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오는 날 포장마차 가던 날

추억이 된 눈 오던 날의 포장마차

by 로마

24.11.27 오전 첫눈 오던 날


남편이 전화를 했다.

눈이 온다고... 첫눈이!

그리곤 가족 단톡방에 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 동영상을 올렸다.

우리 집에서 제일 올드 맨인 남편은 첫눈에 진심이었다.


아침부터 흐리던 하늘은 일기예보에서 눈을 예고했지만 '설마 눈이 오겠어'하던 생각과 달리 거짓말처럼 눈송이가 큰 함박눈이 내리고 있다.

어둑한 집안에서 창밖으로 내리는 눈을 보고 있노라니 실시간 생중계를 보는 것 같아 설레는 첫눈이다


첫눈은 내리다 말다를 반복하더니 오후가 되면서 곧 쌓일 기세로 펑펑 내리고 있다.

하안 눈이 내심 쌓이길 바라면서도 남편과 아들의 운전이 또 걱정되어 마냥 쌓이기만을 기대하진 못하고 있다. 뉴스에서 습눈이라고 하는 눈이 녹지 않고 이젠 쌓이고 있다.


결혼하기 전 첫눈이 내리는 날의 데이트 장소는 포장마차였다.

약속장소를 굳이 정하지 않아도 남편이 단골로 가던 포장마차에서 뜨끈한 냄비 우동과 꼼장어, 소주가 눈 오는 날의 루틴이겠다. 첫눈 오는 날의 포장마차 데이트는 우리의 암묵적인 약속이었다.


결혼하고 아들이 커면서 그 동행엔 아들도 같이 하게 되었다.

눈 오던 날 포장마차에서 남편이 만든 눈사람

포장마차 실내는 천막으로 바람을 막긴 했지만 추웠다.

천막으로 된 입구를 걷어서 들어가야 하는 포차 출입문은 나중엔 조금 발전되어 나무가 덧대어져 있는 천막문을 열고 들어가면 자전거 주부가 연결되어 자동으로 닫히는 자동문(?)이 있던 포장마차도 있었다.


천막에 입구라고 쓰인 곳으로 들어가면 쇠로 된 긴 의자가 있고 그 의자 밑에 연탄불을 피워서 의자를 데우는 직접적인 난방 시스템으로, 뜨거워진 쇠로 된 의자 위에 담요가 놓여 있던 네다섯 명이 앉을 수 있는 긴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장판으로 마감된 테이블 위에 나무젓가락으로 셀프 세팅을 하며 리어카 타이어에 시린 발을 얹고서, 엉덩이가 뜨거우면 옆자리 남자친구(남편)와 자릴 바꿔 앉기도하고, 옆사람과 닿지 않게 서로 어깨를 붙여 앉으며 마냥 즐거워하던 첫눈 오던 날의 포장마차 데이트였다.


그 시 절 포장마차에서는 음식이 나오기 전에 파가 동동 뜬 홍합 국물을 서비스로 주었었다.

가끔 운 좋은 날이면 플라스틱 우동그릇에 홍합이 가득 담긴 홍합탕이 서비스로 나오기도 했다

서비스였지만 제대로 된 국물이었던지라 그 맛 또한 메인 음식보다 전혀 부족하지 않던 맛이었다.


메뉴판은 없었지만 유리로 된 사각진열장안의 얼음 위에 놓인 생굴, 고등어, 닭발, 닭불고기, 꼼장어나 포장마차 기둥에 매달려있던 양미리 등 그날 그 날 달라지는 재료의 신선함을 눈으로 보고 주문을 했다.

좋아하던 꼼장어를 주문하고서 서비스 홍합 국물과 빈속에 술맛도 모르던 소주 한잔을 기울이면 속이 싸해지던 그 느낌도 좋았다. 소주를 두 세잔 마시며 기다리다 보면 연탄불에서 은박지 포일에 조리된 그대로 접시에 내어주던 불향 가득한 양념 꼼장어의 맛은 일품이었다. 고갈비를 먹는 사람도 있지만 그때 나의 최애 메뉴는 꼼장어였다.


지금 살고 있는 이곳은 실외 포장마차가 사라졌다.

도시의 외관을 헤친다는 이유로 여기저기 옮겨 다니던 포장마차는 이제 사라졌다.

지나가 버린 과거의 기억이고 추억되는 포장마차는 안타까움이고 아련함이다.


오늘 하얗게 첫눈 오는 날 어김없이 찾아온 센티함에 결혼 전 첫눈 오던 날 30년도 더 되어버린 그때엔 남자친구였고 현재의 남편과의 첫눈 오는 날 포장마차 가던 날의 회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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