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문화는 구조위에서 자란다

5가지 원리 ② - 가시화, 동기, 그리고 성장단계

by Serena

"Culture eats strategy for breakfast."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에게서 비롯된 이 말은, 아무리 훌륭한 전략이라도 조직문화가 받쳐주지 않으면 실행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상징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정작 많은 조직들이 문화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도, 회사가 지향하는 문화와 구성원이 실제로 체감하고 행동으로 드러내는 문화 사이의 간극을 깊이 들여다보지 않는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보자.

그 강력한 문화는 대체 어디서 오는가?

문화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조직체계, 보상, 승진, 평가 같은 인사제도, 의사결정 방식, 공간 배치 같은 구조적 요소들이 구성원의 행동을 이끌어내고,
그 행동들이 쌓여 문화로 굳어진다.


결국 조직이 의도하는 문화를 구성원이 실제로 체감하고 실천하게 하려면, 그에 맞는 구조와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래야 문화가 단단하게 내재화되고, 그 문화가 전략을 실행하게 만든다.

구조 없는 문화는 공허한 선언에 그친다.


먼저 알려둘 것은,

이 글에서 다루는 5가지 원리는 저자가 다양한 조직에서 구조를 설계하고 실행하며 발견한 공통된 패턴들 중 주요한 이론과 경험들을 정리한 것이라는 점을 참고해 주길 바란다.


지난 2회 차에서는 앞선 세 가지를 살펴봤다.

구조가 행동을 설계하고(원리 1),

전략을 실행하게 만들며(원리 2),

신뢰와 협력의 기반이 되는 것(원리 3).

명확한 구조가 오히려 자발적 협력을 촉진한다는 역설도 확인했다.


이번 3회 글에서는 나머지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원리를 다룬다.

구조가 문화를 가시화하는 방식(원리 4)과,

성장과 동기를 지속시키는 메커니즘(원리 5)을 살펴볼 것이다.

하지만 그전에, 이 두 개의 원리가 왜 중요한 지부터 짚고 가보자.


구조가 행동을 만들고, 그 행동이 반복되며 쌓일 때, 비로소 문화는 그 위에서 자라난다.

문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선언한 가치를 지속적으로 전하고,
실제 행동에서도 보여주며
조직의 구조 속에 일관되게 녹아들 때
비로소 문화는 서서히 자라고 단단해진다.


즉, 문화는 '구조 위에서 자라는 유기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다룬 세 가지 원리(행동, 전략, 신뢰)가 개인의 움직임과 관계의 틀을 다뤘다면,

이번 원리 4와 5는 구조가 문화를 어떻게 가시화하고 지속시키는가에 집중한다.

이 두 원리는 문화를 '유지하는 힘'이자, 조직이 스스로를 진화시키는 방식이다.

조직문화 연구의 대가인 에드거 샤인(Edgar Schein)과 심리학자 매슬로우(Abraham Maslow)의 이론을 통해, 구조가 어떻게 조직의 가치를 드러내고 구성원의 성장 욕구를 충족시키는지를 살펴보자.


원리 4: 구조는 문화를 눈에 보이게 한다


"인공물(Artifacts)이 문화를 말한다"


MIT 경영대학원의 에드거 샤인(Edgar Schein)은 조직문화를 세 층으로 구분한 것으로 세 층은 각각 다음과 같다.

첫째, 가장 깊은 곳에는 구성원들이 무의식적으로 당연하게 여기는 '기본 가정'이 있다.

"우리는 항상 고객을 먼저 생각한다"처럼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아는 것들이다.

둘째, 그 위에 회사가 공식적으로 말하는 '가치와 신념'이 있다.

"고객 중심", "혁신"같은 선언된 핵심가치가 여기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표면에는 조직도, 사무공간, 회의 방식, 보고서 양식처럼 눈에 보이는 '인공물(artifacts)'이 있다.


샤인이 강조하는 핵심은,

조직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는 단순한 선언문이나 가치 문구가 아니라,

구성원이 실제로 경험하는 구조와 행동 패턴을 통해 드러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회의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사무공간이 어떻게 설계되어 있는지, 보고서와 시스템이 어떤 규칙을 담고 있는지를 보면, 조직의 우선순위와 믿음을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조직이 진짜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말이 아니라 구조가 보여준다.

구성원들은 이 구조 속에서 일하며, 조직의 가치와 문화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몸으로 체득하게 된다.

구조와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행동 패턴이 쌓일 때, 비로소 조직문화는 단순한 선언이 아닌, 구성원이 느끼고 행동으로 이어지는 진짜 문화로 존재하게 된다.

구조는 문화를 드러낸다: 픽사와 넷플릭스가 보여주는 방식


조직문화는 선언문이나 가치 문구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샤인이 강조한 것처럼, 조직이 진짜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구성원이 실제로 경험하는 구조를 통해 드러난다.

회의 방식, 제도와 규정. 심지어 공간 배치까지, 이런 것들이 모여 조직의 진짜 가치를 말해준다.


픽사: 공간이 협업을 설계하다

스티브 잡스와 에드 캐트멀은 '우연한 만남'이 혁신의 씨앗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모든 동선이 중앙 아트리움으로 모이도록 건물을 설계했다.

카페테리아, 회의실, 우편함, 심지어 화장실까지 중앙에 배치해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마주치게 만들었다.

직원들은 자신의 큐비클을 개성 있게 꾸밀 수 있었고, 캐트멀과 존 래세터의 사무실은 메인 층 중앙에 위치해 누구나 쉽게 찾아올 수 있었다.

사실 2006년 디즈니가 픽사를 인수했을 때,

캐트멀이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처음 방문해서 그가 본 것은 4개 층에 걸쳐 분리된 팀들,

접근하기 어려운 임원 사무실, 텅 빈 책상과 차가운 벽이었다.

캐트멀은 디즈니의 창의성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공간 구조에 있었다고 판단을 했고, 사무실의 구조를 바꾸기 시작했다.

협업하는 팀을 가까이 배치하고, 자신의 사무실을 메인 층 중앙으로 옮겼다.

회의실 테이블도 원형으로 바꿨다. 직사각형 테이블은 끝자리에 앉은 사람의 참여를 가로막는다는 판단에서였다.

이후 변화는?

볼트, 탱글드, 겨울왕국, 코코가 연이어 흥행에 성공했다.

공간이 바뀌자 창의성이 되살아났다. 물론 리더십과 브랜드 DNA도 중요하게 작용했겠지만, 공간 구조가 바뀌지 않았다면 그 어떤 변화도 시작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넷플릭스: '정책 없음'이라는 구조

넷플릭스의 접근은 당시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그야말로 매우 센세이션 했고, 신선했다.

2009년 발표된 문화 덱(Culture Deck)은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문서가 되었다.

그 문서에 나오는 여러가지 중 휴가 정책은 단 두 단어로 되어 있다.

"Take vacation."

경비 사용 원칙은 다섯 단어로 되어 있다.

"Act in Netflix's best interests."


복잡한 규정도, 승인 단계도, 상한선도 없었다.

직원을 성인으로 대하고 판단을 맡긴다.

대부분 회사가 3%의 문제 직원 때문에 97%의 성실한 직원까지 통제하는 복잡한 정책을 만드는 것과 상반되는 모습인데,

넷플릭스는 책임감 있는 성인을 채용하고, 그들을 신뢰한다는 가치를 '정책 없음'이라는 구조로 보여준 것이다.


가치가 제도로 전환될 때, 문화는 선언이 아닌 실제가 된다.

픽사의 중앙 아트리움은 "협업"을, 넷플릭스의 단 두 단어 휴가 정책은 "신뢰"를 말한다.


구조와 시스템, 제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아무리 멋진 가치를 선언해도, 그것을 뒷받침하는 구조가 없으면 구성원들은 믿지 않는다.

구조는 조직이 진정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드러낸다.

그리고 구성원들은 그 구조 속에서 일하며 조직의 진짜 문화를 몸으로 느끼고 배운다.


원리 5: 구조는 성장과 동기를 지속시킨다


"구조는 통제의 장치가 아니라 성장의 토양이다"


조직 내 ‘구조’라고 하면 흔히 조직도, 공간 배치만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구조는 훨씬 포괄적인 의미이다.

회의 방식, 의사결정 프로세스, 보고서와 정보 시스템, 권한 위임, 평가 제도, 심지어 구성원 간 상호작용까지—조직에서 행동과 경험을 만드는 모든 인공물을 포함한다.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우(Abraham Maslow)는,

인간이 단순히 생리적·안전 욕구만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소속감, 존경, 그리고 궁극적으로 자아실현(Self-actualization) 욕구를 통해 동기를 발현한다고 설명했다.

조직의 구조가 효율이나 통제만 목표로 삼으면,

구성원이 성장할 여지가 없어지고 문화는 쉽게 정체된다.

매슬로우의 관점에서 보면, 조직은 구성원이 ‘안전’ 단계에서 ‘성장’ 단계로 옮겨갈 수 있도록 돕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즉, 구조는 통제의 도구가 아니라, 성장의 토양이 되어야 한다.


구조가 성장과 동기를 지원하는 3가지 방식

개인 코칭이나 격려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조직의 구조들이 구성원의 성장과 동기를 뒷받침해야 한다.

잘 설계된 구조는 다음 세 가지 방식으로 이를 가능하게 한다.


1) 성장 기회 제공과 자율성 확대

단순 반복 업무만 주어지고 새로운 도전이 막히면, 구성원은 금세 상위 욕구를 채우기 어렵다.
하지만 프로젝트 참여, 권한 위임, 사내 이동 제도 같은 구조가 있으면, 구성원은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경험을 쌓으며 성장할 수 있다.
구조가 성장의 토양이 되어, 구성원이 스스로 도전하고 배우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2) 공정한 인정과 보상 시스템 구축

사람은 자신의 성취가 제대로 인정받을 때 동기가 생긴다.

매슬로우가 말한 ‘존경의 욕구’가 여기에 해당한다.
명확한 평가 기준과 역할·기여 중심의 보상 제도는 구성원이 “내 일이 제대로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며, 성취동기를 자연스럽게 자극한다.
구조가 바로 인정과 보상을 공정하게 만드는 장치가 되는 셈이다.


3) 명확한 피드백과 성장 경로 제시

사람은 자신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
정기적이고 건설적인 피드백과 개인 성장 단계에 맞춘 경력 개발에 대한 가능성은 구성원이 자신의 위치와 성장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목표 지향적 행동을 유도한다.
즉, 구조가 구성원의 ‘성장 지도’ 역할을 하며, 동기와 몰입을 지속시킨다.


조직 안의 사람은 잘 설계된 구조 속에서 자란다.

구성원의 근본적인 성장 욕구를 이해하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조직 내 구조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것이 바로 문화가 지속되는 힘이다.


그럼, 우리 조직에는 지금 어떤 구조가 필요한가?


성장단계에 따른 구조의 진화


지금까지 다룬 구조가 문화를 만드는 5가지 원리를 정리하면,

행동을 설계하고,

전략을 실행하며,

신뢰와 협력을 만들고,

문화를 눈에 보이게 하며,

구성원의 성장과 동기를 북돋운다는 점이다.

결국 구조는 단순한 틀이 아니라, 조직 문화를 지탱하는 근본적인 힘이다.


그러자면, 여기서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조직에는 지금 어떤 구조가 필요한가?"


조직의 규모가 커질수록, 같은 조직문화를 추구하더라도 다른 구조를 요구한다.
10명의 조직과 300명의 조직이 같은 구조를 쓸 수는 없다.


창업 초기의 스타트업과 성숙기에 접어든 중견기업이 똑같은 평가 제도를 쓸 수는 없다.

조직의 성장 단계에 따라, 필요한 구조는 달라진다.


경영학자 래리 그라이너(Larry Greiner)는 1972년 그의 유명한 논문 "Evolution and Revolution as Organizations Grow"에서 조직이 성장하면서 겪는 단계별 위기와 그에 따른 조직의 구조적 변화를 발표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조직은 성장하면서 필연적으로 구조적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에도 다양한 조직의 진화하는 모습들에서 그의 이론을 발견할 수 있다.


창업기에는 유연성과 속도가 생명이다.

구조는 최소화하고, 모든 것을 빠르게 결정하고 실행한다.

10명 규모의 스타트업은 창의적 혼란 속에서 '즉흥의 문화'로 움직인다.

하지만 조직이 커지면서 혼란이 생긴다.

누가 무엇을 하는지 불분명해지고, 중복과 누락이 발생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질서'를 만드는 구조다.


성장기에 접어들면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기본적인 프로세스와 제도를 갖춰야 한다.

구조의 본격적인 도입이 시작된다.

300명 규모의 조직은 명확한 프로세스와 책임 구조를 갖추어야 지속된다.

하지만 이 구조가 너무 강해지면, 이번엔 경직성이 문제가 된다.

모든 것을 통제하려다 보면 구성원들의 자율성이 억제되고 혁신이 사라진다.


그래서 다음 단계에서는 '위임'과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로 진화해야 한다.

창업기에는 자율이 문화를 키우지만, 성장기에는 '명확한 역할과 원칙'이 문화를 보호한다.

이 시점에서 구조는 억압이 아니라 안정적 성장의 틀이 된다.

따라서 리더는 구조를 고정된 틀로 두기보다, 조직의 성장 단계에 맞게 '진화하는 생태계'로 바라봐야 한다.


결국, 조직은 성장 단계별로 필요한 구조가 다르고, 그 구조를 제때 바꾸지 못하면 조직은 성장통을 겪게 된다.


5가지 원리가 만드는 문화


2회와 3회 글을 통해 조직에서 구조가 문화를 형성하는 5가지 원리를 모두 살펴보았다.

중요한 것은 이 다섯 가지 원리는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하고 강화하며 조직 문화를 형성한다는 점이다.


가령, 평가 제도를 설계할 때, "이 구조가 어떤 행동을 유도할까?"를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구조가 우리 조직의 어떤 가치를 드러내는가?",

"이것이 구성원의 성장 욕구를 충족시키는가?"까지 고민을 해봐야 한다.

결국 구조들이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조직은 비로소 지속 가능한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구조는 조직의 성장 단계에 따라 끊임없이 진화해야 하며, 그 구조를 설계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우리 조직의 구조는 지금 어떤 문화를 만들고 있는가?

우리가 원하는 문화와 일치하는가?

구성원들이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는가?

만약 선뜻 “그렇다”라고 답하기 어렵다면, 지금이 바로 구조를 점검할 시점이다.


다음 회차에서는 성장 단계별 조직 구조, 나타나는 성장통,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다음 글 예고

조직 성장 1단계: 창의성을 구조로 전환할 때 혼돈의 신호를 읽고, 최소한의 질서를 설계하는 법


지금까지는 구조가 조직문화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 원리를 살펴보았다면,

이제는 실전이다.

4회 차부터는 조직의 성장 단계별로 실제 현장에서 마주하게 되는 구체적인 현상들을 들여다보고,

각 단계에서 조직이 직면하는 기회와 성장통은 무엇인지,

그 신호를 어떻게 읽어낼 것인지,

그리고 그에 맞는 구조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위 글의 참조 및 참고자료


원리 4,5의 이론

Schein, E. (1985). Organizational Culture and Leadership. - 문화의 3층 구조

Maslow, A. (1943). "A Theory of Human Motivation". Psychological Review. - 욕구 단계 이론

Greiner, L. (1972). "Evolution and Revolution as Organizations Grow". Harvard Business Review. - 조직 성장 단계


주요 사례 및 연구

Netflix Culture (https://jobs.netflix.com/culture) - 문화와 시스템의 일치 Boston Consulting Group (2024). "Psychological Safety Levels the Playing Field for Employees." - 심리적 안전과 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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