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대한 기억.

by 글로다짓기 최주선






와... 얘 눈 봐. 너는 진짜 눈이 백만 불이다. 눈이 예뻐!


KakaoTalk_20220527_212620111.jpg 아쉽게도 내 눈은 아니지만, 직접 그린 그림 첨부



어렸을 때부터 눈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속눈썹이 길고 쌍꺼풀이 선만 있었다. 그러던 쌍꺼풀이 시간이 지나면서 진해졌다. 눈이 크다. 쌍꺼풀이 예쁘다. 속눈썹이 길다 등의 말을 자주 들었다. 스스로 거울을 보면서도 내 몸 중에 맘에 드는 부위는 눈밖에 없었다. 작은 키도 싫고, 작은 손, 발도 싫었다. 둥근 얼굴도 싫고, 코도 좀 더 짧았으면 좋겠고, 입도 좀 컸으면 좋겠고.....

그냥 외모에 대한 자신이 없었다. 자연 쌍꺼풀인데 앞뒤 라인이 눈까지 연결이 안 돼서 가끔 나더러 쌍꺼풀 수술했다는 질문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자연산 맞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

나이가 들수록 눈이 작아지는 것 같다. 속눈썹도 많이 빠졌고, 눈도 좀 쳐지는 기분이다. 앞으로 나이가 더 들면 어렸을 때, 젊었을 때 모습은 점점 사라지겠지.



사람 눈을 자주 본다.

가족과도 익숙한 사람과도 아무 말 없이 서로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라는 지령을 받았던 적이 있다.

5초가 그렇게 긴 시간인지 몰랐다. 그 짧은 시간이 어찌나 뻘쭘한지 결국 참다못해 시선을 피한 적도 있다. 어떤 때에는 너무 민망해서 마주 보는 게 참 어렵지만, 눈이 예쁜 사람을 보면 자꾸 시선이 간다. 사람 눈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느끼게 된다. 내가 뭘 볼 줄 알아서가 아니라, 그냥 느낌이 있다. 사람의 선함이 보이고, 때론 악함도 보인다. 눈이 슬퍼 보이는 사람이 있고, 초점 자체가 풀어진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눈이 예뻐서 빨려 들어가는 사람도 있다.


남아공에서 살다 보니 다양한 국가의 사람을 만난다. 검정 눈동자, 갈색 눈동자, 초록 눈동자, 파란 눈동자, 노란 눈동자까지 만났다. 사람의 눈동자 색깔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지는 것도 참 신기하다.


남아공의 길에는 구걸하는 사람이 있다. 구걸하는 사람들의 눈을 종종 보게 되는데, 초점이 풀린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백발백중 마약을 먹고 시선이 풀린 사람이다. 구걸해서 얻는 돈을 밥이나 다른 것에 쓰는 게 아니라, 마약을 사 먹는 반복행동을 하는 사람 눈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사람의 감정과 상태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부분이 눈이다.

화가 나도 눈에 드러나고, 슬퍼도 눈에 드러난다.

기쁨도 눈에 보인다. 모든 감정과 건강 상태도 눈에 드러난다.


예쁜 눈 이야기로 시작해 글이 산으로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계속해서 적어본다.


오래전 알코올 중독으로 돌아가신 분이 생각난다. 내가 봤던 마지막 기억은 회색 눈알이었다. 사람이 정말 밥을 안 먹고 술만 먹으면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검정 눈동자가 갈색으로 바뀌었고, 갈색 눈동자는 회색으로 바뀌었다. 나는 그때 놀랐고 슬펐다. 그 돌아가신 분은 나의 큰 외삼촌이셨기 때문이다.

삼촌은 술을 끊겠다고 하시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다. 그때의 눈은 내 기억에서 잊히지 않는다.


사람이 눈만 예뻐도 매력적이다. 깨끗하고 선한 눈을 보면 사람이 아름다워 보인다. 첫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우면서 신생아의 눈동자를 봤을 때, 아직 어디를 보는지조차 모르겠을 초점 흐린 눈동자가 기억난다.

그리고 아기가 성장하면서 초점이 점점 또렷해질 때 맑고 까만 눈동자에 흰 눈알이 얼마나 예뻤는지 한참 쳐다봤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아이들의 눈을 종종 빤히 쳐다볼 때가 있다. 내 기억에는 가장 아름다웠던 눈과 가장 슬펐던 기억이 함께 남아있다.


나이가 들수록 내 눈이 점점 탁해지는 걸 본다.

눈이 탁해져도 마음만은 탁해지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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