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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Mar 29. 2023

비비디바비디 부 말만 해도 이루어져

소원은 적는 거야!


얼마만의 쉼인가,

3월 30일 31일 이틀간 코칭이 없다. 그리고 주말이다. 휴일! 찐 휴일이다. 호 레이!

월화수목금금금이라는 말은 찐으로 나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평일도 바쁜데 주말은 더 바쁜 일상이다. 하루도 틈이 없이 바쁘게 살아도 신기하게도 틈은 있다. 짧지만 달콤한 휴식도 취할 수 있는 신기한 삶이다. 24시간이 모자라도록 바쁘다고 입 아프게 말하는 사람도 하루를 잘게 잘 쪼개보면 틈이 없을 수가 없다. 커피 한잔 오붓하게 마실 여유가 있고, 책 한 구절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여유가 있는 삶이다.  이건 사실 마음먹기 나름인데, 종일 나는 바빠 죽겠고 힘들어 죽겠고 기절할 것 같다는 말만 한다면 하루는 짜증으로 가득한 시간이 될게 분명하다. 이 법칙은 대체 어디서 흘러 들어왔는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실제로 그러하다. 뇌가 어떻게 생각하고 명령하는지에 따른 뇌과학 심리학이 만나서 풀어줄 수 있는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그런 개론학적인 말을 덧붙이지 않아도 경험이 증명해 준다.

덕분에 가능한 바쁜 일상도 즐겨보려고 하고 최선을 다해 살아보려고도 한다. 그래도 늘 온전한 휴식은 갈망하게 된다. 바빠보지 않으면 어디 온전한 휴식을 바랄 구멍이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도 또 감사를 부른다. 너무 무료해서 벽에 구멍이라도 낼 것 같은 심정으로도 지냈던 경험이 있는 터라 이런 바쁨에 깊이 감사한다. 정체성까지 흔들리는 저 바닥까지 내려갔다 와본 사람은 무슨 말을 하는지 금세 알아차릴 듯하다. 나는 쉽게 감동하고 매우 진심으로 감사를 잘하는 편인데 상황에 따라 나름대로의 이유와 합리적인 사유가 있지 않을까 늘 이해하려한다. 그게 내가 인생을 살면서 덜 피곤하게 살 수 있는 요령이다.



아무것도 안 하고 딱 2박 3일만 쉬었으면 좋겠다

정확히 3주 전 문득 생각에 이 말이 입 밖으로 툭 튀어나왔다. 가능하기나 할까 하루도 빠짐없이 빡빡하게 사는 데 언제 나한테 그런 시간이 생기나 싶었다. 오롯이 나만을 위한 동시에 나의 삼 남매와 남편에게 나의 여유로운 시간을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이런 마음이 들자마자 맘을 터놓고 일도 하고 개인사도 공유하는 가까운 모임 카톡에 내 마음 툭 던졌다.


그거 적어놔요. 나는 원하는 게 있으면 리스트에 적어요. 그럼 이루어지더라고요.


지인은 소원이 이루어질거라며 나에게 적어놓을 것을 권유했다. 지금까지 연초 혹은 원하는 일이 있을 때 버킷리스트에 적어 놓으면 언젠가는 이루어지는 경험을 했다는 거다. 왜 그런 말 있지 않은가 소원을 가시적인 장치로 걸었을 때 좀 더 시각화시켜 현실에 가깝게 만드는 작업말이다. 책이나 강의에서도 많이 들어본 내용이다. 나도 종종 원하는 게 있으면 적기도 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잡기도 하는데, 2박 3일 쉬었으면 좋겠다는 소원은 적을 생각 해본 적 없다. 그 말을 듣고 그래? 그럼 적어보지 뭐 마음을 먹고는 책상에 일하면서 끄적여 두었다. 따로 리스트 업은 하지 않고 말이다. 그런데 그런 말을 한 지 1주 후에 이번 달 말 코칭 없는 날 마침 아이들도 학기 방학에 들어가니 여행계획을 짤 수 있게 된 거다. 이게 웬 떡!

비비디바디 부 가 됐다.

어딜 가든 집 떠나면 돈이 들어가는 게 문제 이긴 한데, 매번 돈 돈 거리면서 쪼들려 살아보니, 그때 조금 아낀다고 해서 시간이 지나서도 그 돈이 남아 있는 게 아니라는 아주 비장한 비밀을 깨달았다. 고로, 나는 번 돈을 여행에 투자한다며 남편에게 큰소리쳤고 남편을 나를 믿고 카드로 벅 긁어 결제를 했다. 뭐 덧붙여 몇 가지 더 타당한 논리로 남편을 설득하긴 했다. 나는 지금 집 떠나 다른 공간에 온 것만으로 이미 차분해졌다. 기분이 좋아 붕 떠야 하는데 차분해지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묵직하게 이 시간을 누리고 싶은 마음인가 보다.

 

궂은 날씨지만 여전히 멋진 남아공의 고속도로 풍경


오늘도 여행 스케줄을 잡아 놓고 오전에 평일 사역이 있어서 다녀왔다. 사역지 다녀오자마자 부랴부랴 남은 짐을 챙겨서 아이들과 집을 빠져나왔다. 어디 한번 가려면 하나부터 열까지 내 손을 거치지 않고는 꼭 빈구멍이 생기기 마련이라 집을 비우는 날이 더 분주하다. 뭐 나뿐만이겠는가, 보통의 주부들이 다 그러할 게다. 그렇게 모든 짐을 다 차에 구겨 넣고 왔는데 역시 아무리 잘 챙겼어도 구멍은 있기 마련이다. 220v 충전해야 하는 연결 소켓을 1개만 가져와서 아주 생쇼 했다. 산골짜기 지역이라 그런가 와이파이가 안 된다.  데이터로 일을 해야 하는데 로딩이 1980년대 미치고 팔딱 뛸 상황이기는 하다. 이 문제 때문에 내가 이리도 차분해진건가. 여행 첫날은 마감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데이터를 충전해 쓸 수 있는 에그를 연결해 놓고 인내심 테스트를 하면서 글을 쓰는 중이다.



남은 날 동안 좀 재밌게 지내보려면 오늘 일을 다 끝내야 되는데 가능할 질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집을 떠나왔고 이곳에 있는 동안에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 사이사이의 남은 모든 시간은 책 읽기와 글쓰기에 몰입해보려 한다. 이보다 더 좋은 시간이 어딨을까,

이쯤 되고 보니, 지인 말처럼 적어서 이런 시간이 왔나 싶은 게 몇 가지 더 적어야겠다.


다음 소원은.

한국에 혈혈단신 한 달 다녀오기 적을까? 6월에  하하.


불멍 하면서 듣기 좋은 재즈를 틀어놓고 이 생각 저 생각하다 무념무상 저절 움직이는 손가락을 키보드에 얹은 채 탁탁거리는 소리에 취하는 타임이다. 자꾸 빙글빙글 돌아가며 끊기는 음악 탓에 무드도 끊기기는 하다만 글과 음악은 참 잘 어울린다. 그리고 난 이 시간의 몰입을 사랑한다.

(웬만해서 사랑이란 단어 잘 안 쓰는 사람이다 나.)


https://www.youtube.com/watch?v=TbhcfUPYK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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