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침묵의 심연 속으로
흰 종이 위에 세운 나의 철학은
벼랑 끝 흉포한 본성을
성자인 척 묶어둔 위선의 올가미였다
삶이 야생처럼 본색을 충동질할 때
그 비명을 잠재운 건 명상이 아니라
더 깊은 곳으로 구겨 넣은 비겁한 침묵이었다
인간이라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얼룩과 부끄러운 오류들
완벽이라는 허상을 쫓던 조급함마저
이제는 변명 없이
심연 속으로 기꺼이 매립한다
용서받지 못한 채, 보이지 않게
비워낸 그 자리마다
내가 나를 속였다는 그 감각만이
서늘한 본성처럼, 다시 날카롭게 싹트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