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한 전 직장 송년회 초대받다

가슴이 먹먹하던 그날에...

by 로마

일요일 오전 TV 뉴스는 우리나라 사고가 아니길 바랐다.

항공기 사고는 가끔씩 뉴스에서 전해지지만 우리나라 항공사가 아니어서 사고가 났구나 하는 정도였는데 그날의 뉴스속보 참사소식은 조용한 일상 중에 접한 비보였기에 엄청난 쇼크였다. 차마 뉴스를 볼 수가 없었다.

하루가 지나고 탑승객들의 신원과 안타까움들이 기자의 목소리로 전해지던 그 소식이 가슴 저미는 고통이 되어 오열하게 했다. 가슴이 꽉 막혀 숨이 나오지 않아 아팠다.

그들의 가슴 아픈 소식들이 전해지는 아침 뉴스를 보며 오열하는 내게 출근하던 남편이 뉴스를 그만 보라고 한다. 그래야겠다. 가슴이 답답해지는 뉴스를 보지 말아야겠다.

TV를 끄고 라디오를 꼈다. 라디오에서도 음악으로 슬픔을 전하고 있었다.

국가 애도기간이 정해지고 콘서트도 연말시상식도 모두가 취소되었다고 한다.


온 나라가 슬픔에 빠졌다.



오후가 되어 다시 TV를 켰다.

뉴스를 보는 게 아침만큼 힘들지는 않았다.

뉴스 채널을 누르니 참혹한 참사의 원인과 문제점들을 보도하고 있다.

사고원인이 '버드 스트라이크'이고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전문가가 얘길 하고 이제는 사고 원인에 초첨이 맞춰지고 있었다.

한참을 뉴스를 보고 있노라니 휴대폰이 울렸다.

전 직장에서 결려온 전화였다. 망년회를 하려고 했는데 항공기 사고로 취소되었다고 애도기간 끝나고 하려고 하니 그때 다시 연락한다고 한다. 어, 뭐지? 망년회 초대인가?

퇴사한 내게 망년회를 할터이니 날짜를 다시 연락 준다고 크리스마스초대는 받지 못했는데 퇴사를 한 직장의 송년회(신년회가 되겠다) 초대를 받았다.




연말이 되니 망년회니, 송년회니 하는 모임 소식이 들려오지만 직장이 없는 내게 회사 송년회는 나와는 별개였다. 직장인들은 12월 마지막달에 지나온 한 해를 정리하면서 좋은 마무리를 위해 송년회를 할 것이다.

고용주들은 손익을 따지겠고 직장인들은 한해 잘 보낸 것에 감사해하며 다가오는 새해에는 늘 사고 없이 무탈하게 보낼 수 있게 바라며 봉사를 하거나 점심을 같이 먹거나 술을 한잔씩 들고서 건배사를 할 것이다.


지난해 다니던 회사 송년회는 일 년 동안의 회사 운영에 관한 것과 부족했던 점 개선되어야 할 것 그리고 앞으로 회사가 나아가야 할 진취적인 것들에 대해 건배를 하며 다시 한번 도약을 말하며 그러고도 건배는 계속된다. 계속되는 건배로 인한 알코올의 무한섭취로 달리다 보면 그 끝은 만취였다. 의미 있는 건설적인 시작이었으나 아름답지 못함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만취됨은 송년회의 이면이다.


회식도 자주 하곤 했는데 전체회식 또는 맘 맞는 직원들과 같이하는 소소한 회식도 종종 하곤 했다.

회식을 빌미로 말하지 못했던 불만들을 알코올 기운을 빌려 해소하기도 하고 직원들과의 마찰도 한잔 들고 건배를 외치며 그 자리에서 툴툴 털고 앞으로 잘하자고 한잔, 그리고 또 한잔 들고서 무한 건배를 외치다 보면 분위기는 어느새 무르익고 알코올은 사람을 무장해제시켜 취중진담이라고 맘속에 담고 있던 생각들이 조심스럽게 하지 못했던 말들이 빗장을 풀고 술술 나오기도 한다. 그렇게 회식은 힘든 일이 있을 때 위로받기도 하고 직장 내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좋은 기회가 되곤 했다.

서로의 도움으로 문제 되었던 게 해결되던 그날 회식자리에서는 술을 좋아라 하고 술 또한 나를 따르기도 하여 좋은 분위기 속에서 잔을 기울이며 '그땐 내가 힘들었어'하고 위로받던 회식을 좋아했다.


직장에서의 어려움은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해결되는 것이기에 혼자 해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기도 하여 팀웍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어서 서로가 모르던 상대방의 고충도 알게 되기도 하는 회식은 한편으로는 소통의 장이 되고 때론 팀웍이 좋아지는 계기가 되곤 하였다.

직장이라 곳은 사람을 고립시키는 단면적인 것도 있지만 여러 군상들과 일하다 보면 그 속에서 상처받고 위로받기도 하고 그러면서 배워가며 경험이 쌓이면서 노련해지는 단단한 직장인이 되어가는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나를 힘들게 하던 직장상사와는 한잔을 기울이며 주고받던 기억이 없다.

이젠 같이 회식은 할 수는 없지만 지난 회식 차리에서 한잔씩 권하며 무장해제되어 상대방의 입장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의 힘듦을 나누었다면 어렵던 그와의 관계도 발전될 수 있었을까?


2024년 한 해는 정치적인 것으로 나라가 혼란스럽고 경제가 어렵고 그 마지막엔 항공기 참사로 무척 힘든 한 해가 되었다. 힘들지만 우리는 다시 2025년을 맞이해야 한다.


2025년을 희망해 본다. 내일은 또 다른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