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손에 쥐어졌다는 그 사실 자체
멋진 성을 쌓으면 사람들이 구경하러 올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더 높고 화려한 문장의 벽을 세우는 데 집착했습니다. 하지만 성벽이 높아질수록 정작 제가 있는 안쪽은 점점 더 고요하고 외로워지더군요.
관계를 만드는 건 성벽이 아니라 **'낮은 울타리'**였습니다. 까치발을 들면 안쪽이 들여다보이고, 지나가던 이가 슬쩍 손을 흔들 수 있는 정도의 높이.
내가 쓴 글이 대단한 문학적 성취가 아니라, 누군가와 눈을 맞추기 위한 **'작은 창'**이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비로소 사람의 온기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글은 그저 핑계였을지도 모릅니다. "나 여기 살아있어요"라고, "당신은 거기서 어떤 마음으로 숨 쉬고 있나요?"라고 묻고 싶어서 수줍게 내민 손이 바로 나의 글이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부끄럼쟁이라, 먼저 다가온 손을 덥석 잡지 못하고 글 뒤에 숨어 당신의 온기를 가만히 재어보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