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Architect #3.메기가 떠난 자리에 남는것

by Serena

조직이 외부에서 사람을 데려올 때, 그 안에는 두 가지 기대가 동시에 있다.

변화해야 한다는 기대. 그리고 우리가 크게 틀리지 않았다는 확인.

이 두 가지가 공존하는 한, 메기는 처음부터 이중의 시선 앞에 서게 된다.

메기 효과란,
미꾸라지를 잡아먹는 천적인 메기를 수조 안에 함께 넣으면 미꾸라지들이 긴장해서 더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데서 온 표현이다. 조직에서는 긴장감과 자극을 주기 위해 외부에서 영입한 인재를 메기라고 부른다.

나도 그 자리에 있어봤다. 메기로도, 그 반대편에도.

어느 조직에 들어갔을 때, 처음엔 영문을 몰랐다.

열심히 했고, 나름의 방식으로 기여하려 했다.

PPT를 기획할 때 이면지를 4등분해서 연필로 스케치를 먼저 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어느 날 옆자리 동료가 똑같이 하는 걸 봤다.

아무 말도 없었다. 좋은 방법이라는 말도, 따라한다는 말도 없이 그냥 하고 있었다.

관심은 있었다.

관찰도 했고, 밥도 같이 먹었다. 그런데 일 앞에서는 달라졌다.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다.

한참 뒤에야 그 이유를 이해했다.

이미 너무도 친밀하고 충분히 합이 잘 맞는 조직에 메기가 들어온 것이다.

새로운 시각과 변화가 필요해서 채용했지만, 그 일이 기존 구성원들과 무관한 영역도 아니었다.

그러니 불편했을 것이다. 충분한 공감 없이 들어온 메기를 수용할 마음이 생기기 어려웠을 것이다.


메기가 성공하면 자신이 진다고 느끼는 구도.

조직의 문제는 해결되길 바라면서도, 메기가 그걸 해내는 건 원하지 않는 심리.

누군가 의도적으로 그런 마음을 먹은 게 아니다.

메기의 성공이 곧 자신의 패배로 연결되는 구도 안에 놓이면,

누구든 자연스럽게 그렇게 반응한다.

그 구도를 만든 건 그들도 아니고, 메기도 아니다.


메기를 들이기 전에 했어야 할 일이 있었다.

이 사람은 기존 구성원들이 일을 못해서 온 게 아니라,

다른 관점과 스타일이 필요해서 왔다는 맥락을 먼저 만드는 것.

그 다름이 특정 누군가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조직 전체의 학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신호를 심는 것.

그 대화가 메기를 들이는 것보다 먼저였어야 했다.

그 과정 없이 메기를 들이면, 기존 구성원에게는 하나의 신호만 남는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는 것.

그 상심이 깔린 자리에서는 아무리 좋은 의도도,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결말은 대개 두 가지 중 하나다.

메기가 떠나거나, 그들과 동화되거나.

때로는 성과를 내고도 조용히 밀려나는 세 번째 결말도 있다.

동화된 메기는 더 이상 메기가 아니다.

수조 안에 메기가 사라진 것을 조직은 알아채지 못한다.


수용 의지도, 구조도 없었던 조직이라면 — 어느 쪽이든 조직에 남는 건 같다.

'역시 우리가 맞았다'는 확신.

그리고 그 확신은 다음번 변화 시도를 더 단단하게 막는 관성이 된다.

변화를 시도했던 그 경험 자체가, 오히려 조직의 면역력을 한 겹 더 키운 셈이 된다.


메기 효과는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메기를 들이면 자연스럽게 변화가 일어날 거라는 가정 자체가, 조직에도 메기에게도 독이 된다.


그래서 점검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하나. 메기를 들이기 전, 조직 안에 그를 수용할 의지를 충분히 만들었는가.

맥락도 없이 들어온 메기는 학습 자극이 아니라 위협으로 읽힌다.

둘. 메기가 실제로 움직일 수 있는 구조가 있는가.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그가 다른 방식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있어야 한다.

그 다름이 조직 안에서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구조가 먼저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 없이 데려온 메기는 결국 소진된다.

실패하는 건 메기가 아니다.

메기를 수용하지 못한 설계의 실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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