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특유의 눅진한 공기가 몸도 마음도 한껏 무겁게 짓누른다.
습하고 무거운 공기에 기분도 축축 처지고, 숨쉬는 것 마저 버겁다.
나는 가만히 있고 싶은데 창문 밖 빗방울은 끝도없이 나를 닦달한다.
“오늘은 아무것도 안 했어. 그냥 무기력하게 있었어.”
“장마라서 그래. 공기가 꿉꿉하잖아. 비 오는 날은 원래 다 그런 거야.”
“해야할게 있는데, 머릿속으로만 맴돌고 있어.”
“그거야 비가 와서 그렇지. 비 오는 날은 생각만으로도 충분해.”
“그런데 이 무기력함 나만 심한 거 아닐까?”
“아니야, 다 공평히 눅눅해져. 기분 탓이야.”
“나 이렇게 하루를 그냥 보내도 괜찮은 걸까?”
“비 오는 날은 허무하게 보내도 괜찮아. 어차피 이 모든 건 장마 때문이니까.”
그래, 비가 와서 그런 거야.
내가 그런게 아니야.
이제 다시 숨막히는 공기속으로 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