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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세스 Apr 26. 2024

100. 리더님아! 너만 생각하지 마. 부서 폭파 이후

직장맘 상담소(조직 편)

부서가 폭파되었다.

임원 1명을 더 만들기 위해 작년 이맘때 급급하게 몇 개 팀을 조합해서 만든 부서다.

그렇지 않아도 17명의 작은 부서였는데, 지금은 8명으로 쪼그라들었다.

회사에서 3번째로 작은 부서가 되었다.

업무의 특성상 작은 부서체계로 움직일 필요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 부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분명! 대외협력, 기관협력의 타이틀을 갖고 움직이는 부서였는데,

담당 임원이 이 업무는 이래서 싫고 저 업무는 저래서 싫고,

우리와 안 맞는 업무다.라고 선을 그으시더니,

결국 다 주고 말았다.

처음에는 뺏긴 줄 알았다.

힘이 없어서 뻇길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담당 임원을 안쓰러워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고 곰곰이 따져보니

그가 처음부터 이 업무는 이래서 저기 줘야 하고

저 업무는 이래서 여기 줘야 하고

내가 올해 첨 왔을 때부터 말했었다.

설마, 다 주겠어?

설마는 현실이 되었다.


그리고는 다 줘버렸다.


퍼 주고 나니 아쉬운가 보다.

남을 주고 나니 아까운가 보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락내리락거리니 두려운가 보다.


일주일 내내 심기가 불편하시다.

그렇다고, 우리에게 짜증을 내는 성품은 아니다.

그냥, 표정만 나쁘시다.

말도 이쁘게 하시고, 원체 조용한 분이라 큰 소리도 내지 않으신다.


그래서, 나는 더 안타깝다.

차라리 화를 내거나, 미안해하거나 본인 속을 보여주면 같이 동조할 텐데.

위로를 할 수도 없고(본인이 그런 거라)

화를 낼 수도 없고(내가 뭐라고)


본인이 원해서 다 줘버리고

정작 원하는 업무는 못 받으니 기운이 빠지셨을 법도 하다.


근데 리더님아!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결정권도 없이 그냥 결과만 받아보았다.

당신은 뭐라도 의견 제시를 통한 과물이겠지만,

우리는 입만 뻥긋거리다가 체념한 상태다.


처음에는,

제가 과장 1명만 주면 그 일 해보겠습니다.

저는 그 업무를 저희 부서가 갖고 가는 게 맞는 거 같습니다.

의견 개진을 하다가 벙어리가 되었다.

내가, 아무리 짖어도 들을 생각이 없으셨으니까.


2개월간 이 체제를 유지하면서

나도 나를 돌아볼 생각이다.

아들 고등학교 진학 설계(자사고, 사립고를 생각 중이다.)

문예창작 등 강의 써칭(드라마 한번 써 보고 싶다.)

가계 재무관리(역시 파이프라인 만들기 중이다.)

골프 레슨/라운딩(봄이다. 바람을 느끼자.)

책 읽기/도서관 가기(읽고 싶은 책을 찾아바야겠다.)

휴가 쓰기(휴가 쓰기 딱 좋은 시기다.)

여행(엄마랑 여동생이랑 제주도 가기.)

학부모회 활동(열심히 해보자.)


 시기가 너무 길진 않길 바라본다.

상반기 정기 인사 때 임원이 원하는 업무를 갖고 왔으면 좋겠다.

이대로 연말까지 가면 그냥 부서는 폭파 수준으로 바도 될 듯하다.


이 바보 조직아!

나 같이 일하는 사람을 부려먹어야지.

대체 왜 놀리냐?

갑자기 줄어든 업무에 힘이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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