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에 남는 멍이 아니라, 영혼에 새겨지는 문신을 위하여"
어린 시절, 우리들의 세계는 단순했다. 그 세계를 지배하는 논리는 '힘'이었고, 그 힘은 대개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형태로 나타났다. 세월이 흐르며 내가 동경하는 '형'과 '누님'들의 모습도 계단처럼 그 층위를 달리해왔다.
그때는 싸움 잘하는 형들이 그렇게 멋져 보였다. 하지만 단순히 덩치가 커서 위협적인 이들이 아니었다. 머리채를 잡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부류와는 결이 달랐다. 공중을 가르는 화려한 돌려차기 한 방. 그 궤적에는 절도와 수련의 흔적이 있었다.
무엇보다 그들이 멋졌던 건, 스스로 그 발차기를 완성하기 위해 넘어지고 깨져본 **'아픔의 맛'**을 아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고통을 통과해 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단단함, 그것이 사춘기 소년의 눈에는 세상에서 가장 큰 권위로 보였다.
성인이 된 세계에서 육체적인 주먹의 힘은 무력해졌다. 그 시절 내가 동경했던 이들은 더 이상 화려한 무술을 구사하는 이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많이 맞아본' 덕분인지, 불필요한 싸움을 우아하게 피해 가는 요령을 터득한 이들이었다.
이들은 때로 불의를 보았을 때 무심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자들이었다. 무모하게 맞서 에너지 낭비를 하기보다, 세상을 향해 유연한 **'뒷차기'**를 날릴 줄 알았다. 자본의 냉혹한 논리나 사회의 부조리 앞에서도 비굴해지지 않고 당당히 제 목소리를 내는 힘, 그리고 복잡한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하는 이성적인 능력. 당시 내가 믿었던 최고의 멋은 단연 **'능력'**이라는 이름의 강함이었다.
하지만 이제야 비로소 깨닫는다. 진짜 무서운 타격감은 발차기가 아니라 문장에서 온다는 것을. 요즘 내 마음을 설레게 하는 건 화려한 액션이 아니라, 묵묵히 책상 앞에 앉아 '글의 힘'을 휘두르는 이들이다. 이는 물리적 타격 범위를 한참 벗어나 세상을 향해 매서운 독설을 날릴 수 있는 멋진 힘이다.
정제된 사유: 휘두르는 주먹은 허공을 가르기도 하지만, 정성껏 고른 단어는 타인의 심장 한복판에 정확히 꽂힌다.
지속되는 영향력: 발차기의 잔상은 금방 사라지지만, 잘 쓰인 글 한 줄은 누군가의 인생을 평생 지배하기도 한다.
고독한 수련: 돌려차기를 연마하던 인내심만큼이나, 하얀 화면 앞에서 자신과 싸우며 문장을 다듬는 고독함이 훨씬 더 깊은 '아픔의 맛'을 담고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어릴 적 동경했던 형의 돌려차기가 몸에 닿는 물리적 충격이었다면, 지금 내가 선망하는 작가들의 글은 영혼에 남는 문신과 같다. 세상을 향해 주먹 대신 펜을 쥐고, 거친 함성 대신 고요한 문장으로 세상을 흔드는 사람들.
나 또한 이제 그 대열에 합류하고 싶다. 누군가의 가슴에 일시적인 멍 자국 대신 평생 지워지지 않을 깊은 영감을 남길 수 있는, 그런 **'글의 힘'**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