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텃밭
작년 Lockdown 이후 변한 것이라면 우리 집 베란다에 텃밭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Lockdown으로 많은 사람들이 식량 문제를 생각하게 되었다.
원래도 집안에서 식물을 기르는 것을 좋아하던 인도 사람들이었지만 요새 들어 토마토나 양파 같은 일상에서 자주 먹는 채소들을 키우는 집들을 많이 볼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집 또한 다르지 않았다.
원래도 집을 정글로 만들 정도로 식물들을 들여놓았던 남편이 지난 Lockdown 이후 집에서 텃밭을 만들어보자고 했다.
남편의 직장 근처에 시멘트로 크게 화분을 만드는 공방이 있는데, 그곳에 오토바이를 타고 가서 텃밭이 될 화분을 사 왔다.
(화분 가게 주인분께서도 이걸 가지고 갈 수 있겠냐고 물었지만 우리는 해냈다!)
그리고 심을 채소 씨앗도 구매했다.
본격적으로 텃밭을 만들기 전,
코로나가 터지기 전,
우리는 양순이, 양돌이(양파들)와 마늘들을 화분에 심었다.
그리고 Lockdown이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양순이 혹은 양돌이한테서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양파 꽃이 신기하고 아름다웠다.
시간이 지나고 꽃이 지니 씨앗들이 나왔지만 따로 심지 않고 모아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씨앗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다시 심어보지 못했다.
양파를 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식물들도 심기 시작했다.
알로에와 바질
(이 두 화분은 농원에서 가지고 왔다),
망고를 먹고 나온 씨앗을 발아해 심은 망고.
베란다가 점점 식물들로 가득해져 갔다.
이렇게 우리 집 베란다가 정글이 되기 시작했던 것 같다.
하나만 심었던 망고는 그해 여름 다른 종류의 망고를 먹고 발아시켜 다른 화분에 심게 되었고
남편이 아는 사람에게 받았다며 다른 종류의 바질을 또 심었다.
그리고 Lockdown이 끝나고 이제 정말 텃밭을 만들어 보자면서 여러 씨앗을 사 왔다.
처음 산 씨앗은 빈디(Bindi)였다.
영어로는 오크라(Okra)라고 하는데 인도에서 많이 먹는 채소이기도 하다.
마침 빈디를 심는 기간이었다.
흙과 자갈을 주변에서 가져왔다.
화분의 바닥에 자갈을 깔고 흙으로 살짝 덮었다.
그리고 전에 모아둔 요리용 코코넛 껍질을 그 위에 깔았는데, 코코넛 껍질이 물을 머금어 물을 가끔 줘도 괜찮아진다고 한다.
코코넛 껍질을 펼쳐서 깔고 화분의 반 이상을 흙으로 덮어준다.
빈디 씨앗을 골고루 뿌리고 그 위에 흙을 덮어 물을 주면 끝!
날이 좋고 빈디를 심는 때라 그런지 금방 새싹이 나왔다.
남편은 산속 마을에서 태어나고 생활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런 농사나 식물을 키우는 일을 좋아하고 잘 알았다.
식물들에게 주겠다며 음식물 쓰레기로 퇴비를 만들기 었고 빈디는 남편의 정성을 먹으며 무럭무럭 자랐다.
새싹은 무럭무럭 자라 화분을 꽉 채웠다.
그리고 무럭무럭 자란 빈디에 꽃이 피고 꽃이 지니 빈디가 자라기 시작했다.
빈디는 우리의 첫 수확물이었다.
채소를 키우면서 느낀 것은 정말 눈 깜짝할 새 자란다는 것이었다.
기간을 보면 자랄 기간이기 하지만 체감상 물 몇 번 주었더니 싹이 트고 물 몇 번 주었더니 꽃이 피고 물 몇 번 주었더니 이미 다 자라 수확을 할 때가 된 것이다.
집에서 텃밭을 하면 좋은 점은 잘만 자라면 언제든 텃밭에서 가지고 올 수 있다는 점.
집 안이라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
원하는 채소를 신선한 상태로 얻을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