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계점을 넘지 못한 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서 그림을 그렸다.

by 글로다짓기 최주선




나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아니다.

늘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인생을 살아왔고, 세상에는 나보다 잘난 사람 천지라는 사실에 기가 눌렸다.

나보다 예쁘고, 키 크고, 똑똑하고, 성격 좋고, 일 잘하고, 끼 많고, 관계의 기술마저 좋은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부러웠다.

노력.

이 두 글자의 무게는 평생 나를 따라다닌다.

남들보다 잘할 수 없으면 그만큼, 혹은 그 이상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 탓이다.

그렇게 노력해서 얻은 것에 대해서는 스스로 굉장한 자부심과 성취감을 갖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높은 잣대는 충분한 칭찬과 충분한 보상을 해주지 못하고 지나가게 만들기도 한다.


오늘은 조금 마음이 뒤숭숭한 날이다.

반복되는 실수, 도저히 해도 해도 인정받지 못하는 나를 보면서 울음이 봇물 터지 듯 터져버렸다.

참으려고 했는데 참아지지가 않았다.

삭히고 삭혔던 눈물은 엉뚱한 순간에 소리와 함께 터져버렸다.


"해가 뜨기 전 어두운 것처럼 지금이 바로 그때 일거야."

애써 토닥거려봐도 영 찜찜한 기분이 나아지질 않았다.


"그래, 지난번에도 그랬잖아. 지금 이렇게 힘든 시간을 딛고 일어나면 분명 점프업 되어 있을 거야.!"

스스로 다짐하면서 애써 마음을 달래 본다.


배우는 건 그만하고 싶어.

수영을 배우는 데 자유형이 안됐어. 그런데 여럿이 하는 거니까 배영으로 넘어가고 평영으로 넘아가고

학교 수업도 똑같아. 난 구구단을 떼지 못했는데 분수로 넘어가고 그 뒤로 난 그냥 앉아 있는 거야.

-나의 해방 일지 대사 중 -


나는 기초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초등학교 때부터 했다.

생일이 빠른 탓에 다른 친구들보다 1년 일찍 학교를 들어갔다. 어렸을 때부터 똑순이라고 불렸기 때문에 일찍 학교를 가도 잘할 거라고 생각했던 부모님의 생각은 어느 순간 나에게 짐이 되었다.

다른 시간보다 특히 수학 시간에 이해가 잘 안 됐고 어떤 단원부터는 점점 더 이해가 안 됐다.

잘해보려고 했지만 학교 진도에 맞춰서 풀어내야 하는 문제는 어려워서 도무지 잘 풀어지지가 않았다.

문제를 잡고 늘어져봐도 해결이 안 됐고, 해결이 안 된 채로 그다음, 그다음으로 넘어갔다.

결국 중학생이 되어서 수학 시간은 나에게 공포의 시간이 됐다.

사이코 패스 같았던 수학선생님은 틀리는 개수만큼 손바닥이 휘어질 정도로 회초리를 내리쳤다.

때론, 미친개 마냥 분노를 이기지 못해 학생들을 발로 차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경찰서에 아동 학대로 잡아 쳐 넣어도 시원치 못할 인간 말종인데, 당시에는 그 정도로는 처벌 대상이 되지도 않았다. 그저 친구들 사이에 미친개로 불릴 뿐이었다.

무튼, 그렇게 수포자가 되었다.


인생을 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곧 잘했다. 손이 빠르고, 습득력도 빨라서 늘 뭘 해도 중간은 했다.

지금도 뭔가를 배우고 익히면 중간은 한다. 금세 잘 익히기 때문에 주변에서도 인정을 받는다.

그러나, 때로는 중간을 하면서 그 이상을 넘지 못할 때마다 들었던 생각이 있다.


"나 기초가 제대로 안되어있나?"

이 생각은 내가 시작할 때 대충 했나를 시작으로 왜 이모냥밖에 안되는가까지 이어졌다.

분명 시작할 때 최선을 다했고, 열심히 해왔는데 왜 그럴까 하고 말이다.

단연 그 때문에 임계점을 못하는 건 아닐 텐데, 자꾸 생각이 그리로 돌아간다.

그 말인즉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고 싶다는 염원도 들어있어서가 아닐까,


뭔가를 배우고, 잘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욕심에서만 비롯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만한 열정과 노력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요 며칠 임계점을 넘지 못하고 있는 내가 너무 가련하고 안됐다.

화도 나고, 때려치우고 싶다가도 지금이 아니면 뛰어넘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걸 넘고 나면 나는 날개 달린 나비가 되어 있을 거다.


인생은 그런 거다.

계단.

한 계단 한 계단 열심히 걷다 보면 다리가 아프고, 너무 많이 걸어 올라가서 코끼리 다리만큼이나 무거워지더라도 뒤 돌아보면 엄청난 성장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겠지.


그래서 오늘 훌훌 털어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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