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엔 꼭 카페를 가야 해

by 익명의 에세이

빗소리는 나를 마구 두드리기도, 조용히 토닥이기도 했다.

오늘 여름의 비는 어쩐지 나에게 마음을 천천히 가라앉히는 모습으로,

복잡한 생각들을 천천히 한쪽 방향으로 또르르 흐르게 만들었다.


다정한 토닥임을 받다가도, 토닥임을 멈추자마자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처럼 울다 웃다를 반복하던 나였다.

때로는 솟아나는 감정을 어찌할 바 몰라

글쓰는 것으로, 친구와의 대화로, 가끔은 혼자 흘린 눈물로 희석해내곤 했지만,

어떤 것도 나에게 지속적인 안정감을 주지는 못했다.


그래서 오늘 나를 토닥여주는 여름비는 마침 하루 종일 내릴 예정이라,

어쩌면 최소 하루 동안은 나를 다정히 안아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날엔 집이 아니라, 꼭 카페로 가야 한다.

낯선 사람들의 웅성거림, 커피 머신이 내는 증기 소리, 처음 듣는 음악들.

그 모든 익숙한 낯섦 속에서 나는 아무도 관심 없을 배경처럼 느껴지게 한다.

그제서야 나는 가장 창가에 가까운 자리에 앉아, 떨어지는 비를 조용히 바라본다.


언젠가는 나를 흠뻑 적셔 내 마음을 한껏 짓누르던 비가, 오늘은 어쩐지 유난히도 다정하다.

오늘의 여름비는 마치 내 마음을 다 알기라도 하듯, 필요한 만큼만 두드리고, 꼭 그만큼만 토닥여준다.


그렇게 카페에 앉아, 나는 조용히 비를 바라보았다.

아무 말도 없이.

아무 기대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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