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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중1 아들은 여자 친구와 여전히 사귀는 중이다.
직장맘 상담소(가족 편)
by
남세스
Jul 7. 2022
호들갑을 떤지도 어언
두 달이
지났다.
생각보다 별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생각보다 드라마 같지 않다.
사귄 지 2주가 지난 시점 우연히 책상 정리를 하다가
여친이 쓴 편지를 보았다.
책과 프린트물 사이에 무덤덤하게 끼워져 있었다.
고이 접힌 상태로.
순간,
읽지 말까? 고민했다.
하지만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용은 평범했다.
오늘 있었던 하루일,
친한 친구와의 다툼,
욕을 많이 하는 스스로를 반성한다는 말과,
사랑 가득 담은 사랑해,
살짝 당황스러운 건
널 너무 좋아해서 만지고 싶고
너도 날 만져주었으면 좋겠어.
였지만,
과민한 반응은 독이 될듯하여
다시 고이 접어
제자리에 두었다.
사진을 찍어두긴 했는데,
다시 읽어보진 않았다.
또 읽으면 미안할 것 같기도 하고,
감정의 동요가 심히 일거 같아 지켜보자 마음먹었다.
물론 신랑에게
편지 내용을 공유하고 어찌할까를 상의했지만
결론은 역시나 지켜보자이다.
편지를 읽고 2주일이 지났다.
책상 위에 있던
편지가 책상 서랍으로 들어갔고
인생 네 컷에서 찍은 사진과
롯데월드에서 찍은 사진들이
한 군데 잘 널브러져 있다.
정리를 한 건지 쑤셔 넣은 건지 모르게 대충 있다.
나 같음 소중히 여겼을 물건 이건만..
나름 책상 위에서 책상 서랍으로 옮겨진 건 소중히 여긴 건가?
나잇대에 맞는 사랑이 있는듯하다.
중1다운 사랑을 정의할 수 없지만 중1다운 사랑을 하길 바래본다.
앞으로 사랑이란 걸 해야 할 시간은 충분하니까.
대학교 1학년 때,
외모가 전적으로 내 스타일인 동갑내기가 사귀자고 했다.
나는 하루 고민하고 그러자고 했다.
하지만 사귄 날은 하루이다.
데이트 한 날!! 헤어졌다.
심한 사투리를 쓰는 그의 목소리가 거슬렸다.
어린 나이에 그 사투리가
왜
그토록 싫었는지 나도 내가 의아하다.
그래서 이별을 통보했고 3번 정도 더 집 앞으로 찾아온 기억이 난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잊히고
있었는데
3학년 봄 즈음 그가 다시 찾아왔다.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다고
인사와 몇 마디 나누고 인사를 하고 갔다.
그 후 더 이상의 만남은 없었다.
갑자기 왜 만나러 왔었나 궁금하긴 하다.
사투리로 섣불리 사람을 판단했던 내 행동이 나도 이해는 가지 않지만 그 외 다른 이유가 있었겠지. 싶다.
필이 통하지 않은 걸까?
조건이 싫었나?
나도 서툰사랑을 하는데
중1이야 오죽할까!
나이에 따른 사랑을 정의해보면,
물론 전적으로 내 기준이다.
10대 : '서툰사랑'
처음이라 서툴다.
20대 : '설렘 속에서 헤엄치는 사랑'
무얼 해도 즐겁다.
30대 : '지친 사랑'
아이가 태어나고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하다 보면 삶에 지쳐 쪼들린 마음으로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악악 댄다.
40대 : '토닥임의 사랑'
결국엔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밖에 없고 하나의 길로 걸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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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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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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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제 내가 하고싶은거 해도 되는거 아니야? 하고싶은걸 지금 찾기 시작했다. 나를 브랜딩하고 싶다. 김이 들어간 라면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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