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낭만
얼굴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그저 곁눈질로 힐끔거리던 시선들. 그 서툰 마음들이 모여 계절을 넘기고 세월이 되었다.
이제는 당신의 이목구비조차 가물가물하여 기억의 도화지 위에 제대로 그려낼 수조차 없건만, 이상하게도 당신을 앓았던 그 시절의 감각만은 여전히 유한(有限)하게, 그러나 끊임없이 내 안을 흘러간다.
사랑했던 대상은 풍화되어 사라졌는데, 사랑했던 기억은 박제되어 남았다.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를 향해 매일 저녁노을의 안부를 묻는 이 지독한 역설.
"기억나지 않는 당신아, 여전히 살아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