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로다짓기 최주선 Apr 08. 2023

뿔의 과거 현재 미래

Buffalo thorn tree




   남아프리카에는 가시나무의 종류가 꽤 많다. 이름도 모르겠지만 보기만 해도 찔리면 살이 구멍이 크게 나고 피가 줄줄 나올 것만 같은 뾰족한 가시는 괜히 몸을 움츠러들게 만든다. 관리되는 식물원이 아닌 야생이라 이름도 안 쓰여있고 나무의 이름이 궁금해도 사진 찍어 찾아보지 않으면 당장 그 자리에서는 모르고 지나는 식물이 다반수다. 


뒷 산에서 자주 만나는 The Elephant and the Fever Thorn Tree (코끼리와 열병 가시나무)


 이 근처 산에서 자주 보는 가시나무가 있는데 나는 이 나무를 볼 때마다 두 가지를 떠올린다. 하나는 예수 그리도의 가시 면류관이고, 다른 하나는 Buffalo Thorn(버펄로 가시)이다.  예수님의 가시 면류관은 내가 어렸을 때부터 성경에서 보고 듣고 배워 알고 자랐기에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는 것인데, 버펄로 가시는 조금 다르다. 

2020년 초 부모님이 남아공에 오셨을 때 함께 크루거 국립공원을 방문했다. 다양한 야생 동물을 보고 국립공원의 포토존에서 사진도 찍었다. 그때 사파리차를 운전해 줬던 빅터라는 청년이 있었는데 청년은 가족들 사진을 찍어주고 길에 있는 가시나무에 대해서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가시나무를 꺾어 손에 들고 한쪽 손 검지 손가락으로 가시의 뾰족한 부분에 살짝 손을 가져다 대며 버펄로가 사냥을 하거나 누군가의 공격을 받을 때 숨을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버펄로는 뒤에서 자신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덤불을 등지고 자신의 뿔로 공격할 대상이나 사냥감을 주시한다. 버펄로가 생각보다 무척 빠르다는 사실은 눈으로 보기 전에는 믿기 힘들다. 저 육중한 몸으로 꽤나 날쌔기 때문이다. 

 

가시덤불에 숨어 자신을 보호하는 버펄로 


그나저나 나는 버펄로를 볼 때마다 머리에 뒤집어쓴 뿔이 콧수염 같아 웃음이 난다. 여하튼, 일단 가시덤불 안으로 등을 대고 숨으면 뒤에서도 공격을 못할 테고 안전을 얻겠지만 순간 굉장히 의아했다. 


어머. 자기 살이 닿을 텐데?  

공격받기도 전에 가시에 찔려서 오도 가도 못하고 피 흘리는 거 아니야? 

아무리 동물이지만 이 가시는 보통 뾰족한 게 아닌데? 

대체 저렇게 숨으면 자기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고슴도치가 자기 자식 껴안듯 자기 몸 찔려 희생되는 거 아닌가? 


내 생각이 그렇거나 이렇거나 버펄로가 그렇게 한다는 데 뭐가 대수겠는가 싶었다. 그러면서 빅터는 가시를 들고 한 가지를 더 설명해 줬다. 아프리카의 부족 중 하나인 줄루족은 이 버펄로 나무를 굉장히 신성한 나무로 여긴다고 했다. 자신이 태어난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사람이 죽으면 나무의 가지를 몸 위에 올리고 나뭇가지를 부러뜨려 땅을 내리친 후 구부러진 가지가 그 사람의 영혼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 가지를 집으로 가져온다고 했다. 그러니까 사람을 직접 데려올 수 없으니 가지에 영혼을 담아 온다는 거다. 나는 이런 미신이나 그들이 가진 전통의식을 믿을 수도 없고 믿고 싶지도 않지만 줄루족의 전통의식이라는 그런가 보다 한다. 내가 들었던 말이 맞나 인터넷을 좀 더 찾아봤는데 같은 맥락의 이야기가 있어서 이들이 생각하는 의미를 내가 알아들은 게  맞는구나 했다.  좀 더 찾아보니 보츠와나에서는 이 나무가 번개로부터 보호해 준다고 믿는다는 말도 있었다. 나라, 민족, 종족 등 각자가 가진 신념과 전통의식이 다양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버펄로 가시나무 (Buffalo thorn) 


한 가지 다른 이야기는 가시에 담긴 의미다. 

가시를 잘 보면 모양이 일정하지 않고 하나는 지그재그인 가지모양, 다른 두 개는 뒤로 구부러진 곡선을 그린다. 가지의 살짝 꺾인 지그재그 모양은 현재를 나타내고, 구부러진 두 가시 중 길게 뻗은 직선은 미래를 구부러진 짧은 곡선은 과거를 나타낸다. 그러니까 나뭇가지 하나에 현재와 미래와 과거가 함께 담겨있다는 거다. 버펄로의 구부러진 뿔과 버펄로가 숨는 이 가시나무의 뿔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이 가시에 담긴 과거 현재 미래의 의미가 우리가 삶을 살아야 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우리의 인생은 항상 직선으로만 걸어가지 않는다. 

가지처럼 살짝씩 방향을 틀어가며 언제든지 변화를 시도할 수 있다. 원하던 원하지 않던 삶은 그렇게 지그재그의 방향으로 흘러갈 있다.  뭐 때론 빙글빙글 돌아가기도 하는 것 같다. 삶이 그렇지 않은가 항상 똑바로 만 걷는다면 얼마나 지루할까, 가시의 기둥이 지그재그인 것처럼 우리 삶에서 좌충우돌하며 삐그덕거리는 시간도 흥미로운 시간인 거다. 


구부러진 가시는 우리의 과거를 돌아보라고 한다.

때로는 과거의 기억과 경험을 잊고 앞으로만 보고 사는 게 좋을 수도 있다. 하나, 늘 과거의 나의 모습을 기억하고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나를 점검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면 겸손과 감사는 저절로 따라올 거다.

     

곧은 가시는 항상 미래를 향하고 있다. 

현재에 안주하고, 과거에만 매달려 있다면 그 인생이 얼마나 피곤할까,  나의 미래, 우리의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 항상 곧을지 구부러질지 지금처럼 삐그덕거릴지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마음과 생각을 곧게 지키며 나의 미래는 오늘 보다 나을 것이며 앞길은 평탄할 것이라고 믿고 걷는 사람은 자신 있게 걸어갈 있지 않을까, 가시가 향하는 방향이 곧은 것처럼. 


그저 가시에 담긴 의미는 사람이 만들었을 테고, 그 가시가 정말 그런 의미를 가지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의 과거 현재 미래를 두고 잠시 생각해 봤을 때 인생과 정말 닮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 과거가 좀 구부러졌었더라도 순탄하지 않아 속상하고 힘들었을지라도 

나의 현재를 똑바로 걷고 싶지만 조금 좌충우돌할지라도 

훗날 미래가 곧은 직선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나는 그저 지난날이 있었기에 지금이 내가 있을 수 있었노라며 오늘은 미래의 과거가 될 테니, 미래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오늘을 잘 살아야 하지 않을까, 

현재의 변화와 시도에 집중하며 보다 나은 나의 미래가 건강하고 순탄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져본다. 


인생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정해진 것은 없다. 시도와 과정만 있을 뿐.   

작가의 이전글 비비디바비디 부 말만 해도 이루어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