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용광로(The Final Dissection)

깊은 침묵의 심연 속으로

by 무명초

흰 종이 위에 세운 나의 철학은

벼랑 끝 흉포한 본성을

성자인 척 묶어둔 위선의 올가미였다


삶이 야생처럼 본색을 충동질할 때

그 비명을 잠재운 건 명상이 아니라

더 깊은 곳으로 구겨 넣은 비겁한 침묵이었다


인간이라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얼룩과 부끄러운 오류들

완벽이라는 허상을 쫓던 조급함마저


이제는 변명 없이

심연 속으로 기꺼이 매립한다

용서받지 못한 채, 보이지 않게


비워낸 그 자리마다

내가 나를 속였다는 그 감각만이

서늘한 본성처럼, 다시 날카롭게 싹트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