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만큼의 소박하고 게으른 낭만 "노을 바라기"
세상엔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무시무시한 말이 떠돈다. 어떤 분야든 1만 시간을 투자하면 신의 경지에 오른다는 말. 하지만 내 기타 실력을 보고 있노라면 그 법칙은 인류 최대의 가스라이팅이 아닐까 싶다. 솔직히 말해보자. 나는 1만 시간은커녕, 1만 초나 제대로 집중했는지도 의문이다.
나의 기타는 항상 의자 바로 옆,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다. 이 정도면 거의 신체의 일부라고 봐도 무방한 **'60cm'**의 거리다. 하지만 가깝다고 해서 자주 만나는 건 아니다. 기타는 마치 오래된 가구처럼 그 자리에서 나를 지켜볼 뿐, 나는 정말 ‘생각날 때만’ 슬쩍 손을 뻗는다.
기타를 잡으면 대단한 연습을 하는 것도 아니다. 새로운 악보를 펼치고 고통스러운 운지법을 익히는 건 너무 에너지가 많이 든다. 타브 악보를 보며 한두 마디 낑낑대다 보면 금세 피곤해진다. **“역시 예술은 컨디션이야”**라는 비겁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나는 어느새 가장 익숙한 부분으로 돌아가, 할 줄 아는 것만 반복하곤 한다.
발전 없는 무한 반복. 하지만 그 익숙한 선율이 방 안을 채울 때의 평온함은 꽤 달콤하다. 비록 가사 하나 외우는 게 없고 음치라는 옵션까지 달린 나지만, 기타 줄이 내는 그 울림에 몸을 맡기고 있으면 내가 지금 당장이라도 노을 지는 언덕에 서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나의 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 혹은 **‘영구정지형’**이다. 언젠가 입양할지도 모를 강아지 한 마리를 곁에 두고,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곳에서 폼나게 연주하는 그 영화 같은 장면. 현실은 의자 옆에서 먼지만 쌓여가는 기타를 보며 “내일은 진짜 새 노래 연습해야지”라고 다짐하는 게 전부지만 말이다.
매번 기타를 잡을 때마다 느껴지는 그 낯설고 건조한 느낌은, 아마도 내가 기타를 너무 ‘가끔’ 예뻐해 준 탓일 거다. 시간은 흐르고, 실력은 고여있고, 꿈은 저 멀리 노을 뒤로 숨어버렸다.
의자 옆에 기타가 있다는 것, 그리고 가끔씩이나마 그 건조한 나무판때기를 안고 내 마음으로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 그거면 됐다.
나의 버킷리스트는 60cm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나는 나만의 **‘생각날 때만 튕기는 법칙’**으로, 느릿느릿 노을을 향해 걸어갈 뿐이다.
"노을아 살아있니?..."
"솔직히 말하면 진전 없는 연습에 자꾸만 마음을 놓게 된다. 하지만 놓아버리기에 낭만은 너무 달콤하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60cm 옆의 기타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