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실재성

by 익명의 에세이

나를 찍은 수십 장의 사진들 중 단 한 장만 엄선하여 카톡 프로필 사진으로 등록한다.

이 과정이 몇 년간 누적되어 가장 단편적이고 이질적인 내 얼굴들이 쌓인다.


사진은 실재의 복제물임과 동시에, 실재를 대체하거나 왜곡한다.

사진은 실재보다 더 실재처럼 느껴지게 한다.

수백 장의 사진 중 엄선된 몇 장의 사진은

‘나’를 구성함과 동시에 실체의 소멸을 의미한다.


차라리 나는 찍히려고 가만히나 있지, 고양이들은 사진 찍혀 줄 마음도 없어서

시도 때도 없이 움직이고, 최고 예쁜 모습을 채 1초도 유지하지 못한다.

괜찮은 고양이 사진을 건지려면 수백 장을 찍어야 딱 한순간만 건진다.

그리고 수백 번의 움직임 중 단 한순간의 모습만 내 인스타그램에 올라갈 자격을 얻는다.


현실보다 더 완벽한 현실로 구성된 일상들.

실제 그 순간이 아닌, 재구성된 이미지.

실체는 점점 흐려지고, 해석만 남은 상태.


‘추억’이라는 나만의 인스타그램도 마찬가지일까?

나쁜 기억들은 지우려 하고,

좋았던 기억들만, 한순간들만 소중히 모아 한 편씩, 한 편씩.

머릿속에서 수많은 감각, 감정, 상황들은 추가와 삭제를 거쳐

그때의 나에게 좋은 쪽으로 재구성되어 돌아온다.

해석되고 편집된 이미지들로 인해

실체가 점점 흐릿해진다. 거짓말 같은 진실만 남아,

추억을 다시 꺼내 볼 때마다 이제는 그 이미지조차 달라진다.

실제와 이미지의 간극에서 오는 아이러니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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