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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목 Jan 07. 2018

싱거운 농담

온도(溫度)에 대하여



온도에 대해 떠올리면 제일 먼저 기억나는 건 신영복 선생님이 쓴 <감옥으로 부터의 사색>이다. 정확한 문장이야 이제 기억 안 나지만 내용은 대충 이랬다. 좁은 혼거방에서 여럿이 부대끼며 여름을 나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이 없는데 정작 겨울이 되면 그 불쾌한 옆 사람의 체온마저 고맙고 그리워진다는 뭐 그런 이야기.

온도 이야기를 꺼낸 건 최근 그 단어가 들어간 이런저런 제목들이 부쩍 눈에 띄어서다. 작년에 가장 많이 팔린 책이라는 <언어의 온도>가 그렇고 주말 자 북섹션의 신간 소개에는 정이현 소설가의 산문집 <우리가 녹는 온도>가 실렸다. 그리고 얼마 전 종영한 TV 미니시리즈의 제목도 <사랑의 온도>였다.     


언젠가부터 날씨예보를 보면 그냥 온도보다 체감온도라는 말에 더 유의하게 된다. 실제 온도는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내가 느끼는 온도, 즉 체감온도가 중요하다. 


어쩌다보니 고양이와 함께 산지 어느새 5개월째다. 고양이는 매우 독립적이고 의존적이지 않다는 말에 혹해 함께 살 결심을 했는데 살아보니 그건 사람은 다 착하다거나 사람은 다 악하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아무튼 고양이를 품에 안으면서 깨달은 건 고양이가 참 따뜻하다는 거였다. 뭐 당연한 얘기다. 고양이는 사람보다 체온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사소한 따뜻함이 종종 위로가 된다. 온도는 살아있음을 의미한다. 죽어있는 것에는 온도가 없다.



사람의 온도는 36.5도에서 크게 차이나지 않지만 유독 뜨거웠던 사람으로 기억되는 이도 있고, 또 그 반대도 있다.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온도로 기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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