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밍구 일기

밍구 일기 #11

잠시 왔다 간 내 사랑...

by Shubhi






한동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이 글을 쓸까 말까 고민도 했지만

기억하고 싶고 잊기 싫어서 글을 남기기로 했다.


오늘은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그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밍구를 산책하러 가기로 한 아침이었다.


아파트 게이트 앞에 앉아 있는 남편에게 한 아가가 다가왔다.



그의 이름은 릭구(ऋग-गु)


3개월 정도 되어 보이는 이 아가는 게이트 정문에서 남편이 있는 곳까지 일직선으로 걸어와 남편 앞에 앉았다.


그런 릭구를 보고 남편은


"이 아이는 내 운명이야!"


를 외쳤다.




남편의 품에 안겨온 릭구는 처음 보는 낯선 공간에 벌벌 떨기 시작했다.


밍구 때와 같이 베란다에서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로 했다.

남편이 쓰지 않는 도띠(Doti)를 잘라 이불을 만들어 주니 그곳에서 잠이 들었다.


처음에는 밍구가 있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주인을 찾아주려고 했다.




그런데 릭구가 자신의 운명이라는 남편.


나도 남편의 약간의 걱정에도 밍구를 데리고 왔기 때문에 남편의 마음을 이해하기로 했다.

그 대신 남편과 릭구를 데리고 오면 우리가 해야 하는 일들과 밍구와의 관계에 대해 토론했다.


그리고 남편이 이름을 지어주고 릭구는 우리의 가족이 되었다.



릭구를 키우기로 하고 맨 처음 한 일은 릭구의 하네스를 만들어 주는 일이었다.


산책을 가면 거의 1시간 정도밖에 있기 때문에 아직 아가인 릭구를 집에 혼자 두기에는 릭구의 호기심이 너무 강했다.


그리고 역시 길멍이였던 릭구가 집 안을 답답해할까 봐 산책을 갈 때마다 릭구를 데리고 가기로 했다.




그리고 이갈이를 하는지 계속 입질을 하는 릭구에게 양말 안에 천을 넣어 장난감을 만들어 주었다.


마음에 들었는지 잘 때도 함께 했던 릭구이다.


그리고 상자를 가지고와 따로 집을 만들어주었다.

밍구는 다 커서 맞는 상자가 없기도 했고 혼자였기에 필요가 없었는데,

릭구는 밍구와의 합사를 위해 따로 집을 만들어 주었다.




릭구를 데리고 오면서 가장 걱정이 되었던 것은 밍구와의 관계였는데,

처음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던 밍구는 남편이 릭구만을 신경 쓰니 질투가 나기 시작한 것 같다.


지인과 인터넷으로 첫째에게 더 애정을 줘야 한다고 해서 남편과 함께 밍구에게 더한 애정을 주기 시작하니 냄새를 맡는 관계까지 왔다.

(아마 릭구가 배를 보여줘서 더 빨리 됐던 것 같다.)




그렇게 모든 상황이 잘 풀릴 것 같았다.



다음날 갑자기 릭구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는...


이 상황이 믿기지가 않았다.

눈물이 나고 현실을 부정했다.


"아가 일어나 봐"


릭구를 불러봤지만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울어서 헛것을 본 건지 아니면 무언가가 그랬던 건지

릭구의 몸이 숨 쉬는 것처럼 가슴이 들썩 거려 보였다.

릭구의 목과 가슴에 손을 올려보았지만

아무런 고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도 아직 릭구의 몸이 따뜻해서 더 눈물이 났다.


릭구에게 미안해졌다.

우리가 릭구를 데리고 와서 이렇게 된 걸까?

밖에서 살았다면 더 오래 살았을까?

밥을 잘못 준 걸까?

뭘 잘못 먹은 걸까?


이렇게 갑자기 보낼 줄은 몰랐는데...

하루 반나절 만에 마음을 너무 주었는지 심장이 뜯겨 가는 것 같았다.

흐느끼던 울음소리는 점점 커져 속에서부터 토해내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되고 릭구를 보내주기로 했다.


릭구가 사용하던 도띠에 릭구를 올리고

가지고 놀던 장난감과 하네스, 가는 길에 먹으라고 개껌을 넣어주었다.


인도에서는 어떻게 강아지들을 보내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아파트 단지 근처 숲에 묻어주기로 했다.








하루였는데 아직도 릭구가 많이 그립다.


못해준 것이 더 많아서


릭구와 함께 했던 곳을 가면 생각이 나고

릭구에게 해줘야지 했던 것을 보면 생각이 나고

릭구에게 좋을 것 같은 것을 보면 더욱 생각이 난다.



아직도 릭구가 많이 그립고 보고 싶지만

그래도 일상으로 빨리 돌아올 수 있던 것은 밍구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을 때 밍구 밥 줘야지 산책시켜야지 하면서 몸을 움직였던 것 같다.




많이 보고 싶어. 릭구야







지금도 앞으로도 너는 영원한 우리의 둘째, 우리의 사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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