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단계로 가기 전에,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해 조직이 채비해야 할 것
이제 조직성장의 1단계부터 2단계, 3단계까지를 지나왔다.
앞서 본 3단계는 계획대로 실행되지도 않고, 조직 내에서 받아들여지지도 않아 지속적으로 수정과 개선이 반복된다는 것도 확인했다. 2단계까지는 리더가 리더십을 발휘하면 어느 정도 따라주었는데, 3단계는 그런 것조차 잘 먹히지 않는다.
이 시기를 보면, 마치 사춘기, 질풍노도의 시기와 같다. 반드시 겪어야 하는 혼란기인 것이다.
조직의 성장단계를 정의한 Larry Greiner의 표현을 인용하면,
이 시기는 "혁명의 시기(Revolution)"라고 할 수 있다.
조직이 안정적으로 진화를 거치다가, 어느 순간 근본적 재설계가 필요한 혁명기를 맞는다는 것.
마찬가지로 팀의 발달을 연구한 Bruce Tuckman의 표현을 빌리면,
이 시기는 "폭풍의 시기(Storming)"이다.
역할과 책임이 충돌하고 혼란이 증가하지만, 이 시기를 통과해야 비로소 진짜 협업이 시작된다.
"혁명의 시기(Revolution)"이자,
"폭풍의 시기(Storming)".
이것이 어쩌면 조직성장 3단계를 이해하기에 가장 적합한 말이지 않을까.
이처럼 3단계는 질풍노도와 같고, 이 시기를 제대로 통과한 조직만이 4단계의 성숙을 맞이한다.
협업이 자연스럽고, 리더십이 안정되고, 조직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는 성숙한 어른. 그 단계로 가기 위해 3단계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조직성장 4단계는 사춘기를 보낸 어른처럼, 마치 조직성장의 단계 중 '르네상스'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이 르네상스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 3단계에서 세 가지 뼈대를 제대로 세워야만 가능하다.
3단계를 통과하면서 조직은 복잡성을 경험했다.
그러나 4단계의 성숙으로 가려면, 이 복잡성 속에서 세 가지 초석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2021년 11월, 카카오페이가 상장했다. 국내 핀테크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상장 직후, 경영진들이 고점에서 주식을 대량 매도했다. 주가는 급락했다.
더 나아가 국내 스타트업 IPO 시장 전체에 불안감이 고조되기 시작했다는 기사들이 등장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유는 역설적으로 카카오를 성장시킨 그 문화에 있었다.
카카오는 각 계열사의 자율을 존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 회사가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것을 믿고 맡긴 자율이었다. 이는 혁신과 속도를 위한 좋은 의도였고, 그러한 조직 전체에 대한 방침이 카카오가 급성장한 토대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의 근원은 바로 그 그룹을 성장시킨 "자율"에 있었다.
카카오는 이후 거버넌스 체계를 수립하고 내부 정비에 나섰다. 각 계열사의 자율은 유지하되, 그룹 전체의 평판과 윤리적 책임에 대한 기준은 명확히 세우려는 방향으로 보인다.
거버넌스는 통제가 아니라, 자율이 건강하게 작동하도록 만드는 최소한의 가드레일이다.
도로의 차선처럼, 차선을 없애는 것이 자유가 아니라 오히려 혼란이다.
구글이 20% 자유 시간을 부여하면서도,
OKR로 전사의 목표를 철저하게 정렬시키려고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방향이 없는 자율은 각자도생으로 흩어질 뿐이라고 봤다. 강제 없이 목표 하나로 조직 전체를 같은 방향으로 묶은 것이다. 개인의 20% 자율 안에서 피어나는 열정과 회사의 방향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지점을 찾도록 설계했고, 그 결과 Gmail, Google News, AdSense가 탄생했다.
조직에서의 자율은 구조 안에서만 지속 가능하다.
Greiner가 말한 3단계의 혁명기를 넘어서려면, 자율과 정렬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세워야 한다.
이 시기에 전사 목표와 팀 목표의 연결고리를 놓치면, 4단계의 조직에서는 부서 이기주의가 더욱 뿌리 깊게 자리 잡게 된다.
"개발팀 김 부장이랑 영업팀 이 부장이 절친이거든요. 둘이 술도 자주 먹고, 서로 믿으니까 일도 잘 되는 거죠."
그런데 개발팀 김 부장이 갑자기 이직을 하게 된다면...?
관계로 유지되던 협업은, 사람이 바뀌면 이전과 같은 결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것이 팀 발달을 연구한 Tuckman이 말한 Storming 단계의 본질이다.
개인적 관계에 의존하던 팀은, 사람이 바뀌거나 규모가 커지면 다시 충돌과 혼란을 겪는다.
4단계 조직이 "협업이 자연스럽다"는 이유는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뿐만 아니라, 협업을 가능하게 만드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들이 있어도 개개인의 역량에만 의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반드시 함께 존재해야 한다. 최소한 다음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명확한 역할과 책임
데이터로 말하는 문화
정례화된 조율 회의
투명한 피드백 구조
이런 것들이 작동하면, 협업은 개인의 선의가 시스템과 프로세스로 담겨 조직의 체계로 유지된다.
3단계에서 이것을 구조화하지 않으면, 4단계에서는 더욱 복잡해진 관계 속에서 협업과 조율의 난관을 마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성숙한 조직으로의 성장은 자율을 지켜주는 거버넌스, 방향을 잃지 않게 하는 정렬, 그리고 관계를 구조로 전환한 신뢰 위에서 지속될 수 있다.
조직은 한 번 성숙했다고 해서, 영원히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지 않는다.
오히려 성숙한 뒤에야 비로소 진짜 질풍노도의 시기가 찾아온다.
3단계를 지나며 우리는 리더십, 구조, 제도라는 조직의 기초 체계를 세운다.
하지만 그 체계가 안정되고, 구성원과 리더 모두가 어느 정도 ‘익숙함’을 느끼기 시작할 때,
조직은 다시 한번 불안정한 변곡점을 맞이한다.
이 시기의 혼란은 이전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제는 ‘무질서 속의 성장통’이 아니라, 안정된 틀을 넘어서야 하는 내적 전환의 위기다.
조직이 스스로 만든 구조의 한계를 마주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2007년, 노키아는 전 세계 휴대폰 시장의 40%를 장악했다.
그러나 그 최절정기에 오른 지 불과 6년 만에 사업부를 매각하며 사실상 시장에서 사라졌다.
문제는 애플의 아이폰이 아니었고, 내부에 있었다.
노키아의 몰락은 기술이 아니라 조직문화와 리더십의 실패에서 비롯됐다.
당시 경영진은 위기의 조짐을 알고 있었지만, 조직 내에는 공포 분위기가 만연했다. "나쁜 소식은 올리지 않는 문화"가 자리 잡았고, 중간관리자는 불이익을 우려해 솔직한 보고를 피했다.
최고경영진은 외부 위기를 체감했으나 이를 분석할 핵심역량이 부족했고, 중간관리자들은 자신의 신분과 지위에 대한 불안만 키웠다. 소통 통로가 단절되어 솔직한 대화가 불가능했다.
결국 경영진은 현장의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대처하지도 못했다.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은 늦어졌고, 스마트폰으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전략적 판단도 밀리게 되었다.
중요한 정보가 의사결정의 중심까지 제대로 올라가지 않자, 리더십 팀은 현황을 오판했고 판단의 기준이 흔들렸다. 그 결과 의사결정 체계(거버넌스)가 제때 작동하지 못했다. 각 부문은 각자의 기준으로 움직이며 조직의 정렬이 흐트러졌고, 리더와 구성원 간의 신뢰 체계도 서서히 무너져갔다.
노키아의 문제는 3단계에서 이미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조직이 복잡해지기 시작했을 때, 그 복잡성을 다룰 운영 원리와 기반을 충분히 세우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래서 4단계로 넘어가면서 그 문제는 증폭되었고, 결국 최절정기에서 급속도로 사업 전환을 이루지 못한 채 무너졌던 것일지도 모른다.
노키아의 실패는 기술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INSEAD의 Huy와 Aalto 대학의 Vuori가 76명의 임직원 인터뷰를 통해 밝혀낸 것처럼, 조직이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구조가 된 것이 더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다가올 조직성장의 4단계는 단순한 안정기가 아니다.
조직이 처음으로 ‘지속가능한 성숙’을 고민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리더십, 제도, 가치관이 균형을 이루며 조직이 하나의 ‘시스템으로서의 일상’을 만들어간다.
하지만 이 단계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3단계에서 겪은 혼란 속에서 교훈을 체계로 전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카카오는 카카오페이 IPO 이후 그룹 차원에서 거버넌스 체계를 다시 세우고, 윤리적 판단과 책임 구조라는 내적 질서를 재정비하는 과정을 밟았다.
노키아뿐만 아니라 수많은 성숙기의 조직들이 반복되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마주하며 재정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가 살면서 사춘기와 같은 시기를 겪듯이, 조직도 사춘기를 겪으며 성장한다.
그 혼란을 내적 에너지로 전환해 조직 안의 신뢰를 구조화하고 체질로 만들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직은 같은 혼란을 반복하게 된다.
Greiner, L. E. (1972). "Evolution and Revolution as Organizations Grow", Harvard Business Review
Tuckman, B. W. (1965). "Developmental Sequence in Small Groups", Psychological Bulletin
Vuori, T. O., & Huy, Q. N. (2016). "Distributed Attention and Shared Emotions in the Innovation Process",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 노키아 조직 실패 연구
구글의 OKR 운영 사례 (Laszlo Bock, Work Rules!, 2015)
이투데이, 〈카카오페이, 경영진 지분 매도 소식에 약세〉, 2021.12.13
Greiner의 성장 모델
Larry E. Greiner가 1972년 제시한 조직 성장 단계 모델. 조직은 안정적 진화(Evolution) 이후 필연적으로 위기(Revolution)를 맞으며, 이를 극복해야 다음 단계로 성장한다. 3단계 위기는 '통제의 위기'로, 개별 조직의 자율과 전사 차원의 통제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시기다. 이 위기를 통과하지 못하면 4단계의 성숙으로 나아갈 수 없다.
Tuckman의 팀 발달 단계
Bruce W. Tuckman이 1965년 제시한 소집단 발달 모델. Forming(형성) → Storming(혼란) → Norming(안정) → Performing(성과)의 4단계를 거친다. Storming 단계는 역할 충돌과 혼란이 발생하지만, 이를 넘어서야 진짜 협업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