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
일 년 전
그가 그곳으로
홀연히 왔다.
그는 늘 내게 울분했다.
왜?
그는 화가 많은 걸까?
일관된 그의 표현에
지쳐가고 있었고
심장이 고장 났다.
이유 없는 적대감에
일 년이란 시간 속에서 알게 되었다.
그가 나를 싫어한다는 걸.
그래서 나는 그곳을 떠났다.
그리고 많지 않은 시간이 흐른 후
그가 그곳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망연자실.
헛웃음만 나왔다.
나는 무엇 때문에 그곳을 떠나왔던가?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그해 여름이었다.
새로운 팀원으로 그는 부장직함으로 입사를 하였다.
그의 합류로 기대에 부풀었던 직장생활은 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에 나는 피폐해져만 갔고 급기야 마음에 병이 깊어졌다. 심장이 너무 빠르게 뛰어 새벽에 응급실을 다녀온 이후 사무실 내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숨을 쉴 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팠고 급기야 회사 주차장만 보여도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나는 10년을 다녔고 정년까지 근무하고자 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렇게 백수가 되어 인생 2막을 시작하고 있던 백수 6개월 차 어느 날, 3월에 그가 그곳을 그만둔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머릿속에 무언가가 허물어지고 있었다.
나는 6개월을 더 참았더라면 퇴사를 안 해도 되었을까?
허탈해서 눈물이 났다. 아니 며칠 눈물바람이었다.
그가 그만두는 그곳에선 업무에 관한 연락이 계속되었다. 마음을 다치고 있었다.
그는 그렇게 1년 6개월 근무를 하고 떠날 거였으면 10년을 다녔던 내게, 무엇 때문에 그토록 날을 세웠던 걸까? 그가 오기 전 내가 하던 업무를 그가 같이 하게 되면서 알아요. 알고 있어요. 하려고 했어요.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그가 늘 내게 하던 말이었다.
그가 조금 더 내게 인간미를 보여줬더라면 나는 아직도 그곳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을까?
벚꽃이 비를 버금은 바람에 하염없이 흩어지던 날.
내 맘도 꽃잎이 흩어지는 벚나무와도 같았다.
공허함이 자릴잡은 허탈함은 잔인한 4월이 되었다.
어서어서 내 맘에도 잔인한 4월이 아닌 초록의 잎들이 무성 해지는 계절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