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맘 상담소(육아 편)
19. 킥보드는 추억이라는 둘째 아이
나는 나이가 들어야
'추억'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나이가 상관없이
추억거리는 넘쳐난다. ^^
둘째 아들도
만 6년을 살면서 추억거리가
가득할 거란 건 몰랐다.
추억이란 단어가 이렇게
가슴속에 파고들 줄이 이야..
지난 6월,
우리 집엔 어쩌다 보니 킥보드가 5대가 되었다.
둘째 아들 거 4대, 큰아들 거 1대
우선, 킥보드는 우리 아들들의 발이다.
언제 어디서나 킥보드는 그들의 발이 되어 준다.
심지어 해외여행, 제주도, 가까운 공원 어디를 가던 그것들은 동행하게 된다.
둘째는 3살부터 킥보드를 타기 시작했다.
그래서 생애 첫 킥보드를 3살에 장만했다.
형아가 워낙 킥보드를 열심히 타고 다니니,
형아 따라쟁이는 킥보드를 사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바퀴 3개 달린 매우 안전한 킥보드를 하나 장만해줬다.
그리고 6살이 되었을 때,
생애 첫 킥보드가 작아져 버렸다.
유아용이었으니까.
그래서 하나를 더 장만했다.
기존 킥보드는 버리려고 했더니,
강아지 모양으로 생겨서
너무 귀여워서 버릴 수 없다고 했다.
하나 정도야 더 갖고 있어도
어려울 거 없으니
동의하에 강아지 모양 킥보드는 창고에 넣어두었다.
(다시 지난 6월)
둘째의 두 번째 킥보드가 망가졌다.
손잡이가 망가지고
브레이크가 말을 안 듣고
타고 다닐 순 있는데
불편해서 새것을 사고 싶단다.
불편하다고 하니,
우선 어머니께서 마음이 급하셨나 보다.
홈플러스 등 온라인마트에서 구입하면
늦어도 다음날까지는 배달이 됨에도 불구하고
RAZOR 2발 달린 킥보드를
쓰레기 수거함 근처에서 갖고 오셨다.
하필 누가 버렸나 보다.
둘째에게 우선, 당분간은 그걸 타라고 했더니
2발 달린 킥보드는 못 타겠단다.
바퀴가 3개인 킥보드만 탈 수 있다고 한다.
균형 잡기가 힘들다나 뭐래나..
어쩔 수 없이 아빠가
그다음 날 둘째 아들 조건에 부합한 킥보드를 구입하였다.
그다음 순서는 누가바도 기존의 킥보드를 버리는 것이다.
내 것 남의 것까지 2대의 버릴 킥보드가 생긴 것인데 이번에도 못 버리게 했다.
나도 실랑이하기 싫어 그냥 두었다.
그래서 현관 앞에는
자전거 2대, 킥보드 4대가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눈에 가시였다.
하지만 나도 점점 익숙해지더라.
그리고 대망의 9.8일 휴가를 내고
쌍방향 통신 첫날이라 겸사겸사
이거 저거 집안 정리를 했다.
가을이 오기도 했고 정리를 하겠다
마음먹으면 다 버려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탓도 있다.
그래서..
둘째 아들에게 말했다.
"둘째야.. 킥보드 이제 버리자.
현관 앞도 어지럽고 굳이 갖고 있어야 할 이유가 없어,
엄마는 버리고 싶어"
안된단다.
주워온 것도,
기존에 쓰던 것도,
현재 쓰고 있는 것도 버릴 수 없다고 한다.
무조건 안된단다.
이유 없이 그냥 안된단다.
그래서 방법을 바꿨다.
"네가 정당한 이유를 말하면 버리지 않겠다. "
답변은 뻔했다.
그냥 안된단다.
눈에 가시가 된 이상,
나는 버려야 했다.
그래서 집요하게 물었다.
버릴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서 말해달라고..
그랬더니, "추억"이란다.
뭔가 확실한 이유가 있어야 엄마가 안 버릴 거란 걸 알아서인지..
그럴싸한 답변, 전혀 예상 못한 답변을 주었다.
감성적인 나................
"추억"이라는데.. 어쩌냐..
그렇다면 창고에 이쁘게 싸서 넣어 놓자고 했다.
그럼 추억할 수가 없단다.
자기 눈에 보여야 추억할 수 있는데
눈앞에 사라지면 어떻게 추억하느냐고..
네가 추억하고,
내가 추억하고,
형하고 아빠에게도 창고에 있으니 추억하자고 말한다고 했다.
꺼내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고
우리 가족이 모두 알고 있으니 추억할 수 있다고 말이다.
그제야 둘째 아들이 승낙했다.
"알았어"
결국, 추억이 깃든 망가진 킥보드는 비닐에 봉해서
창고에 두고,
할머니가 주워온 킥보드는 추억이 없으니
버리자고 합의를 했다.
하루가 지나 생각을 해보니 둘째 아들의 말이 웃기다.
1학년 짜리에게
"추억"이 깃든 물건이 있으니 ,
버리지 말자는 것이
그리고
망가진 두 번째 킥보드는 창고에 넣으면서..
나는 보고 말았다.
그 녀석의 생애 첫 킥보드가 창고 안에 들어있는 것을..
첫 번째 킥보드가 아직도 살아있는지를.. 먼지가 뽀얗게 쌓여서 창고 깊숙한 곳에 있었다.
그것도 추억거리였을까?
나는 생각했다. "저것도 버려야 하는구나"
추억은 항상 잊히기 마련인데..
녀석의 이 추억은 언제까지 기억하려나..
벌써 생애 첫 킥보드가 잊혀 버린 거 같구먼..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