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버릇이 있다.
“그냥…"
주말에 뭐 했냐는 물음에도, 점심에 뭘 먹었냐는 안부에도 나는 무심한 듯 짧게 대답한다.
“그냥 있었어.”
“그냥 먹었어.”
그냥, 특별히 감출 것도 없는데 굳이 풀어내고 싶지도 않은, 그런 주말이었다.
침대 위에서 릴스만 보다가 하루가 다 간 주말일 수도 있고,
그저 배고파서 아무거나 배달 시킨 식사였을 수도 있다.
뭐, 그냥… 그렇게 보냈으니까. 이렇다 할 의미도 없고, 괜스레 무심하게 흘러간 시간들일 뿐이다.
그냥 주말을 보내고 난 다음의 월요일 아침은 늘 권태롭다.
눈을 뜨면 창밖은 이미 환한데, 몸과 정신은 여전히 어둠 속에 남아 있는 듯하다.
일어나기 싫다는 내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우며 ‘일해야 해. 어서 일을 시작해야 해.’ 나 자신을 다그친다.
그렇게 나를 다그쳐 가면서까지 왜 일을 해야 할까 싶다.
그러면 대답은 늘 같다. 사실, 그냥 하는 거지. 사는 게 다 그런 거 아닐까.
이유를 찾으려 할수록 삶은 더욱 고통스러울 뿐이다.
“그냥”이라는 말은 겉보기에 무심하고, 때로는 무책임한 뉘앙스를 풍긴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 "그냥"에는 묘한 따뜻함이 숨어 있다.
“굳이 이유 없어도 괜찮다”라는, 설명할 수는 없지만 마음을 풀어주는 위로 같기도 하다.
숨 막히는 현대 사회는 늘 목적과 이유를 요구한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사회인이라면 수없이도 경험해 보았을 다음과 같은 사회의 요구들 말이다.
'목적과 달성', '마감과 성과', '계획과 기한'. 어른으로서 이겨내야 하는 요구들을
어느 때는 내려놓아도 괜찮지 않을까. 어떤 목적도 계획도 성과도 이유도 없이 그냥.
“그냥 걷고 싶어서 산책했다.”,
“그냥 멍하니 누워 주말을 보냈다.”
이런 순간들은 치열한 내 하루 중에 그리 긴 시간을 차지하지도 않는다.
아이들은 그냥 이유 없이 웃고, 이유 없이 울고, 이유 없이 안기려 한다.
이유를 설명할 수 없기에 오히려 순수하다. 그냥이라는 모호함과 부드러움은 가장 진실된 표현이기도 하다.
이미 어른이 된 우리는 물건 하나를 사는 데에도 이 물건이 정말 필요한지 백 번도 넘게 고민하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에도 수많은 조건과 해석을 붙인다.
생각해보면 나의 많은 순간들이 “그냥”이라는 단어 안에서 설명된다.
그냥 기다리고, 그냥 보고 싶고, 그냥 연락했다. 그냥 웃고, 그냥 눈물이 난다.
그리고 내가 힘들 때 그냥 곁에 있어 준 사람이 가장 따뜻한 위로가 된다.
우리는 언제나 이유를 찾으려 하지만, 이유가 없는 순간이야말로 오히려 더 충만하다.
삶은 언제나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만약 내가 너를 사랑한다면, 나는 너를 그냥 사랑하고 싶다.
아무 이유도, 아무 조건도 없이. 그냥, 너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