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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팀장님이 일을 몰고 왔습니다. 제..제가요?
직장맘 상담소(조직 편)
by
남세스
Sep 13. 2022
이제 승진한 지 한 달
팀원들이
"팀장님이 일을 몰고 오신거 같아요."
라
고 말한다.
전 담당자에게 책임 전가를 살짝 해보자면
모든 일을 잘 쳐냈고
(옥석을 가린 것이 아니라 모조리 쳐냈다. ALL)
상반기 일을 하반기에 잘 미뤄두셔서
내가 그 폭탄을 맞았다.
행사와 출장이 많은 팀인데,
한꺼번에 몰렸다.
정신을 차리기 힘들다.
코로나-19로 인해 미뤘던 행사들도 급하게 진행되는 탓도 있다.
일을 몰고 온다는 것은 곧 팀원들의 불만이
폭주할 수 있단 얘기다.
나도 상황바서 적당히 쳐내 줘야
한
다.
아님 분배를 해야 한다.
아님 사람을 더 달라고 해서 일을 나눠야 한다.
기존에는 현재 인원으로 커버 가능했지만
계속 이 기조라면 힘들 것이 눈에 보인다.
9월 일정은
9.16(목) : 부산 출장
9.21(수) : 대표이사 업무보고
9.23(금)-24(토) : 부산 출장
9.27(화) : 기념식 행사, 서울, 500명 참석
(
급하게 진행하느라 턴키 계약을 하지 못해 대관, 이벤트 업체, 기념품, 영상제작 등 모두 수의계약으로 진행 중이다.
내가 발령받았을 땐 이미 경쟁 입찰이 불가능한 시기였다.
긴급으로 공고를 하더라도.. 우선 경쟁 입찰자 선정까지 기본 20일은 있어야 한다.)
9.30(금)-10.1(토) : 제주 출장
추석이 끝나고
출근하자마자
오전에 옆에 팀장님이 내 자리로 오신다.
생글생글 웃으시며...
(옆에 팀장님은 부장 승진이 하고 싶어
안달이 났지만
잘 안 풀려 화가 난 상태이다.
부장에게 본인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싫은 티를 팍팍 내고 있으며,
나는 승진을 못해 화가 나서 내 맘대로 할 것이오.
란 느낌을 대부분의 직원들이 받고 있다.
하지만 사람이란 게 나한테 잘해주면
남들이 욕을 하든 말든 그냥 괜찮다고 느끼게 된다.
나에겐 늘 친절하다.
그래서 그 속에 내막이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요즘 바쁘지? 뭐 도와줄 것 없어?"
"어떻게든 하고 있습니다."
"내가 좀 도와줄까?"
" 어떻게요?"
"9.23일 출장 내가 갈게."
난, 선의라고 생각하고, 무척이나 고마워했다.
퇴근 무렵
,
부산 출장 담당 과장님이 내 책상으로 다가와
쪼그려 앉아 속삭인다.
의자가 있음에도
굳이..
쪼그려 앉
아
속삭인다.
"근데 왜 옆 팀장님이 부산 출장을 가시게 된 거예요?"
나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나, 27일 행사에 집중할 수 있게 대신 가 주신다고 하던데요. 너무 감사한 일이에요."
"팀장님, 근데요.., "
"네, 왜요?"
"전에 팀장님 있을 때도 이런 식으로 출장을 몇 번 대신 가셨는데, 그 이유가 승진하고 싶으셔서 대표님 가시는 출장만 따라가신다고..
저한테 대표님과 식사도 같이 하신다고 자리 마련하랍니다. 대표님 근처로."
응당 팀장이라도, 팀 행사이기 때문에 실무자처럼 뛰어다니는 신삥인 나와는 다르게
그는 자리를 차지하고 대접을 받길 원하는가 보다.
게다가 다음날이 토요일이라 부장님과 함께 오후에 올라오는 일정인데
,
옆에 팀장님은 금요일 막차를 타고 오시겠다고 한다.
졸지에 담당 과장은 9.22-24일까지 3일 동안 출장을 가게 생겼다.
원래 일정이면 22일 차로 5시간을 걸려 부산을
가
서
행사 준비를 하고, 23일 다시 5시간에 걸쳐 서울로 돌아오면 된다.
즉, 내가 23-24일 부장님 마킹하고
과장님은 22-23일 출장으로 마무리
하
면 될 일인데,
옆에 팀장님이 끼어들어 출장이 하루 더 늘어난 셈이다.
결국엔,
실무 과장의 일이 2배, 3배가 되어버
렸
다.
아차 싶었다.
나에게만 선의로 보였을 뿐
여럿이 괴로운 일이다.
우선은
팀원들과 얘기 후
다음엔
무조건
내가 같이
가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팀원들이 이구동성으로
"팀장님이 가주세요."
라고 한다.
에휴~~~~~
전후 사정을 알고 나니
마음이 불편하다.
내가 출장을 가면 그만 인일이다.
근데,
굳이,
오셔서 일을 덜어주겠다는데,
도와주신다는데
거절하기도 난감하다.
상황 보고
내가 가는 방향으로 뒤집는 것이 깔끔할 듯하다.
판을 지혜롭게 뒤집어보자.
모두가 안 다치는 방향으로.
나의 장점이자 단점이 한번 괜찮다고 생각한 사람을
한없이 신뢰한다.
다들 전략적이고
계산적으로 움직이는데
나는 왜 그 속내를 읽지 못할까?
나를 탓해보지만
그렇게 살았다.
마음을 훤히 들여다보이게.
한 수 앞을 내다보는 눈을 키워야겠다.
의도하는 바가 뭔지 미리 캐치해야겠다.
근데..
될까?
해보자.
그것도 팀장의 능력 중 하나다.
의문문 투성이의 하루가 갔다.
근데, 팀원 여러분..
저 출장을 하나도 빠짐없이 모조리 제가 간답니다.
여러분은 담당 행사만 하면 되겠지만요.
하나 정도는 도움 받을 수 있잖아요.
글을 쓰다보니 든 또 다른 생각이다.
어쩔 수 없다.
나도 사람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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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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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제 내가 하고싶은거 해도 되는거 아니야? 하고싶은걸 지금 찾기 시작했다. 나를 브랜딩하고 싶다. 김이 들어간 라면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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