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계를 보지 않는 아침

커피도 시간을 사치스럽게 쓰면 더 맛있다

by Serena

상파울루 7월 중순은 절기상 겨울이다.

우리 가족은 그렇게 한여름 7월의 한국을 떠나, 상파울루에 도착했다.

도착 다음날 아침은 비가 내렸고, 날씨가 늦가을처럼 추워서 긴팔에 니트를 겹쳐 입었다.

한낮은 뜨거웠고, 다시 밤이 되면 추워졌다.

고도 약 800미터에 있는 도시.

서울과 지구 정반대편에 있는 나라. 시차도 정확히 12시간차.

그렇게 맞이한 브라질에서는 아침에 시계를 보며 시간을 재어가며 행동하지 않았다.

느긋하게 조식을 먹고,

무료하게 누워 있다가,

한국 티비가 나오지 않으니 이전에는 단 한번도 켜본적 없는 유투브를 켜거나,

넷플릭스에 드라마 정주행을 달렸다.

이곳은 익숙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포어 말고는 영어도 잘 안통하고,

남편이 치한에 대한 주의를 줬기 때문에 동네 산책은 조심스러워서 잘 다니지 못했다.

아직 한국에서 보낸 이삿짐이 도착하지 않아 책도 없고,

그렇다고 뭔가를 열정적으로 찾아서 하고 싶지도 않았다.

철저하게 이곳에서 나는 비계획적이고 비선형적인 시간을 보내리라 맘먹고 온 터였다.

한동안을 그렇게 보냈다.


한국에서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브라질에 오기로 결정하면서,

나만의 결심이 딱 세 개가 있었다.

첫째, 절대로 아둥바둥 혹은 시간에 쫓겨서 살지 말 것.

둘째, 하고 싶은걸 눈치보지 말고 할 것.

셋째, 외국에 사는 김에 그 나라 언어 배울 것.


오자마자 6개월간, 1번과 2번만큼은 충분히 살았다.

물론 상파울루의 치한이 나를 하고픈대로 하게 하는데 한계를 주었지만..

책도 맘대로 누워서 보다가, 소파에서 보다가..

집 아래 정원에 내려가서 벤치에서 커피와 함께 보기도 한다.


6시반이면 남편과 아이가 일어나서 회사와 학교를 갈 준비를 하고,

문이 닫히고 나면, 온통 나의 시간이다.

아침에 여유있게 원두를 갈아서 핸드드립으로 마시는 커피가.. 이렇게 맛이 좋은 줄 이전엔 몰랐었다.

늘 바쁘게 커피 내리고 마시고 출근하고,

집에서도 늘 바쁘게 커피 마시고 일하고,

목적을 위해 움직이기 전 바삐 마시는 기능성 음료였을 뿐.

커피 향을 내리면서 맡고, 마시면서 맡고, 여운을 느끼며 또 내리고.. 서두를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내가 지금까지도 유지하는 상파울루에서의 아침은 핸드드립 커피로 시간을 사치스럽게 쓰면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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