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은 적는 거야!
얼마만의 쉼인가,
3월 30일 31일 이틀간 코칭이 없다. 그리고 주말이다. 휴일! 찐 휴일이다. 호 레이!
월화수목금금금이라는 말은 찐으로 나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평일도 바쁜데 주말은 더 바쁜 일상이다. 하루도 틈이 없이 바쁘게 살아도 신기하게도 틈은 있다. 짧지만 달콤한 휴식도 취할 수 있는 신기한 삶이다. 24시간이 모자라도록 바쁘다고 입 아프게 말하는 사람도 하루를 잘게 잘 쪼개보면 틈이 없을 수가 없다. 커피 한잔 오붓하게 마실 여유가 있고, 책 한 구절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여유가 있는 삶이다. 이건 사실 마음먹기 나름인데, 종일 나는 바빠 죽겠고 힘들어 죽겠고 기절할 것 같다는 말만 한다면 하루는 짜증으로 가득한 시간이 될게 분명하다. 이 법칙은 대체 어디서 흘러 들어왔는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실제로 그러하다. 뇌가 어떻게 생각하고 명령하는지에 따른 뇌과학 심리학이 만나서 풀어줄 수 있는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그런 개론학적인 말을 덧붙이지 않아도 경험이 증명해 준다.
덕분에 가능한 바쁜 일상도 즐겨보려고 하고 최선을 다해 살아보려고도 한다. 그래도 늘 온전한 휴식은 갈망하게 된다. 바빠보지 않으면 어디 온전한 휴식을 바랄 구멍이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도 또 감사를 부른다. 너무 무료해서 벽에 구멍이라도 낼 것 같은 심정으로도 지냈던 경험이 있는 터라 이런 바쁨에 깊이 감사한다. 정체성까지 흔들리는 저 바닥까지 내려갔다 와본 사람은 무슨 말을 하는지 금세 알아차릴 듯하다. 나는 쉽게 감동하고 매우 진심으로 감사를 잘하는 편인데 상황에 따라 나름대로의 이유와 합리적인 사유가 있지 않을까 늘 이해하려한다. 그게 내가 인생을 살면서 덜 피곤하게 살 수 있는 요령이다.
아무것도 안 하고 딱 2박 3일만 쉬었으면 좋겠다
정확히 3주 전 문득 생각에 이 말이 입 밖으로 툭 튀어나왔다. 가능하기나 할까 하루도 빠짐없이 빡빡하게 사는 데 언제 나한테 그런 시간이 생기나 싶었다. 오롯이 나만을 위한 동시에 나의 삼 남매와 남편에게 나의 여유로운 시간을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이런 마음이 들자마자 맘을 터놓고 일도 하고 개인사도 공유하는 가까운 모임 카톡에 내 마음 툭 던졌다.
그거 적어놔요. 나는 원하는 게 있으면 리스트에 적어요. 그럼 이루어지더라고요.
지인은 소원이 이루어질거라며 나에게 적어놓을 것을 권유했다. 지금까지 연초 혹은 원하는 일이 있을 때 버킷리스트에 적어 놓으면 언젠가는 이루어지는 경험을 했다는 거다. 왜 그런 말 있지 않은가 소원을 가시적인 장치로 걸었을 때 좀 더 시각화시켜 현실에 가깝게 만드는 작업말이다. 책이나 강의에서도 많이 들어본 내용이다. 나도 종종 원하는 게 있으면 적기도 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잡기도 하는데, 2박 3일 쉬었으면 좋겠다는 소원은 적을 생각 해본 적 없다. 그 말을 듣고 그래? 그럼 적어보지 뭐 마음을 먹고는 책상에 일하면서 끄적여 두었다. 따로 리스트 업은 하지 않고 말이다. 그런데 그런 말을 한 지 1주 후에 이번 달 말 코칭 없는 날 마침 아이들도 학기 방학에 들어가니 여행계획을 짤 수 있게 된 거다. 이게 웬 떡!
비비디바디 부 가 됐다.
어딜 가든 집 떠나면 돈이 들어가는 게 문제 이긴 한데, 매번 돈 돈 거리면서 쪼들려 살아보니, 그때 조금 아낀다고 해서 시간이 지나서도 그 돈이 남아 있는 게 아니라는 아주 비장한 비밀을 깨달았다. 고로, 나는 번 돈을 여행에 투자한다며 남편에게 큰소리쳤고 남편을 나를 믿고 카드로 벅 긁어 결제를 했다. 뭐 덧붙여 몇 가지 더 타당한 논리로 남편을 설득하긴 했다. 나는 지금 집 떠나 다른 공간에 온 것만으로 이미 차분해졌다. 기분이 좋아 붕 떠야 하는데 차분해지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묵직하게 이 시간을 누리고 싶은 마음인가 보다.
오늘도 여행 스케줄을 잡아 놓고 오전에 평일 사역이 있어서 다녀왔다. 사역지 다녀오자마자 부랴부랴 남은 짐을 챙겨서 아이들과 집을 빠져나왔다. 어디 한번 가려면 하나부터 열까지 내 손을 거치지 않고는 꼭 빈구멍이 생기기 마련이라 집을 비우는 날이 더 분주하다. 뭐 나뿐만이겠는가, 보통의 주부들이 다 그러할 게다. 그렇게 모든 짐을 다 차에 구겨 넣고 왔는데 역시 아무리 잘 챙겼어도 구멍은 있기 마련이다. 220v 충전해야 하는 연결 소켓을 1개만 가져와서 아주 생쇼 했다. 산골짜기 지역이라 그런가 와이파이가 안 된다. 데이터로 일을 해야 하는데 로딩이 1980년대 미치고 팔딱 뛸 상황이기는 하다. 이 문제 때문에 내가 이리도 차분해진건가. 여행 첫날은 마감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데이터를 충전해 쓸 수 있는 에그를 연결해 놓고 인내심 테스트를 하면서 글을 쓰는 중이다.
남은 날 동안 좀 재밌게 지내보려면 오늘 일을 다 끝내야 되는데 가능할 질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집을 떠나왔고 이곳에 있는 동안에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 사이사이의 남은 모든 시간은 책 읽기와 글쓰기에 몰입해보려 한다. 이보다 더 좋은 시간이 어딨을까,
이쯤 되고 보니, 지인 말처럼 적어서 이런 시간이 왔나 싶은 게 몇 가지 더 적어야겠다.
다음 소원은.
한국에 혈혈단신 한 달 다녀오기 적을까? 6월에 하하.
불멍 하면서 듣기 좋은 재즈를 틀어놓고 이 생각 저 생각하다 무념무상 저절 움직이는 손가락을 키보드에 얹은 채 탁탁거리는 소리에 취하는 타임이다. 자꾸 빙글빙글 돌아가며 끊기는 음악 탓에 무드도 끊기기는 하다만 글과 음악은 참 잘 어울린다. 그리고 난 이 시간의 몰입을 사랑한다.
(웬만해서 사랑이란 단어 잘 안 쓰는 사람이다 나.)
https://www.youtube.com/watch?v=TbhcfUPYKE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