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만든 조직의 격(格) - ① 윤리. 가치관

조직에도 로마법이 있다

by Serena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대개는 새로운 조직에 들어온 사람이 적응의 어려움을 이야기할 때, 혹은 설명하지 않아도 그 조직만의 공통된 분위기가 느껴질 때 종종 쓰이곤 한다.

모든 조직에는 보이지 않는 법이 있기 마련이다.

명문화되지 않았어도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기준. 일을 대하는 태도, 의사결정의 습관, 무엇을 당연하게 여기고 무엇을 넘지 않는지에 대한 집단적 감각 - 오랜 시간의 선택이 축적되어 만들어진 그것이 조직의 '로마법'이다.

법, 제도와 규정 등은 그렇게 축적된 수많은 집단적 감각 중 "명문화가 필요한 최소한을 문자로 붙잡아 놓은 것"에 불과하다. 무수히 많은 상황과 판단을 제도가 모두 끌어안을 수는 없다.

제도가 닿지 않는 그 너머의 공간에서는 오랜 시간 축적된 집단적 감각—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공유하게 된 판단의 기준—이 작동한다.

규정으로 설명되는 상황이 아니라, 규정 밖의 회색지대에서,

명확한 위반이 아니라 가치와 가치가 충돌하는 순간에 원칙과 예외의 미묘한 경계 사이에서 조직 안의 축적된 판단들이 나타난다.

사람에게 성격이 있듯, 조직에도 성향이 있다. 매일의 작은 선택, 위기 속에서의 큰 결정—그 모든 판단이 시간을 두고 쌓이면서 조직의 격(格)이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그 격은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이 글에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다룰 것이다.

윤리: 절대 넘지 않을 선

가치관: 딜레마 상황에서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

거버넌스: 그 기준이 실제 의사결정의 순간에 일관되게 작동하도록 만드는 구조

이 중 윤리와 가치관은 앞서 말한 조직의 '로마법'에 해당한다. 오랜 시간 축적된 집단적 판단의 기준과 감각—명문화되기 이전부터 조직 안에 흐르고 있는 것들이다. 이번 회에서는 이 두 가지를 깊이 들여다보고, 다음 회에서는 이를 구조화해서 실제 의사결정 프로세스로 만든 거버넌스를 다룰 것이다.

이제, 우리 조직의 '로마법'에 대해서 들어가 보겠다.


윤리 — 절대 넘지 않는 선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윤리란, 옳고 그름의 잣대가 되는 기준이다.

나쁜 짓을 하지 않는 것, 거짓말하지 않는 것,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 개인의 차원에서는 그것으로 충분할 수 있다.

그러나 조직, 특히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게 윤리는 조금 다른 질문이다. 개인에게 윤리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의 문제라면, 조직에게 윤리는 "어디까지 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에 가깝다. 단지 옳은 일을 하자는 선택이 아니라,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넘지 않을 선을 어디에 그을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 된다.

그리고 그 선택은 개인의 도덕성에만 기대는 것이 아니라, 조직 안에서 집단의 선택 기준으로 작동한다.

이 선택을 해도 되는가, 이 선택은 선을 넘는 것 아닌가—이 판단이 사람마다 다르지 않고 조직 전체에서 일관되게 작동할 때, 비로소 조직의 윤리가 된다. 그 기준이 명확한 조직과 모호한 조직은, 비슷한 상황에서도 전혀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조직 안에서 윤리의 이런 모습은 피터 드러커의 저서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는 고대 의학 윤리에서 유래한 오래된 원칙을 경영자의 윤리로 끌어들였다.

"Primum non nocere"—먼저, 해를 끼치지 말라.

의사에게 요구되던 이 원칙을 그는 경영자를 포함한 모든 공적 책임을 지는 전문직의 기본 윤리로 확장했다. "조직의 판단과 행동이 구성원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늘 의식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것이 그가 말한 책임 윤리의 출발점이다.

조직 윤리란 결국 절대 넘지 않을 선을 명확히 하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피터 드러커, 『Management: Tasks, Responsibilities, Practices』, 1973)


그런데 조직 안에서 윤리는 개개인의 도덕적 의지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같은 사람이라도 어떤 환경에 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선택을 한다. 옳은 선택이 손해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 옳지 않은 선택이 자연스럽게 제동이 걸리는 환경—그 안에서 사람들은 더 일관되게 윤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된다. 윤리가 강한 조직은 윤리적인 사람만 뽑아서가 아니라, 비윤리적 선택이 자연스럽게 통제되고 불리해지도록 설계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다만, 그 구조가 얼마나 단단한지는 평상시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일이 순조롭게 흘러갈 때, 성과가 좋을 때, 모두가 만족할 때는 윤리를 거론할 필요가 없다.

윤리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오히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일상의 순간들이다.

명확한 규정도 없고, 딱 잘라 옳고 그르다 말하기도 어려운데, 눈앞에 놓친 이익이 아른거리거나 붙잡고 싶은 선택이 생기는 바로 그 순간이다.

예를 들어 매출 압박이 커지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영업팀이 제품 기능을 실제보다 조금 더 좋게 설명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사소한 과장처럼 보인다. 누구도 문제 삼지 않는다. 그러나 그 작은 예외가 반복되면서, 어느 순간 그것은 문제로 인식되지 않는 관행이 된다. 결국 고객 불만과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지만, 그 시작점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윤리가 무너지는 것은 대개 극적인 위반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선을 넘는 순간이 아니라, 작은 예외 하나가 묵인되고, 그것이 반복되면서 어느새 기준이 되어버리는 과정 속에서 일어난다. 처음의 그 작은 선택이 문제였다는 사실을 나중에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고객에게 불리한 정보를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할 것인가,

성과가 좋은 직원의 작은 규정 위반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관행처럼 굳어진 접대 문화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등.

이런 결정들은 하나하나는 사소해 보이지만, 쌓이면서 조직의 실제 기준이 된다.

구성원들은 그러한 결정들을 통해 이 조직이 실제로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 지켜야 할 선을 어떻게 긋고 있는지를 학습한다. 그리고 그렇게 학습된 암묵적 기준은 어떤 문서보다 강력한 정서적 결속력을 갖게 한다.


이와 관련해 1982년 시카고에서 발생한 타이레놀 사건은 조직의 원칙이 위기 앞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Johnson & Johnson은 제품 오염 가능성이 확인되자 즉시 전국의 제품 3,100만 병을 회수했다. 막대한 손실이 예상되는 결정이었다. 회수 범위를 최소화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그러나 회사는 다른 선택을 하지 않았다. 그 판단의 근거는 "우리의 첫 번째 책임은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에게 있다"는 Credo의 원칙이었다. 이 사건 이후 구성원들은 위기 속에서 회사가 무엇을 우선하는지 직접 보았고, 단지 문장이 아니라 조직 안에서 실천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 경험은 이후 조직의 판단 방식에 오랫동안 영향을 미쳤다.


원칙을 일관되게 지키는 것이 실제로 어떤 결과를 만드는 가에 대해서는, 짐 콜린스와 제리 포라스가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서 6년간 수행한 연구에서도 단서를 찾을 수 있다.

그들은 18개의 장수 기업을 동종의 비교 기업과 짝지어 장기 성과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높은 성과를 오랫동안 유지한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핵심 이념을 분명히 하고 그것을 일관되게 지켜왔다는 특성이 있었다. 단기적으로 불리해 보이는 순간에도 원칙을 흔들지 않은 조직이, 시간이 쌓이면서 결국 더 강해졌다는 것이다.

조직의 윤리는 선언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반복된 선택의 결과인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들이 쌓이면서 구성원들에게 보이지 않는 기준이 된다. 시간이 만드는 조직의 격은, 바로 그 선이 어디에 그어져 있는가에서 드러난다.


가치관 — 우리가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하는 것이 윤리라면, "우리가 지향하는 것"을 정하는 것이 가치관이다.

철학에서는 윤리가 가치관을 포함하는 더 넓은 개념이지만, 조직 안에서 이 둘은 서로 다른 기능을 한다.

윤리는 금지선이고, 가치관은 나침반으로 볼 수 있다.

윤리는 "여기까지는 절대 안 된다"는 경계를 만들고,

가치관은 그 경계 안에서 수많은 선택지 사이에 방향을 제시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많은 의사결정은 옳고 그름이 명확하지 않다.

둘 다 옳지만 동시에 할 수 없을 때, 둘 다 중요하지만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바로 이럴 때 가치관이 의미를 갖는다. 가치관은 매 선택의 순간에 작동하는 판단 기준이다.

가치관이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때로는 조직에 파급을 주는 고통의 순간일 때도 있다.

조직을 운영하다 보면 조직 전체를 위해, 눈앞의 여러 희생을 두고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일본항공(JAL) 회생을 맡았던 이나모리 가즈오는 이를 두고 "소선(小善)은 대악(大惡)에 닮아있고, 대선(大善)은 비정함과 닮아있다"라고 말했다. 눈앞의 관계나 감정에 머물러 내리는 선택이 조직 전체에는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고, 반대로 조직의 지속을 위한 판단은 때로 냉정해 보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나모리는 JAL 회생 과정에서 이 원칙을 직접 실행했다. 파산 직전의 회사를 살리기 위해 그는 전체 인력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15,700명의 인력 감축을 단행했다. (이나모리 본인도 훗날 "구조조정은 정말 비극이었고, 직원들의 사기가 어떻게 될지가 가장 큰 걱정이었다"라고 말했다.)

눈앞의 직원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는 것이 소선이라면, 회사 전체가 무너져 모든 직원이 일자리를 잃는 것은 더 큰 악이 된다. 당장은 냉정해 보이는 그 선택이 결국 조직 전체를 살리는 대선이었다.

가치관은 좋은 시절에 단지 선언이 되지만, 바로 이런 순간에 증명이 되어버린다.


이 사례로 여기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가치관의 본질이다.

가치관은 조직이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분명히 하고, 그 기준에 따라 선택하도록 만든다. 그 기준이 있을 때, 조직의 판단은 상황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다. 반대로 가치관이 없으면, 조직의 결정은 매번 다른 기준에 의해 내려지고, 구성원들은 무엇이 중요한지 알 수 없게 된다.


그래서 가치관은 선언되는 순간보다, 선택되는 순간에 그 실체가 드러난다.

다시 말해 조직의 가치관은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무엇을 위해 실제로 선택하느냐에서 드러난다.

가령, 많은 조직이 "사람 중심"이라는 가치를 내세우지만 비용 절감이 필요한 상황이 오면 교육비부터 삭감한다거나, "워라밸을 중시합니다"라고 채용 공고에 쓰면서 실제로는 야근과 회식을 당연시하는 문화를 유지하곤 한다. 그리고 "고객 최우선"을 외치면서도 정작 고객 서비스팀의 예산은 가장 먼저 줄이기도 한다.

이런 말과 조직의 실행 간 불일치가 많아질수록 구성원들은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관에 대해 냉소적인 시선을 갖게 된다. 가치관이 선언에 머물면 허울만 좋을 뿐, 지속적인 불일치는 조직에 대한 신뢰는 물론 조직 안에 가치관이 내재화되기 어렵게 된다.


그렇다면 가치관을 실제로 작동하게 만드는 조건은 무엇일까.

최근까지도 많이 회자되었던 두 사례를 함께 보면, 가치관을 내재화하면서 조직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어디서 오는지를 알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의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은 가치관을 정립하고 내재화하는 그 과정 자체가 주목할 만하다. 창업자 한 사람의 생각이 아니라, 경영진과 각 분야 리더들이 오랜 기간 워크숍을 거치며 "우리는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를 함께 고민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급성장하는 조직 안에서 누구나 같은 기준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지향하는 바를 구체적인 문장으로 써내고 그 풀이까지 담았다.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규율 위에 세운 자율적 문화를 지향한다는 선언이다. "잡담을 많이 나누는 것이 경쟁력이다"—소통이 성과라는 확신을 일상의 언어로 바꾼 문장이다. "책임은 실행한 사람이 아닌 결정한 사람이 진다"—권한과 책임의 구조를 명확히 하는 원칙이다. "일을 시작할 때는 목적, 기간, 예상 산출물, 공유 대상자를 생각한다"—내일 당장 회의 전에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이다. 추상적 가치를 일상의 행동 언어로 번역한 것이다. 모두가 같은 기준을 알고 있기 때문에 판단의 효율이 높아지고,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우왕좌왕하지 않고 같은 방향을 향해 달려갈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경영진은 '우수타(우아한 수다 타임)'라는 현장 소통 자리를 직접 운영하며, 이 가치관이 실제로 잘 작동하고 있는지를 구성원들과 함께 확인하고 대화했다. 선언을 만드는 것과, 그것이 살아있는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두 가지가 함께 있었기에 가치관은 문서 안에 머물지 않고 조직 안에서 실제로 작동할 수 있었다. 우아한형제들의 빠른 성장 이면에는 이런 가치관의 구조화와, 그것을 끊임없이 현실로 만들려는 노력이 있었다.

그런데 가치관이 행동으로 번역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행동이 반복되고 지속되려면, 가치관이 스며든 구조가 필요하다. SK그룹이 SUPEX(Super Excellent)라는 가치를 캔미팅이라는 회의 구조로 일상화한 것처럼—선언만으로는 부족하고, 그것이 반복적으로 실천되는 프로세스가 있을 때 가치관은 비로소 조직 안에 뿌리를 내린다.

주목할 것은 이 기준들이 고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조직이 성장하고 시대가 바뀌면서 일부 내용은 수정되고 다듬어졌다. 이것은 실패가 아니라 가치관이 조직과 함께 살아있고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인 것이다.

SK의 SKMS 역시 1979년 제정 이후 시대와 환경에 따라 지속적으로 진화해 왔다.

앞서 언급한 우아한형제들의 11가지 방법도 시간을 거치면서 조직의 상황에 맞게 조금씩 수정하며 변화해 왔다. 즉, 가치관은 한 번 선언하면 영원히 유효한 것이 아니다. 조직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반복적으로 묻고, 현실에 맞게 갱신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가치관을 살아있게 만드는 힘이다.


이처럼 가치관은 단순한 선언만으로 조직에 심어지는 것이 아니다. 딜레마 상황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를 결정하고, 그 선택을 구성원 모두가 같은 기준으로 내재화할 수 있도록 만들고, 나아가 그것이 조직의 실제 행동으로 반복되도록 구조화하는 것—이 모든 과정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 가치관이다.

그리고 그 가치관이 오랜 시간 쌓이면, 제도로는 설명되지 않는 행동들이 조직 곳곳에서 나타난다.

어떤 조직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되는지를 살펴보자.


가치관이 내재화된 조직에서 나타나는 현상 - 조직시민행동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동료를 돕고,

자신의 역할을 넘어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굳이 의무가 아니어도 상대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먼저 나눈다.

이는 보상이 있어서도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 조직에서는, 그것이 조직전체를 위하는 자연스러운 선택이라는 습관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가치관이 내재화된다는 것은,

구성원들이 조직의 기준을 외부의 규칙이 아니라 자신의 판단 기준으로 받아들인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해야 한다"가 아니라 "이것이 옳다"라고 느끼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조직이 그 상태에 이르게 되면, 제도가 커버하지 못하는 영역에서도 사람들은 스스로 움직인다. 규정에 없으니까 안 해도 된다가 아니라, 이 조직에서라면 당연히 해야 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조직심리학에서는 이런 행동을 조직시민행동(OCB: Organizational Citizenship Behavior)이라고 부른다. 공식적인 역할 기술서에 없고, 보상 체계에도 연결되지 않지만, 조직 전체를 위해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행동이다. 중요한 것은, 연구들이 일관되게 보여주는 한 가지 사실이다. OCB는 단지 좋은 사람을 채용한다고 생기지 않는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더라도 가치관이 실제로 작동하는 조직에서 나타나는 결과로 봐야 한다. 즉 개인의 성격이나 태도보다, 그 조직의 가치관이 얼마나 구성원에게 내재화되어 있는가가 훨씬 더 결정적이라는 것이기 때문에, 그 조직 안에서는 비교적 유사한 행동들을 취하게 된다.

결국 가치관은 조직에서 메세지를 하더라도 그것을 수용한 구성원들이 무엇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는지를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 그리고 그 "당연함"이 쌓인 조직은, 제도만으로는 만들 수 없는 힘을 갖게 된다.


분명한 기준은 오히려 조직에 더 큰 자유를 준다

윤리와 가치관은 조직 전체에 균질한 일관성을 만드는 기준이 된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고, 지향해야 할 방향이 생긴다. 그런데 바로 그 기준이, 역설적이게도 구성원들에게 더 큰 자유를 준다.

넘지 않아도 될 선이 명확할 때, 사람들은 불필요한 눈치를 보지 않는다.

어디까지 시도해도 되는지를 알기 때문에 오히려 더 과감하게 실험하고, 더 자유롭게 움직인다. 오히려 경계가 모호한 조직에서 구성원들은 늘 조심스럽다. 어디까지가 허용되는지 알 수 없을 때, 가장 안전한 선택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은 이 조직에서 무엇이 허용되고 무엇이 허용되지 않는지를 명확히 알 때, 오히려 더 과감하게 도전하고 실험한다. 울타리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그 안에서 마음껏 기지개를 켤 수 있는 것이다.

짐 콜린스와 제리 포라스가 18개 장수 기업을 6년간 추적한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핵심 이념에 대한 강한 결속이 오히려 구성원들이 더 자유롭게 실험하고 변화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경계가 분명할수록 그 안에서의 창의와 자율이 살아난다.(『Built to Last』, Collins & Porras, 1994)

결국 가치관은 조직을 옥죄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어디서든 일관되게 움직일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된다.

그리고 그 가치관의 실체는 조직이 무엇을 말하는지가 아니라, 선택의 순간에 무엇을 포기할 수 있는지를 통해 비로소 드러난다.


이제, 거버넌스를 이야기할 차례이다


판단과 기준의 일관성이 흔들리는 조직은 구성원들의 생각과 행동을 몰입하게 할 수 없다.

매 순간 변화하는 상황과 맥락을 눈치 봐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가 분산된다. 제도는 바뀌고, 리더도 바뀐다. 하지만 그 변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큰 방향과 기준이 기둥처럼 버텨줄 때, 구성원들은 상황과 맥락을 파악하느라 눈치를 보는 대신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이러한 기준은 대부분의 조직에 암묵적으로 존재한다.

그런데 암묵적인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되고, 상황마다 다르게 적용된다. 따라서 기준들이 명시적으로 구조화되고 규범으로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조직 전체가 같은 기준으로 움직일 수 있다. 제도가 개선되고 리더가 교체되어도 원칙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구성원들은 "이 조직은 이런 선택을 한다"는 패턴을 신뢰하고, 그 안에서 스스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당신의 조직은 어떤가.

우리 조직에는 절대 넘지 않을 선이 있는가. 단기 성과 압박 속에서도 그 선은 실제로 지켜지고 있는가. 우리는 지금 판단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가, 분위기에 밀려서 하고 있는가.


이러한 기준들은 "무엇이 옳은가"를 말해준다.

하지만 정작 조직 운영에서 중요한 의사결정,

즉 "그 옳은 것을 누가, 어떻게 결정하는가"는 기준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기준이 있어도 조직 안에서 실제 결정이 어떤 절차로 내려지고, 누가 책임지며, 어떻게 실행되는가가 구조화되지 않으면, 같은 기준을 두고도 조직은 충돌하거나, 누락과 중복이 일어날 수 있다.

기준이 구조가 될 때, 조직은 비로소 일관되게 움직이고, 조직 본연의 활동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다음 회에서는 바로 그러한 구조—거버넌스를 다룬다.


참조 및 참고자료

피터 드러커 — Primum non nocere Peter Drucker, The Essential Drucker (2001); Management: Tasks, Responsibilities, Practices (1973)

존슨앤드존슨 타이레놀 사건 1982년 타이레놀 리콜 사건 관련 다수 언론 및 기업 사례 보고서; Johnson & Johnson Credo 공식 문서

이나모리 가즈오 — JAL 구조조정 및 소선·대선 이나모리 가즈오 관련 다수 언론 및 매체; 이나모리 가즈오 저서 다수

우아한형제들 —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 우아한형제들 공식 채널; 김봉진 의장 해설 영상 (2022, story.baemin.com)

SK — SKMS / SUPEX / 캔미팅 SK 공식 홈페이지 (sk.co.kr); SKMS 공식 문서

짐 콜린스·제리 포라스 Jim Collins & Jerry Porras, Built to Last: Successful Habits of Visionary Companies (HarperBusiness, 1994) ※ 원문의 장기 성과 데이터를 조직 지속가능성의 맥락으로 해석하여 인용

조직시민행동 (OCB) Dennis Organ, Organizational Citizenship Behavior: The Good Soldier Syndrome (Lexington Books,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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