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Architect #2. 평가의 본질

평가본질을 파악해야 성장대화가 그 위에서 시작된다.

by Serena

조직에서 평가는 어떤 역할을 할까?

조직이 평가 결과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를 본다면,

평가의 본질은 결국 '판단'이다.

그 속성을 이해해야, 그걸 넘어선 성장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


성과관리와 평가는 하나의 흐름 안에 있다.

더 명확하게는, 평가는 성과관리 전체 흐름 중 하나의 세션이다.

성과관리는 목표를 정렬하고, 실행을 점검하고,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성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흐름의 끝에서 평가가 이루어진다.

평가는 특정 시점에서의 판단이다.

그 결과는 이동과 배치, 보상, 승진 같은 의사결정으로 이어진다.


조직에서 평가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갖는다.

보상과 승진, 선별을 위한 목적(Administrative)과

피드백과 성장, 개발을 위한 목적(Developmental)이다.

이 두 가지는 자연스럽게 함께 이야기되지만, 막상 구성원이 받아들이는 순간 두 메시지는 쉽게 충돌한다.

평가 결과가 좋을 때는 이 두 메시지가 같은 방향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순간, 둘 사이의 간극은 쉽게 드러난다.


그렇다면 구성원은 평가 결과를 '성장'의 기회로 수용하는 것이 가능한가?

실제 현장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이것을 단지 리더의 대화 스킬과 관계만으로 해결하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평가가 보상과 승진, 인사제도와 연결되는 순간,

사람은 그것을 '피드백'이 아니라 '판단'으로 받아들인다.


사실 평가 결과는 이미 하나의 판단이다.

그걸 직시할 때 진짜 대화가 시작된다

'평가 피드백'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그 자리는 무엇을 새롭게 판단하는 과정이 아니다.

이미 내려진 판단을 공유하고 설명하는 과정에 가깝다.

다만 '평가 피드백'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성장' 관점에 초점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판단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리더와 구성원이 조직 안에서 어떻게 성장하고 기여할지를 함께 맞춰가는 대화이기 때문이다.

구성원의 성과와 기여는 결국 조직과 리더의 성과로 이어진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태도나 역량의 문제가 아니라,

그 판단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느냐다.


왜 구성원은 평가에서의 성장 메시지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걸까.

이를 다음의 세 가지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평가에서 말하는 '성장'은 자연인으로서 개인의 성장이 아니다.

평가에서의 성장은 조직 맥락 안에서의 성과 향상과 역할 확장에 가깝다.

개인의 성장과는 결이 다르다.

이 차이를 구분하지 않으면,

평가를 통해 개인의 성장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애초에 대화로 이어지기 어려워진다.


둘째, 같은 '피드백'이라는 말이지만 성과 피드백과 평가 피드백은 완전히 다른 대화다.

성과관리 과정에서의 피드백은 목표를 맞추기 위한 조정에 가깝다.

무엇을 지원하고, 무엇이 부족하며, 어떤 목표 수정이 필요한지를 살피는 데 초점이 있다.

평가 이후의 피드백은 다르다.

다음에 무엇을 기대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요구이자 정렬이다.

그 성과를 조직의 기준으로 해석하고 판단한 이후,

개인이 조직 안에서 어떤 성장을 원하고,

조직과 리더는 개인에게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는지 — 그 눈높이를 서로 맞추는 단계다.


셋째, 평가는 사람을 넘어 조직과 리더(리더십)를 드러낸다.

평가 리뷰와 등급 부여, 조직 간 캘리브레이션을 거치면서, 평가 대상인 인재의 특징뿐 아니라 리더의 기준과 스타일, 조직의 운영 방식까지 함께 드러난다.

리더들은 평가를 하면서 조직의 방향과 자신의 조직 운영 방향을 점검하고,

구성원들의 성과관리 방향에 대해 눈높이를 맞추는 계기를 갖는다.

결국 평가는, 조직이 구성원을 통해 성과를 만들어가기 위해 작동하는 성과관리의 핵심 장치다.

그리고 동시에 조직의 기준과 운영 방식, 사람에 대한 판단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인 것이다.


흔히 평가를 성장의 도구로 봐야 한다고 말하지만,

현장에서 그 말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머리로는 납득하려고 해도 가슴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과 같다.

성과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누가 어떤 기여를 했는지, 그 결과를 조직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이 판단이 먼저 있어야, 그 이후의 성장과 역할이 설계된다.


평가는 판단의 도구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판단 위에서 역할과 기대가 정의되고, 성장이 설계된다.

그 설계가 시작되는 자리가 곧 인재관리의 시작이다.


《덧붙임 글》


2010년 중후반부터 HBR에서는 유독 평가를 부정하는 아티클이 많이 실렸다.

그리고 한때 "평가를 없애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Adobe, Deloitte, GE, Accenture가 실제로 연간 평가를 폐지했다.


그런데 그들은 실제로 판단 자체를 없앤 것은 아니었다.

등급 부여의 강제 분포, 그리고 피드백과 보상을 한 자리에서 처리하던 방식이었다.

대신 성과관리 과정의 상시 피드백과 코칭을 대폭 강화했고, 보상과 승진에 대한 판단은 피드백과 분리해서 운영했다.


구성원 입장에서만 보면 평가 없이 성과관리만 잘 되어도 성장은 가능하다.

다만 조직이 보상과 승진, 이동 결정을 해야 하는 한, 판단의 구조 자체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름과 형태만 바뀔 뿐이다.

결국 "평가를 없애자"는 것은 판단 자체를 없애자는 게 아니라,

판단과 피드백을 뒤섞지 말자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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