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디자인, 길을 잃고 헤매는 주니어 디자이너
명함 제작기를 먼저 브런치에 업로드하게 되었지만, 그보다 앞서 로고 디자인이라는 여정이 있었어요
브랜드를 위한 첫걸음! 바로 로고 작업!
로고는 보기에는 단순하고 깔끔하지만 그 뒤에는 예상치 못한 난관과 수많은 고민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두려움 반 설레임 반을 안고 시작을 했었어요.
수많은 로고를 보고, 로고를 제작해본 경험도 있었지만 막상 손으로 그려보니 계속 마음에 들지 않더라고요..
브랜드의 목표와 방향성을 며칠이고 되뇌어도 늘 막막함만 가득했어요ㅠㅠ
그래도 뭐라도 그려보자!
라는 심정으로 아이패드를 들었고,
그려나갔지만!
...역시나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요즘 대세인 AI에게도 도움을 요청해봤지만!
... 역시나 마음에 안들더라고요.
GPT든 Midjourney든 회사의 방향성과 목표 의식을 열심히 설명하며 만들었지만 아무리봐도 그 의미가 제대로 녹아있어보이지 않았고 컬러풀한 색감이 이질적이었어요.
몇번을 시도해보고, AI가 준 로고에서 변형도 해보고 벡터화 시켜보고 가로로 넘겨보고...
뭘해도 그다지 와닿지 않더라고요. 그저 계속 올드하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결국 혼자 며칠을 끙끙 앓다가...
그냥 사명을 나열해보기도하고
사명 첫 글자나 따서 대충 하자고 포기 직전이었는데요.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물은 공유할 엄두도 못내고 있을 때, 오전마다 스크럼 시간을 가지는 시간이 있어서 반강제로 작업물을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스크럼 시간 너무 싫다... 라고 느낄 무렵
팀원의 한마디로 반짝!
" 실험실 같은 느낌이 어떨까요? "
실험실 느낌을 주는 아이콘을 그려보고 어색해보였던 형상을 그려보면서 작업이 급물살을 탔거든요.
브랜드의 의미도 담고, 한눈에 들어오는 느낌이 되어 갔던 것 같아요.
더 많은 스케치가 있었으나 생각하는 과정에서 유치하다고 느껴서 인지 작업물이 몇개 안남은게 아쉽...
마음 한편으로는 이거 너무 유치하게 생긴 로고 아닌가? 라는 불안감이 있었는데,
"바꿀 때 되면 바꾸죠"라는 팀원의 한마디가 또 큰 위로가 되었고요
그래 회사의 히스토리 중 하나로 남으면 되는거지. 어떻게 궁극의 로고가 될 수 있겠어!
자신감을 얻고 작업물을 공유했습니다.
의외로 이렇게 고민했는데, '이견 없다'는 피드백에 아쉬움이 남을쯔음...
다른 팀원의 피드백으로 선 굵기, 폰트, 컬러에 대한 구체적인 피드백을 얻었고
플라스크 형상의 선 굵기와 폰트 굵기 등을 비교하며 로고를 다듬어 나갔어요.
깔끔해보이는 일정한 굵기로 정돈하면서 주조색에 대한 생각도 다시 정리했었어요.
일정한 굵기가 깔끔해보여서 라는 이유도 고객층(2030대 수강생)이 선호하는 미니멀한 느낌을 위해
그리고 로고가 사용될 다양한 매체에서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라는 구체적인 논리 생각을 키울 수 있던 피드백이었습니다.
이후에도 피드백을 꾸준히 주셨습니다.
"색을 중간중간 넣어보는건 어때요?"
깔끔한 로고를 원했었기 때문에 당황스러운 제안이었지만 일단! 받아들여 보기로 했습니다.
아이콘 두 개에 색상을 다르게 적용하니 의외로 안정감이 느껴지더라고요.
아. '마음에 안 들어서', '깔끔해서' 같은 감각적인 이유로 로고를 바라봤던 작업이
'왜 색상을 넣어보라고 하셨을까?' '색상을 넣으면 어떤 효과가 생길까?' 같이
'왜'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논리적으로 좀 더 다가가는 연습이 되었고요.
그래도 여전히 갈팡질팡하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시간을 두고 봤었어요.
갈팡질팡한 마음이 드는 디자인을 볼 때에는 가끔 리프레시한 시간을 보내고 오면 안보이던 게 보이더라고요.
이럴땐 무슨 기준으로 결정을 내려야하는지가 항상 어려워요...ㅜ
최종 의견을 정리하고 다음 날 아침 스크럼 투표를 통해!
마침내 로고를 확정했습니다! (그 와중에 따봉 이모티콘 좋은 1인)
이제 남은 일은 로고 배포였는데 로고 파일을 정리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어요.
'엠블럼', '엠블럼+시그니처'처럼 제멋대로 저장한 파일명을 보고 개발팀에서 조언을 받았습니다.
체계적인 파일 규칙을 만들면서 협업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었구요.
모든 과정이 길고 어렵고 처음하는 기분이었지만, 결과물을 돌이켜보는 지금 이 순간은 모든 순간이 좋았더라고요. 어느 정도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탄생했고 그 과정을 통해 배운 게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로고를 가이드 문서로 정리하면서도 '이 심볼을 계속 쓸 수 있을까?'
'나부터 이 규칙을 기억할까?' 라는 불안감이 올라왔었어요.
로고를 다양한 곳에 일관성 있게 적용하기 위한 컴포넌트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컴포넌트로 관리하세요!' 라는 말에 처음에는 혼란스러웠습니다.
단순히 그룹화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팀원과의 여러번의 대화 끝에 레이어 이름을 정확하게 나누고 폰트는 깨지 않고 유지해야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존에 '폰트는 무조건 Flatten(깨기)해야 벡터화되어 깨지지 않는다'라고 알고 있어서 당황했어요.
하지만, 프로덕트 디자인은 언제든 로고가 바뀔 수 있어 유연해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 비로소 이해했습니다.
컴포넌트를 사용하면 로고가 변경될 때 한 번에 수정할 수 있어 작업이 훨씬 수월하다는 것이었죠.
알고있던 벡터화 과정과 프로덕트 디자인의 접근법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경험이었어요.
그렇게 약 20장의 로고 가이드를 업로드 하고야 로고의 대장정이 끝났습니다. (땅땅땅!드디어!)
새로운 것을 만드는 디자인 작업은 설레지만 그만큼 어렵고 좌절스러운 순간이 참 많은 것 같아요.
막막할 때도 있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도 모르겠고 회사의 방향성을 담는다는 말이 이론적으로만 느껴질 때도 많은 것 같고요. 또, 개발자, 팀원들과 소통을 하는 과정은 서로의 아는 범위가 다르기에 오해도 많이 쌓이는 것 같더라고요.
디자인을 시작하기 전, '이 로고의 쓰임새는? 의미는?' 같은 문제를 정의해 보았지만.
사실 이론적인 '회사의 로고란?' 에서 생각이 멈췄던 것 같았어요.
보다,
'브랜드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로고인가?'
'타겟 고객이 친근하게 느껴야하는 로고인가?' 같이
구체적인 문제 설정을 했더라면 아마 더 빠르게 형상화하는 시간을 가졌을 것 같아요.
(마치 스크럼 때 '실험실은 어때요?' 라는 말이 '우리 회사가 실험한다는 것을 한 눈에 보여주면 좋겠어요!'로 알아들으면서 형상화를 시작했던 것처럼요)
작업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이를 기록하는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제. 개인적인 욕심으로 더 나아가고 싶은 부분은
완성된 로고가 실제로 어떻게 쓰일지 상상해보기
웹사이트, 앱 아이콘, 명함, 배너 등 다양한 환경에서 어떻게 보일지 미리 시뮬레이션 해보고 로고의 문제점을 바라볼 수 있는 준비가 되었던 것 같아요.
로고 하나를 만들면서 희노애락을 겪었던 여전히 작지만 조금은 자라난 주니어의 고민과 기록!
여전히 많은 작업이 눈 앞에 남아있는 상황에서 꾸준한 성장 글을 남겨보고 싶은 날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