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이 필 때쯤
복사꽃이 필 무렵, 그때쯤
장에 갔다 온다던 울 어매
복사꽃이 서른 해 동안 피고 지고
세월의 한 줌, 그해 겨울의 끝자락에서
복사꽃을 좋아하던 어매의 소식을 들었네
해사한 복사꽃을 이제는
더 이상 볼 수가 없는 곳으로 갔다고
복사꽃이 필 때쯤 동구밖에서
어매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아이는 없고
무심한 복사꽃만이 피었다 지는구나
장에 간 어매를 기다리던 아이는
어느새 어매보다 나이가 많은 어른이 되었고
복사꽃이 필 때쯤이면
맘속 깊이 묻어둔 어매가 복사꽃처럼 잠시 피었다가
작은 꽃잎과 함께 봄바람에 아스라이 흩날려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