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 시어머니와 처음부터 사이가 좋았던 것 아닙니다.

직장맘 상담소(가족 편)

by 남세스

시어머니는 초등학교 선생님,

평교사로 30년을 재직하시다가 명예퇴직을 하셨다.

특유의 나이 드신 선생님의 말투로 얘기하신다.

지시하듯, 내 말이 정답이라는 듯 따르라고 하는 말투!

결혼하자마자 나는 왜 그 말투가 그렇게도 거슬렸는지 모르겠다.

자유롭고 편하게 생활하던 내가

하나하나 지적을 받게 되니까 마치 학교나 회사에 있는 것처럼 마음이 불편하고,

시댁에 가는 것이 꺼려졌다.

나에게 그들의 세계에 들어왔으니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대로 하면 된다.

라고 강요하는 느낌적인 느낌!

시아버님은 더 심했다.

훈장 선생님 같은 포즈로 항상 잘못된 것을 찾으려는 사람처럼

틈을 주지 않으셨다.


하지만 나는 감정표현을 숨기지 않았으며,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궁금해했고,

내 의견을 바로바로 말씀드렸다.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은 것에 대한 것에 대한 의견도 제시했다.

(물론, 하기 싫은 것을 해야 하는 것은 안다.

사춘기 중학생도 아니고, 하지 말아야 하는 것과 해야 하는 것을 구분할 줄 안다.

단지, 이해를 하고 싶었다.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를.

나와 다른 세계의 문화를 이해는 하고 따르고 싶었다.

왜 내가 하는 행동을 잘못됐다고 하시는지,

왜 당신의 행동만을 강요하는지 도대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와는 성향이 다른 동서는 1년 정도 시댁에서 생활하면서 말은 못 하고 끙끙 앓다가 우울증에 걸렸고,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으면 점심시간에 울면서 찾아오기도 했었다.

말할 사람이 없으니까.

그 얘기를 듣다 보니 나도 모르게 동화가 되어버렸다.

아니면 동화를 시켜버린 것 같다. 나 스스로를..

나도 싫었으니까.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에 들어오는 행동!


아이를 낳고는 아이를 보시겠다고 나의 의사는 물어보지 않고 수시로 찾아오시는 행동!


수유를 하고 있을 때 벌컥벌컥 문을 열고 들어오는 행동!


주말마다 같이 식사하자고 하시는 행동!


나의 맘에 안 드는 행동을 고쳐보시겠다고 엄마를 호출해 문제점에 대한 얘기를 하는 행동!

(물론, 울 엄마는 내편! 당신의 아들도 이쁘게만 보이지 않습니다. 다 이해하고 같이 만들어가야지요. 제 딸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돈!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맞춰 나가셨으면 합니다.)



어머니와 엄마와 싸우듯 소리치며 싸우기도 했고,

전화를 안 받기도 했고,

남편을 들들 볶기도 했고,

우여곡절이 많았다.


나의 닫힌 마음은 그래도 열리지 않았고,

어느 순간에는 어머니께서도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기도 했으며,

경직된 얼굴로 찾아오셔서 마음에 안 드는 행동에 대해서 한참을 말씀하고 가시기도 했다.


신랑의 많은 노력과 설득,

나와 어머니의 노력

나와 어머니는 조금씩 마음을 열었고

세월의 흐름이 맞물려

(나이가 드니 어머님을 이해하는 부분도 생겼고, 나도 점점 유해진다. 그럴 수도 있지. 다를 수도 있지.)

생각은 전환이 되었고,

나의 행동도 함께 변화가 되었다.


어머니께 항상 도움받고

아이들도 늘 돌 바 주시고

우리를 도와주시려고 노력해 오셨는데,

나는 왜 늘 싫다고만 했을까?

(우리는 8년 전부터 어머니와 같은 동네에 살고 있다.

아이를 봐주신다고 하셔서, 친정 옆에서 지금 사는 동네로 넘어왔다.

솔직히! 나는 엄마의 케어를 받다가 혼자 하려니 처음에는 버거웠다.

엄마는 내가 힘들다고 하니까

일주일 중 엄마가 2일, 어머니가 3일, 아이들을 봐주시는 날짜를 정해두고 육아를 해주셨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친정엄마가 힘이 드셔서

가사 및 육아를 그만해주신다고 하여

육아를 전적으로 어머니가 해주신다.

아이들이 커서 하실 수 있다고 하신다.

육아만은 해주실 수 있다고..

가사는 포기하고 되는대로 나랑 신랑이 한다.




- 친정엄마가 오셨을 때 : 청소, 빨래, 분리수거, 심지어 그날 저녁까지 챙겨주시고 오전 11시에 오셔서 오후 7시에 가신다. 엄마는 오롯이 우리 집 일만 하다 다시 집으로 가셔서 아빠와 엄마 집을 챙긴다.

- 어머니가 오셨을 때 : 아이들 저녁을 챙겨주시고 수시로 당신 집을 왔다 갔다 하시며 볼일 보시면서 챙겨주신다.


결은 다르긴하다.

어쩔 수 없단것도 안다.


코로나 전에는 가사도우미를 불러 깨끗한 집을 유지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그마저도 신랑과 내가 하려니 버겁다.

그래서 루틴을 만들었다.

전날 빨래를 하고 건조기를 돌려놓고

다음날 출근하면서 건조기를 다시 돌리고

퇴근해서 빨래를 개곤 한다.

여름이라 아이들이 옷을 수시로 갈아입고 교복과 생활복도 자주 빨아야 한다.


어머니와의 톡


어제는,

그제의 회식 여파로 좀비 상태로

출근 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퇴근 후 집에 가니,

빨래가 고스란히 개어져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살이 빠져서 시체처럼

비실비실 겨우 회사와 도서관, 집만 왔다 갔다 하고 있어 집이 엉망인데,

빨래가 다 개어져 있으니 너무 반가웠다.


감사의 톡을 보냈다.


아프지 말라는 말, 뭔가 찡하다.


배려받는 기분은 누구나에게 미소 짓게 한다.

나도 무엇인가 배려해줄 것을 찾아봐야겠다.


평소에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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