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연극영화 마니아 시절을 회상하며
오늘 프랑스 깐느에서 아주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박찬욱감독 과 #송강호배우 가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각각 수상했다는 소식.
한때 영화 마니아였고 영화를 사랑한 관객의 한 사람으로 기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영화의 부흥은 관객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공부는 하지 않고 영화에 빠져 살았던 것도 생각난다.
당시 매월초 로드쇼, 스크린, 키노 등 영화 잡지를 사려고 보수동 책방골목으로 뛰어갔던 시절.
부산가톨릭센터에서는 극장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컬트 무비를 종종 상영했었다.
부산 광복동 극장거리를 수시로 다니며 영화 전단지와 포스터를 모았던 기억도 생생하다.
세상 참 빨리 변한다.
#부산국제영화제 도 1회때부터 가능성을 보고 쭉 지켜봐왔는데 그때의 열정을 가지고 영화쪽에서 일했다면 지금 이렇게 살고 있지는 않을텐데...
자식이 있다면 한가지 잘하는 걸 발굴하고 지속해서 키워주는게 제일 중요한거 같다.
"너는 이런거 해봤자 안돼" "딴따라되어서 뭐가 되겠다는 거니" "좀 현실적인 직업을 가져봐"...당시 나에게 조언이랍시고 이런 가슴 아픈 말을 한 어른들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많은 분들이 #송강호 라는 배우를 스크린에서만 봤을거다.
그런데 나는 그를 아주 옛날 연극무대에서 본 행운이 있었다. 아마도 #연우무대 의 동승이라는 연극에서였을 거다. 당시 송강호는 주니어였다.
연우무대는 서울대 극회 출신들이 만든 극단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가 설립되면서 거기에 있던 인력들이 대거 교수로 간 걸로 알고 있다.(정확히 모름)
연극무대에서 봤던 그 푸릇푸릇한 배우가 어느날 초록물고기, 넘버3 등에 나오면서 이름을 알리게 됐다.
이창동 감독이 연극을 보러다니며 몇몇 연극배우들을 눈여겨 본 듯하다.
#배우송강호 가 이름과 연기력을 확실히 알리게된 계기는 공동경비구역과 쉬리가 아니었을까 싶다. 살인의 추억도 대단한 영화였지.
송강호의 연기는 당시 영화계에서 흔히 보이던 긴장되고 쪼라고 하는 형식이 있던 연기를 풀어제치고 리얼과 일상의 연기를 선보인 배우가 아닌가 생각한다.
주연배우라면 조각처럼 잘 생기고, 그런 잘 생긴 배우면 연기를 좀 못해도 용인되던 시절, 송강호는 연기 하나로 인정을 받은 배우라고 평하고 싶다.
뚜렷뚜렷한 발성은 아니지만, 중얼중얼 거리면서 할말 다하고 또 그게 관객의 귀에 들어올 수 있도록 연기한다는 건 대단하다.
꾸부정한 어깨와 팔자걸음으로 걸으면서 기존 남성 배우의 상을 바꾼 배우가 아닌가 생각한다.
살인의 추억에서 "밥은 먹고 다니냐"라는 연기는 아직도 섬뜩하다.
1990년대는 한국 영화가 성장하면서 대학로 배우들이 대거 영화로 가던 시절이었다. 아마 송강호가 그 1세대가 아니었을까 싶다.
당시 연극무대에서 봤고 대학로 식당에서 술을 마시던 배우들을 영화에서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마치 내가 키운 자식들이 큰 바다로 나가 대성하는 기분이라고 해야할까.
연극무대에서 뜰거라고 예감했던 배우들은 대부분 영화에서도 성공을 거뒀다.
이번에 #헤어질결심 으로 #깐느국제영화제 에 간 #박해일 도 대표적인 배우다.
#혜화동1번지 라는 객석 30개 되나 마치 쥐가 나올거 같은 그 허름한 소극장에서 박해일을 봤을때 보석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당시 고등학생으로 나왔는데 나는 그때 그가 정말 고등학생인 줄 알았다. 위대한 배우를 발견한 기쁨이 얼마나 컸던지.
함께 출연했던 #고수희 도 지금 영화 작품에 출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오달수 배우도 한국 연기사에서 큰 변화를 이끈 인물인데, 얼른 복귀해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면 좋겠다.
중후함이 느껴지는 #박찬욱감독님 의 영화는 올드보이에서 처음 알게 된 듯 하다. 어릴때 받은 상처가 커서도 지워지지 않고 복수로 이어진다는 스토리(그게 맞는지 모르지만 나는 그 영화를 그렇게 봤다)는 나에게 큰 충격을 줬었다.
누구에게나 어릴 적 상처가 있고 나 역시 어릴적 상처가 있지만 대부분이 그냥 덮고 없었던 일로 살아간다. 그 소재를 영화로 스토리텔링한 것에 큰 충격이었다.
뒤에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 복수는 나의 것 등 대부분 챙겨보려고 노력했는데 사실 난해하고 실망한 영화도 있다.
박찬욱 감독은 #봉준호감독 과는 다른 ABNORMAL한 감각이 있는 감독으로 여겨진다.
대중성보다는 예술성을 중시여기는 감독이 아닐까. 실패한 영화도 좀 있는 걸로 아는데 슬럼프도 있었을텐데 그걸 잘 극복하고 헤어질결심으로 #칸영화제 에서 감독상을 수상하신거 정말 축하드린다.
또 내가 잘 몰라서인지 몰라도 박찬욱 감독은 배우와의 갈등이나 스캔들이 별로 없는 깔끔한 감독 느낌이다. 사생활이 깔끔하신 분 같다.
최근에는 사진전도 하셨는데, 예술에 대한 관심도 높고 테이스팅이 높아보여서 좋다.
얼른 #브로커 와 헤어질결심 을 보러 극장에 가야겠다.
한국 영화의 발전에 기여한 모든 분들에게 박수를
그리고 하고 싶은 일 한 분야에만 집중해 살아도 충분하다 절대 이거 저거 할 필요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