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젓가락 씹고 앞니 치료, 멋있게 나이들기는 없다

직장맘 상담소(나 편)

by 남세스

멋있게 나이 들기는 없다.

늙는 것이란 그런 것!

신체적으로 말이다.

노화를 막을 순 없단 얘기다.

그냥 불편함을 받아들이고 늙는 것에 대해 당연시하는 수밖에.


12월 중순 점심시간.

식당에서 밥을 먹다 젓가락을 씹었다.

급한 성격 탓인지 주기적으로 젓가락을 씹어 먹으니

앞니는 군데군데 남들은 인지 못하지만

나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못생긴 홈이 파져 있다.

세어보진 않았지만 4-5군데.


그때마다 치과에 가면 레진으로 때워주다가

이제는 그냥 조금 갈아준다.

심미적인 것만 감수할 수 있다면 그냥 못생긴 나의 이로 사는 게 좋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 젓가락을 씹고 나니 화가 났다.

또 또 홈이 생기다니.

짜증 나는데 크라운으로 씌워버릴까? 란 심정으로 회사서 무지 가까운 치과에 갔다.

늘 다니던 양심적인 치과가 하필 휴진하는 날이라.

충동적으로 OO부장님이 괜찮다고 했던 기억을 더듬어 검색도 안 해보고 방문.

일사천리로 앞니 2개에 크라운을 씌우기로 했다.


수많은 고통스러운 시간이 있을 거란 상상도 못 했다.

이뻐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거늘.

쉽게 생각했다.

바보!


12월 15일부터 1월 12일 동안 7회 치과를 방문했다.

이렇게 고치면 이쪽이 안 맞고

저렇게 고치면 저쪽이 안 맞고

정말 힘들다.

가짜 치아를 내 몸에 원래 있던 것처럼 여기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직도 적응 중이다.

여전히 힘들다.


가짜 치아가 이제 슬슬 처음보다는 익숙해지나 보다 했더니

첨에 100이 불편했다면 95 정도 불편한 정도!

아직도 많이 불편하단 뜻이다.


그러던 중

다른 치아가 아프다.

오른쪽 윗니 작은 어금니 마모되어버렸다.

치아 마모증!

잇몸 근처에 치아가 움푹 파이는 증상.

어쩐지, 딱딱한 브로콜리가 잘 먹힌다 했더니 결국 치아에 사달이 났다.

브로콜리를 너무 딱딱하게 삶은 엄마 탓을 해보지만

결국 내 잘못이다.

조심했어야 했는데.


순간,

또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내일 또 치과를 가야 하잖아.


치아 수난시대. 총체적 난국이다.


내가 근심 가득 한숨을 쉬고 있으니


둘째가 스멀스멀

화가 난 이유를 묻는다.


조곤조곤

설명해 주었다.


"엄마 늙어서 그런 거잖아.

노화로 인해 이도 망가지는 거야.

받아들여."


이놈의 초등학생 3학년이 나의 늙음을 적나라하게 일깨워준다.


"너는 안 늙을 줄 알아?"

소심하게 아들에게 공격해 본다.

아들은 1도 충격을 받지 않은 얼굴이다.

타격감이 제로다.

쩝.



얼굴에 팔자 주름이 생기고

(피부과 가면 조금은 해결된다.)


에너지가 줄어들고, 체력이 달리고

(영양제를 챙겨 먹는다.)


눈이 안 보이고

(안경 끼면 된다.)


이런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기능이 좀 저하되는 것은 참을 수 있 대안이 존재한다.


근데 아픈 것은 못 참겠다.

통증 중에 최고는 치통이란 말 100% 공감한다.


20년 전 20대에 라식 수술한 친구가

안과에 가서

"라식 한번 더 할 수 있을까요?"

라며 의사에게 물었더니 답변이

"라식 후 20년 편하게 사셨으니 이제 그만 안경 쓰세요.

쓸 만큼 쓰신 거 같은데요."

였다.


그래 쓸 만큼 쓰였으니 그만 갈아줄 때도 됐고

나이가 들었으니 신체적인 노화를 받아들이고 공존해야 할 때가 왔다.


정신이 아무리 20대라도 신체가 40대라는 것은 인정해야다.

나이 들면 서글프단 말이 이제야 실감 난다.


앞으로 50대, 60대 건강하게 늙으려면

아껴 써야겠다

몸뚱이.

예전의 나의 몸뚱이가 아니다.

치아 하나하나도 소중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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