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Architect #1. 스타트업 대표와 대화①

조직은 1인이 초과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by Serena

사람이 곧 판인 시기가 있다.

대표 포함 다섯 명. 그게 전부인 조직. 한 명이 빠지면 구멍이 나고, 한 명이 흔들리면 분위기가 흔들린다. 이 시기에 사람 문제는 곧 사업 문제다.

한 스타트업 대표를 만났다. 창업 초기 함께했던 사람들이 한 번에 정리됐다.

갈등, 태도, 보상 불만, "왜 여긴 시스템이 없냐"는 말들로 1라운드에 해당하는 시간이 지났다.

다시 혼자서 다시 일으켰고, 최근 CTO가 합류했다.

그는 당분간은 무보수로 일하겠다고 하며 자진해서 합류한 사람이다.


"이 분이 동기부여를 유지하면서 일을 완수할 수 있도록 하려면, 제가 무엇을 해야 할까요?"

대표의 질문은 진심 많은 것이 응축된 질문이었다.

질문 뒤에 더 많은 이야기가 이어졌다.

이전 CTO는 높은 보수에 위로금까지 받고 나갔는데, 그 코드는 결국 앱으로 구현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고.

그리고 이전에는 고생한 직원에게 더 챙겨줬더니, 오히려 더 달라는 요구와 불만이 돌아왔다고 한다.

사람관리가 가장 힘들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질문의 출발점을 조금 다른 곳에 두었다.


조직은 1인이 초과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혼자 일할 때는 구조가 없어도 된다.

모든 판단이 한 사람에게서 나오고, 모든 결과도 한 사람에게 돌아간다.

그런데 창업자인 나 이외에 단 한 명이라도 더 생기는 순간, 그것은 이미 조직이다.

조직이 되는 순간부터 필요한 것이 있다.

작더라도 역할과 책임의 구분. 어디까지 각자가 판단하고, 어디서부터 대표와 상의하는지에 대한 가드레일.

이것이 없으면 자율이 아니라 방임이 된다. 지금은 괜찮아 보여도, 조직이 조금만 커지면 그 부재가 갈등으로 돌아온다.


충성도에만 기대면 안 되는 이유


창업 이전부터 함께한 공동창업자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러나 이미 시작된 이후에 합류한 사람에게 대표와 같은 헌신을 기대하는 것은,

그 기대 자체가 문제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새로 합류한 구성원들 입장에서 대표는 창업자이자 오너다.

아무리 가깝게 일해도, 회사가 잘 되면 대표에게 더 큰 몫이 돌아간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관계나 충성도가 아니라 기대치로 움직인다.

'이게 성공하면 나에게도 의미 있는 보상이 있을 것이다.'

일에 대한 성공과 보람.

그러나 그런 기대들도 스타트업이 스케일업 된 이후 돌아오게 될 보상을 기반으로 존재한다.

그것이 스타트업에 합류한 사람들의 동기부여 핵심이다.

관계와 신뢰는 그 기반 위에서만 작동한다.


보상에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


구성원들이 고생했으니까 비정기적으로 챙겨주는 보상은, 돈을 쓰고도 효과가 없다.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한 번 그 패턴이 형성되면, 그 다음엔 고생을 해도 보상이 없을 때 더 큰 불만이 생기게 된다.

보상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목표를 달성했거나,

결정적 기여를 했거나,

사전에 약속된 조건이 충족됐거나.

그러한 명분이 있을 때 쓰인 돈은 가치를 느끼게 한다.

명분 없이 쓴 돈은 오히려 기대치의 기준선만 올려놓는다.


지금 합류한 CTO에게 필요한 건 약속보다 우선, 대화다


무보수로 일하는 사람에게 지금 당장 줄 수 있는 것이 없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약속이 아니라 대화다.

그 분이 왜 이 시점에 합류했는지. 무엇을 기대하는지.

지분인지, 나중의 보상인지, 아니면 이 일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인지.

당장 답을 줄 수 없어도 괜찮다.

오히려 지금 당장 줄 수 없다는 전제를 솔직하게 깔고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나중에 생길 오해를 가장 효과적으로 막는 방법이다. 비즈니스 방향과 계획을 공유하고, 그 안에서 역할과 처우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함께 그려가는 과정 자체가, 지금 줄 수 있는 가장 진지한 보상이다.


그래서 당장 어떤 사람이 우리와 맞는가?


5인이하, 혹은 정말 적은 소수 인원으로 시작하는 조직에서는 사람 1명이 일당백이 된다.

그 1인 자체가 성공할 요인이 될 수도, 조직전체가 흔들리게 되는 빌런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전문성은 매우 중요하다.

태도가 중요하다고 해서 실력이 없어도 된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스타트업에서의 전문성은 조건이 하나 붙는다.

이 환경에서, 지금 이 단계에서 발휘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경력이어도, 지금 이 조직에서 작동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 전제 안에서 태도가 결정적이 된다.

스타트업에서도 사람 문제처럼 보이는 것들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아주 작은 구조에서부터 출발한다.

작은 규칙과 가드레일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 이 글은 스타트업 대표와 실제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HR Architect의 관점에서 정리했습니다.

특정 인물이나 조직을 지칭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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