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주의 맹시

by 익명의 에세이

이따금, 지나간 대화 속에서 나의 상처를 나중에야 눈치챈다.

웃고 있던 얼굴에 일순간 드리워진 그림자나

말끝마다 붙이던 “괜찮아”라는 말의 기이한 반복들.

나는 왜 그때는 아무것도 이상하지 않았을까.


생각보다, 또는 상당 부분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그리고 자신이 보지 않거나 보지 못한 부분은 배제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무언가를 ‘본다는 것’을 너무 맹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무심함’보다 ‘무조건적인 확신’이야말로

본다는 것에 가장 거리가 먼 태도일지도 모른다.


나로 인한 타인의 슬픔도, 내 안의 이상 신호도,

나는 보았으나 동시에 보지 못했다.

내가 겪었고, 눈은 열려 있었고, 장면은 분명히 존재했지만

나는 몰랐다, 무심하고, 안타깝게도.


내 감정을 주의 깊게 관찰하지 않았고, 괜찮은 줄 알았다.

다시 보면 쉽게 알 수 있는 것들인데

다른 더 중요한 것이라고 믿었던 것들에 정신이 팔려

나를 주의 깊게 관찰하지 않았던 시간이 안타깝다.


그러니까,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깊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눈을 떠 보고 있어도

눈이 먼 것처럼 정작 중요한 것은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생각보다,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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