐 그런 게 중요한가 싶다. 만우절이 중요한 날은 아니지만, 덕분에 다른 기념일까지 한번 되돌아보게 된다. 상술이든 아니든 서로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기념일에 기분을 한 번 내볼 수 있으면 소소하게 행복도 느끼는 것 같다.  

삶의 소소한 것들을 잘 들여다보면 소소함 속에서 찾을 수 있는 비범함이 있다. 그건, 아는 사람만 안다. 


 


작가의 이전글 쫄리고, 구리지만 괜찮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