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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Jun 20. 2022

누군가 내 꿈의 향수를 건드린다면,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공부는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할 때, 사회복지 안에서 여러 가지 직업군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매우 흥분했었다.

간호사가 꿈이었던 나는 의료계에서도 종사할 수 있다는 사실에 반짝거리는 꿈을 꿨다.

정신보건복지 쪽에도 관심이 많았고, 장애아동 특수교육에도 관심이 많았다.

덕분에 방학 때가 되면 일부러 공부 거리를 찾았다.

한국에서 알아주는 대구대학교를 각 시즌 별로 찾아가서 언어치료사 자격증 과정을 이수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기 위해 수업을 들었다.

놀이치료, 음악치료, 미술치료. 여러 분야와 치료를 접목시켜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는 게 너무 매력적 이어 보였다.

당시 나름 유명했던 조양호 언어치료 회관을 찾아가서 수업 참관도 했고,

대구대학 근처에서 고시원에 묵으면서 하루 종일 엉덩이에 쥐 나도록 수험생처럼 공부했다.

끝내 시험 볼 수 있는 자격을 다 갖추고 시험 봐서 합격만 하면 언어치료사 자격증을 딸 수 있었지만,

예기치 못한 계기로 시험날 아침, 시험장에 가지 못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내가 시험 보기를 만류했던 친구(들) 탓에 나는 시험 당일 시험장에 가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이없는 계기인데, 암튼 난 시험을 못 봤고, 그 뒤로 언어치료계와는 이별을 고했다.

그동안 쌓아놓은 나의 이수 시간을 훠이훠이 날아가버렸다.

당시 언어치료학회에 등록을 해놨던 터라 지금도 계속해서 메일이 날아온다.

학회의 여러 소식을 메일로 보내주지만 나는 읽지 않고 그냥 그대로 뒀다가 다른 스팸메일과 함께 휴지통으로 넣곤 했다.


최근에 영어 발성을 공부하면서 귀를 예민하게 만드는 중이다.

여러 사람의 소리를 듣고 , 내 소리도 점점 더 명확하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영어 소리도 좀 더 잘 들려서 원어민과 대화하거나 영어 영상을 볼 때 좀 더 수월해졌다.

또한 유튜브에서 새로운 Speech Therapy 유튜브 콘텐츠를 종종 보고 있다.

잉클이라는 분인데, 현재 공부하는 곳과는 조금 다른 관점도 있긴 하지만 도움이 돼서 종종 찾아보고 있다.

영어 발성과 공명에 관련된 콘텐츠인데, 좀 더 편안한 영어 발성 법에 대해서 강의를 해준다.


며칠 전, 우연히 인연이 된 분과 이야기를 나눌 일이 있었다.

그분은 다른 분들의 재능을 찾아주는 일을 한다고 했다.

나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에게 스피치 테라피스트 할 생각 없냐고 묻는 거다.

순간, 웬 스피치 테라피스트?라는 생각과 함께,

내가 무슨,

여기서? 어떻게? 뭘로? 지금 와서?

여러 생각이 스쳤다. 겉으로는 웃으면서 대화했지만, 머릿속은 복잡했다.

그러다가 뭐지? 스피치 테라피스트? 언어치료사? 내가 예전에 꿈꿨던 거?

스피치 테러피가 결국 언어치료 아닌가?라는 생각에 옛일이 떠올랐다.

그냥 처음에는 스피치 테라피스트 멋지지~ 이름만 들어도 참 멋지다 생각했다.

요즘에는 아나운서들이 스피치에 관한 강의 도 많이 하고, 유튜브만 해도 널렸다.

정보 홍수 시대를 넘어서 홍수가 아니라 쓰나미의 시대를 살고 있다.

키워드만 넣으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세상.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어떻게 찾아서 잘 활용하는가 이다.

한 때, 아나운서를 꿈꿨던 때도 있었다.

그를 위한 노력은 아주아주 쪼금, 볼펜을 물고 흉내 몇 번 해보고 잰말 놀이를 해본 게 전부다.


간장 공장 공장장은 강공장장이고 된장 공장 공장장은 장공장장이다

경찰청 철창살은 외철창살이고 검찰청 철창살은 쌍철창살이다.


나와 같은 연배 거나 내 나이 이상인 분들은 이 잰말놀이 안 해본 사람 거의 없을 것 같다. 한 때 유행했다.

가끔 기웃기웃 무료 특강도 들어보긴 했다.

그런데 그분에 나에게 말하는 스피치 세러피의 범주는 일반적인 것이 아니었다.


말문이 닫힌 사람, 더 좁게는 아이들을 위한 스피치 테라피 말이다.

닫힌 마음도 열고, 닫힌 말문도 열 수 있게 하는 역할이다.

말을 듣는 내내 이게 가능하기나 한 영역인지 나 스스로 계속 반문했다.

누군가가 나의 꿈을 정해주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그럴 때 있지 않은가,

누군가 잠자고 있던 내 꿈을 살짝 건드려주는 느낌. 

그래서 그곳에서 향내가 폴폴 올라오는 것처럼. 


대화가 끝나고 혼자 웹사이트에서 서칭을 하기 시작했다.

내 안에서도 놓아버렸던 이전의 끈을 다시 잡고 싶은 마음도 들었기 때문이다.

상담심리학을 공부할 때도 학위 졸업 후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사회복지, 상담심리, 보육교사 그리고 언어치료까지 다 연계되는 분야이긴 하다

이 영역이 쉽지 않다는 걸 너무 잘 안다.

학부 졸업 후 대학원, 유학까지 다녀온 사람들이 수두룩 빽빽인데,


지금 이 나이에 다 까먹은 내용들 다시 공부하려고 한다면 얼마나 막막할까,

그런데 또 마음이 기운다.

방법이 없진 않을 터.

내가 뭔가를 시작해도 누군가와 경쟁하려고 하는 목적은 아닐 거다.

고민에 빠진다.

기도하면서 그저 모든 만남과 길이 톡 밀면 톡 열리는 기대감으로 좀 더 꿈을 꿔본다.

꿈을 꿀 수 있다는 건 언제나 행복한 일이니까,

꿈으로 끝나도 괜찮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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