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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중1아들과 여자친구 데이트 장면을 목격하다.
직장맘 상담소(가족 편)
by
남세스
Nov 26. 2022
날이 좋아서
둘째 아들과 걸어서 도서관에 갔다.
예약도서가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고
갈까 말까 고민하는 사이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따뜻한 기운이
차
를
타지 말고 걸어가라고 말하는
듯했다.
웬일로 걸어가고 싶더라니.
중학교 후문으로 들어가면 오른쪽이 도서관 건물이다.
집에서 150m 정도 거리로 매우 가깝다.
농구장이 있어 첫째 아들이 자주 가서 3-4시간씩 농구하는 곳이다.
그래서 자주 마주친다.
오늘도 마주치려나 싶었지만 아들은 없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무겁게 가방에 메고
라
떼 한잔하러 신나게 걸어가는 길.
빨간 단풍과 사진도 찍고
가을 날씨를 만끽하고 있자니,
커피숍
에
다달았다.
나는 아이스라떼, 둘째는 아이스티를 샀다
둘은 도란도란 얘기하며 횡단보도를 지나 집으로 향해가는데,
둘째가 갑자기 조용히 말한다.
"형이다."
진짜 첫째인가 싶어 메의 눈으로 스캔한다.
키가 큰 건 맞는데 회색 목도리를 하고 있다.
더운데 무슨 목도리야.
그리고 난 저런 목도리를 사준적이 없다.
게다가 옆에 여자 친구 같아 보이는데 팔짱을 끼고 있다.
고개를 푹 숙인 것이 뭐 저렇게까지 숙일 필요야.
"절대 아니야, 둘째야,
이렇게 더운데 목도리를 하고 있을 리 없어.
형아는 더위를 많이 타.
오늘은 날도 더운데. 설마~~"
그럴 리가 없을 거야.
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에 신랑이
"자기야, 첫째 카톡에 D-100 일이라고 사귄 날부터 카운팅 하는 게 없어졌어."라며
여자 친구와 헤어진 거 같다는 얘길 투척해
난 헤어진 아픔에 괴로워하고 있는 아들만 생각하고 있던 터라 여자 친구와 데이트는 아닐 거라 확신했다.
하지만 결국은 아들이
맞다.
난 아들과
여자 친구에게
큰소리로.
"어 안녕." 하고 지나가며
아들의 어깨를 툭 친다. 좀 세게 친 거 같다.
울 아들은 웃음만 짓는다.
내가 첫째 엄마니까 라고 나를 소개하며
인사를 받을 수도 없고
첫째가 여자 친구를 소개할 만큼
주변머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뒤돌아보니
여자 친구가 나처럼 온몸으로 놀라움을 표현하는 중이다.
"
우
리 엄마야."라고 했을터.
둘째에게 물어본다.
"내가 엄마야."라고 밝힐걸 그랬나?
"아냐 엄마. 잘했어. 근데 형아 어깨를 치지 않았으면 좋을 뻔했어."
"왜?"
"쿨 해 보였어야지. 어 안녕 거기까지가 젤 좋았어."
아. 그랬구나.
ㅋㅋ
웃기다.
우리는 길거리에서
엄청 소리 내며 웃고
호들갑 떨며 집으로 돌아왔다.
아직까지도 목도리를 하고 있는 첫째의 모습이 떠오른다.
ㅋㅋㅋㅋㅋ
여자 친구가 준 선물이니 했겠지?ㅎ
도서관에 가길 잘했다.
그 녀석과 마주치고.
첫째가 한참 뒤 집에 왔다.
"첫째야! 목도리 선물 받은 거야?"
"아니, 춥다고 하니 걔가 자기 꺼 빌려준 거야."
순간
내가
커플 목도리를 사주면 오버겠지?
ㅎ
근데
사주고 싶다.
그녀석이 하고 있었던 목도리색과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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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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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제 내가 하고싶은거 해도 되는거 아니야? 하고싶은걸 지금 찾기 시작했다. 나를 브랜딩하고 싶다. 김이 들어간 라면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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