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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세스 Aug 31. 2024

7. 가족스페인 여행 : 바르셀로나 빨래방을 이용하다.

직장맘 상담소(가족 편)

월요일(4일 차)


8박 10일간의 여행이다 보니, 한 번은 코인세탁소(빨래방)를 이용해야 한다는 신랑의 말에

람블라거리의 르메르디앙 호텔로 이동한 첫날 코인세탁소를 이용다.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세탁소는 2.

처음 방문한 곳은

세탁기가 모두 사용 중이어서,

우리는 근처의 다른 세탁소로 이동하였다.

골목이 얼마나 많은지 움직이며 나는 무서움에 떨었다.


여기도 사람사는 곳인데,

왜 그토록 무서워했을까?


혹시, 소매치기가 나오면 어떡하지?


신랑이 덥수룩한 수염, 불뚝 나온 배, 큰키로 비주얼적으로는  현지인과도 밀리지 않게 생겼으니까 괜찮겠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세탁소로 향했다.


8시가 넘은 시간이고 10시 클로징 타임이라

충분한 시간이 아니었다.

게다가 세탁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오늘뿐이었다.


새롭게 발견한 세탁소는 좀 한적한 거리에 있었다.

총 7대의 세탁기 중에 한대도 안 돌아가고 있었고,

건조기 한대만 돌아가고 있었다.

더 무서웠다.

여긴 사람이 없는 이유가 외져서일까?

나는 계속 무서웠다.

무서워하는 것을 아는 신랑은 거리 밖을 두리번거리고 몇 발자국을 가더니, 나와바~

왜?

바로 옆이 책방이고 좀 더 가면 펍이야. 전혀 무서워할 필요가 없어.

나는 그제서야 안도하였다.


빨래 30분, 건조 30분

적어도 1시간이 소요될 거란 생각에 스페인 미술관 산책이라는 책 한 권을 챙겨갔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

급하게 빌리느라

2013년 발행 연도는 인지 못하고 목만 보고 골라왔다.

7개의 미술관이 소개되어 있었고,

나는 그 책을 앉아서 기 시작했다.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서 에어컨이 안 나오는 빨래방의 열기를 오롯이 느껴야만 했다.

불현듯 이 기분은 뭐지?

이런 걸 자유로움이라고 하는 건가?

더러운 것을 싫어하는 내가 이 찜찜함과 꿉꿉함을 느끼고 있었다.

상쾌함과 신선함을 좋아하는 내가!

스페인의 후덥지근한 공기를 느끼고 있다니.


맨살이 의자, 벤치 등에 닿는 것을 싫어함에도

나는 불편하지 않았다.

더운 날씨 탓에 도저히 긴바지는 입기 힘들어.

짧은 바지 짧은 치마를 입고 다니면서도 평소 같음 불편해서 시렁시렁댔을 터인데 그냥 다닌다.


끈적끈적한 다리를 척척 의자 위로 올려두는 나에게도 스페인에서 살게 되면 변화할 수 있단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걸 견디네.

아니면 단 며칠간이란 생각에 참아내는 건지도 모르겠다.

땀이 삐질삐질 나면서도 땀을 오롯이 느끼고 앉아 있다.


여긴 후덥지근 빨래방.

다시금 내가 어디에 있나 되새긴다.


한국에서도 빨래방은 사용한 적이 없는 신랑과 나는 세제도 넣지 않고 20분째 돌아가고 있는 빨래앞에서

세제 머신에서 세제를 구입해 넣을까 말까 고민다.

10분 남았는데~

그러면서 둘은 얘기한다.

우리는 동남아 체질이다.

많이 걷고 느끼는 것보다 휴식이 좋다고.

동남아를 가자고 하던 신랑을

굳이 스페인으로 끌고 온 나는

여전히 가이드 부려먹듯 그에게 100% 의지하면서 다닌다.

오늘도 택시만 10번은 탄 것 같다.

4명이 버스 타면 이 정도 가격은 나올 거야. 란 자기 합리화는 덤이다.


코인세탁소 골목과 나


나는 꾸덕꾸덕한 빨래방에서,

한적한 거리를 뒤로하고

그냥 나를 맡겨본다.


신랑이 있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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