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는 정말이지 적성에 맞지 않아...

by 로마

아침밥 대용으로 내가 만든 약밥을 먹던 남편이 말한다.

"다음에는 약밥을 좀 맛있게 만들어봐" 밥도 질다고 하면서 맛있게 해 달라는 주문이다.

약밥을 몇 번을 만들어 봤지만 성공률이 낮다. 레시피에 간장을 두 큰 술을 넣으라는 걸 두 컵 넣어서 간장약밥을 만들어 완전히 실패한 경우도 있다. 어쩌다가 맛있는 약밥이 되는 경우도 때론 있다.

확률이 거의 희박하지만 정말 어쩌다가 맛있는 약밥을 만들기도 한다.


나는 음식을 잘하지도 즐겨하지도 않는다.

남편도 내가 요리를 하면 그냥 버리지 만들어서 버리려고? 농담 삼아 진담을 이야기한다.


음식을 잘하지 못하는 내가 찌개나 국이라도 끓인 날엔 요리를 좀 하는 아들이 국간장 사용법을 잘 몰라 맛소금으로 간을 하는 내게 "맛있긴 한데 소금을 넣기 전에 간을 한 번 더 보고 소금을 넣어"하며 친절히 가르쳐 준다. 나도 그렇게 음식을 한다. 간을 봐 가면서 조금씩 넣지 무턱대고 많이 넣지는 않는다.

넣다가 보면 많이 들어가서 그렇지!!!




결혼하고 첫 생일을 맞은 남편 미역국에 고기를 넣지 않고 미역만 넣고 끓여주었다.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미역국을 첨 먹어봤어" 남편이 시어머니께 한말이다. 그 이후 아들이 태어나고 말을 하게 될 때쯤 시어머니께서는 "엄마가 해주는 반찬 중에 뭐가 제일 맛있어?" 하고 시댁을 갈 때마다 물어보신다. 그러면 어린 아들이 계란 프라이, 김, 참치라고 대답한다.

그때 어머니는 아들과 손자가 마른 것이 내 탓이라고 생각하시는 듯했다.


아들이 초3 때 소풍 가기 전 참치 김밥을 싸달라고 주문한 적이 있었다. 그때부터 깻잎김밥, 누드김밥등 김밥이 다채로워졌다. 김밥은 또 남편이 도외주니 자신감에 그깟 김밥정도야 "옥케이"~ 어렵지 않게 대답했다.(그때 나는 참치김밥을 먹어보질 못했다) 소풍당일 김밥을 싼 도시락과 함께 참치캔을 소풍 가방에 함께 넣는 중 이를 본 당황한 아들이 말했다.

"참치랑 김밥이 아니고 참치가 들어간 김밥을 싸줘야지 엄마아~~~"

초3 아들은 아마 속상해서 운 것 같기도 하다. 아직도 회자되고 있는 참치김밥이야기이다.


명절 음식을 할 때이다. 윗동서인 형님이 "동서, 나물은 내가 무칠게" 하길래 "왜요?" 하였더니 시아주버님이 제수씨가 나물을 무치면 간이 안 맞는다고 하셨다면서 "동서 미안해"한다.

미안하려면 음식 못하는 내가 미안할 일인데 엉뚱한 사람이 사과를 하게 만들었다.

형님은 음식을 잘한다. 남편이 형수가 끓인 된장찌개가 엄마 맛 하고 똑같다고 하여 형님에게 어머니 맛 레시피를 받아왔다. 청양고추 몇 개, 마늘 몇 쪽, 물은 자작하게 붓고 두부 반모 넣고 끓으면 바로 불 꺼라는 동일한 레시피 같은 된장 이건만 슬프게도 나는 맛있다는 맛을 낼 수가 없다.

지금도 제일 어려운 게 된장찌개이다.


주말이면 아침에 꼭 라면을 먹는 남편이 라면을 끓여 달라고 하면 귀찮지만 끓여준다.

끓여준 라면을 보고 남편이 "한강이네, 한강" 그러면서 "해주기 싫어서 일부러 그러지?" 한다.

아들은 라면 봉지에 물양이 적혀있다고 참고하라지만 무슨 요리를 하는 것도 아니고 해서 대충 나의 '감'으로 끓인다. 김치는 불 끄기 전에 넣어야 아삭하니 맛있다고 몇 번 잔소릴 하지만 30여 년 동안 개선이 안 되는 나의 요리솜씨에 라면과 짜장라면 그리고 국수도 마찬가지이고 면종류는 그 남편이 삶고 끓인다.




며칠 전 약밥을 맛있게 해 달라던 남편이 약밥 하는 걸 잠정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재료를 다 준비해 둔 상태여서 약밥 중단조치는 음식을 잘해보려는 내겐 기회를 박탈당한 기분이었다.

'자꾸만 해봐야 늘지' 하는 나의 생각과는 달리 아침에 밥맛이 없어 약밥을 아침대용으로 먹으려던 남편은 맛없는 약밥 먹기가 좀처럼 힘들었던 모양이었다.

음식을 못하는 전업주부인 나는 정말이지 주부는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다.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33년 동안 여전히 한결같이 맛없는 음식을 먹어주는 남편과 늘 맛있다고 말해주는 따뜻한 아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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