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 담배가 피우고 싶어질 때.

직장맘 상담소(조직 편)

by 남세스

고등학교 때는 몰래 담배를 피우고 오는 아이들을 보며 한심하다 생각했고


대학 때는 화장실 가득 들어찬 담배연기에

나가서 당당하게들 피지.

나가서들 펴.

여긴 화장실의 용도가 있다고.

아..! 옷에 냄새 배잖아.

라며 속으로 짜증을 냈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수많은 담배 쟁이들에게 눈을 흘겼으며 동료와 함께 걷다가 담배를 피우면 슬금슬금 거리를 뒀으며

그들을 원 없이 혐오했다.

왜 담배로 나에게 피해를 주는 거지.



나이가 들고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추위와 함께 겨울이 성큼 들어오니


담배가 피워보고 싶다.



물론, 결혼하고 그 담배 쟁이들 중 하나인

신랑이 피던 연초를 빨아본 적은 있다.

하지만 담배가 당긴 것은 아니고

대체 왜 저걸 저리도 열심히 피는 것인지

호기심이 발동했 뿐이다.



!

뭐지?

왜 이러지?


최근 출장에서 가끔 부장이 스트레스받을 때 또는 술을 마실 때 누군가에게 담배를 빌려 피는 장면을 보고

그 텁텁한 냄새를 우연히 맡던 중

불현듯 저거 나도 해보고 싶다. 란 생각에 사로잡혔다.


담배를 피운다고 우르르 나가거나, 밖에서 대기 중 담배 피우던 사람들이 생기면 슬금슬금 피하던 내가

입사하자마자 사무실에서 담배 피우던 과장에게 10번 20번 나가서 담배 피우라고 사정했던 내가

음식점에서 상사가 담배를 피우면 '피지 마십시오.'를 외쳤던 내가

신랑에게 담배 피우지 말라고 소리 지르던 내가

그들과 같이 담소를 나누며 담배 냄새를 킁킁 맡고 있다.



분명 일시적인 현상이다.

지속적으로 그 역한 냄새가 좋은 것은 아니다.

담배 피우고 온 사람의 옷과 입에서 나는 냄새는 여전히 역하다.


다만, 밖에서 살짝 연하게 바람을 슬쩍 타고 오는 냄새가 좋은 것뿐이다.


일탈인가?

아니면 스스로에 대한 반항인가?

Full 스트레스로 인한 사고 회로의 정지인가?


이유를 찾으려 해도 뭐 그것이 찾아질 리가.


그냥

한번

기회라서

펴 볼까?


스트레스 해소가 되려나.


신랑 것이 젤 만만하니

그와 함께 펴바야겠다.

다짐까지 할 건 아니지만.


가끔

미친 짓이 하고 싶다.

(내 기준에서)


겨울인가 보다.


겨울 탓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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