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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40살 넘은 여동생의 축사 부탁!
직장맘 상담소(가족 편)
by
남세스
May 7. 2022
2살 차이 여동생이 결혼을 한다.
40살이 넘어 결혼하는 동생을 보면 다행이다 싶어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녀의 남편이 될 사람은 보면 볼수록 진정성이 느껴지고 신뢰감이 쌓인다.
내 동생을 정말 많이 사랑하는구나 하는 안도감이 든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중성적인 매력에 남자 친구보다 여자 친구들이 많았고
놀이터에서
내가 누군가에게 놀림을 받으면 주먹부터 나갔다.
든든한 보디가드 느낌이랄까.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내 키를 넘었으며
필요할 때만 '언니' 호칭을 쓰는 흔한 동생이
지만 나에겐 유일한 동생이기도 하다.
스스로 진로를 정해 유아교육과로 대학을 입학했지만
4학년에 불현듯 경찰공무원으로 진로를 정하더니
4학년 졸업 전에 시험에 합격해 18년 차 공무원이다.
나도 공기업스러운 조직에 근무하다 보니
조직에 대한 공통된 불만을 갖고 있으며
그런 조직에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토닥이며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고 있다.
그 누구보다 의지가 되고
정신적으로 많은 것들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결혼식이 한 달 반이 채 남지 않은 시점에 나에게 축사를 요청했다.
솔직히, 나때(라테)는 주례와 축가가 일반적이어서 축사는 해본 적이 없
고, 본적도 별로 없다.
결혼한 지 17년 차가
넘어가니 결혼식보다는 장례식에 더 많이 가는 듯하다.
이 시점에 축사라니,
할까 말까 말성여질수밖에 없었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
글 쓰는 게 재미있다고 얘기를 한 것이 나를 지목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그나마 우리 집에서 나서기를 제일 좋아하니 shy 한 가족들을
대표해
서 해주길 바랬
던
듯하다.
일기 쓰듯이 주저리주저리 떠 벌 떠 벌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라 부담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뭐.. 까짓것 해보자.
동생이 부탁하는데 못할 것도 없지.
몇 날 며칠을 고민했지만
의외로 잘 써지지 않는다
한 달여 남았으니 초안을 잡아보고 계속 업그레이드를 해보고자 한다.
내가 동생을 정말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녀의 결혼으로 내 삶 또한 변화할 테니 조심스럽게 기대도 해 본다.
"축사"
안녕하세요. 오늘 OOO
님
과 OOO님의 축사를 맡게 된 OOO의 친언니 남 세스입니다.
사랑하는 동생아. 네가 결혼을 한다니 너무나 행복하구나.
결혼을 하고 싶어 하는 널 보면서 늘 우리 OO가 빨리 결혼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오늘이 그날이
구
나.
눈부신 하루가 되길 바란다.
중학교 때 수학 과외선생님이 지나가는 너를 보고 "동생이 너무 이쁘네요"라고 했던 말이
불
현듯 생각나더라.
그때는 뭐가 이쁘다는 거지? 의문이 들었는데 커가면서 왜인지 깨달았던 거 같아.
우리 OO 너무 이뻐.
얼굴도.
음~~ 마음도.
감정도 생각도 다르지만 서로 이해하고 무슨 일이 생기든 서로의 편이 되어줬던 것 같아.
우스갯소리로 딸이 없어 외롭겠어라는 친구들의 말에, 난 여동생이 있어서 괜찮아라고 대답하게 되거든.
그런 제 동생을 신부로 맞이하는 OO님은 정말 행운아라고 말해 주고 싶네요.
OO야,
세탁기는 몇 킬로를 사야 하고 어떤 냉장고를 사야 좋은지 살림살이에 대해 물어보는데 대답을 잘 못해줘서 미안해. 결혼 17년 차가 되다 보니 집안 가전의 크기는 나도 잘 모르겠더라고.
하지만 앞으로 언제든지 결혼생활에 대한 물음이 생기면 바로바로 대답해줄게.
나
의 경험이 너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
조카 사랑은 결혼 안 한 이모 사랑이라고.
그 누구보다 우리 아들들과 신나게 놀아줘서 고마워.
너는 든든한 나의 육아 파트너였어.
농담처럼 네가 아이 낳으면 주말마다 우리 집에 온다고 했잖아.
나 정말 환영이야.
육아도우미가
3명이나 있어.
형부랑 너의 조카들.
누구보다 기쁜 마음으로 돌봐 줄 거야.
둘이 꽁냥꽁냥 존댓말을 써가며 아껴주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더라.
보면 볼수록 진정성과 신뢰감이 쌓여가는 진성님을 보면서 안도감이 느껴진다.
영원한
네 편이
생긴다는 것은 기쁜 일이야.
처음에는 맞춰가는 시간이 필요할 거야.
둘이서 현명하게 잘 헤쳐나가길 바랄게.
OO님, OO가 체력이 많이 약하고 말에 상처도 잘 받습니다.
항상 옆에서 기다려주고 응원하는 말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좋아하는 것을 같이 하며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길 바래요.
오늘은 두 분의 날이에요.
오늘을 기억하며 행복 가득한 결혼생활을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동생아! 진심으로 너의 결혼을 축하한다.
여기 계신 엄마 아빠 가족들을 대신해 이 말을 전하고 싶어.
우리 모두 너를 사랑한다.
결혼을 다시 한번
축. 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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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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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제 내가 하고싶은거 해도 되는거 아니야? 하고싶은걸 지금 찾기 시작했다. 나를 브랜딩하고 싶다. 김이 들어간 라면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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