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다 티가 난다.
누군가 그랬다. 글을 읽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의 생각을 읽는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싶다. 글을 읽는 것은 그 사람의 **'체취'**를 맡는 일이다.
문장에는 묘한 기운이 배어 있다. 아무리 화려한 수식어로 분칠을 하고, 고상한 단어의 향수를 뿌려대도 소용없다. 행간의 틈새로 비집고 나오는 그 사람만의 고유한 냄새, 그것만큼은 도저히 속일 수가 없는 법이다.
치열하게 삶을 들이받아 본 사람의 글에서는 땀내 섞인 쇠비린내가 진동하고, 누군가를 지독하게 사랑해 본 사람의 문장에서는 해 질 녘 마른 풀꽃 향기가 감돈다. 반대로, 속은 텅 빈 채 겉멋만 든 글에서는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한 가벼운 종이 냄새만 공허하게 떠다닌다.
글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라 하지만, 사실은 그 사람의 삶을 절여낸 **'육수'**와 같다. 갓 뽑아낸 문장이라 해도 그 안에는 수년간 묵혀온 작가의 습관, 비겁함, 혹은 숭고한 용기가 진하게 우러나 있다. 독자는 눈으로 텍스트를 읽는 것 같지만, 사실은 본능적인 감각으로 그 진실의 농도를 가늠한다. 그래서 글을 쓰는 일은 무섭고도 정직한 일이다. 종이 위에 나를 발가벗겨 놓는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다 티가 난다. 내가 오늘 쓴 이 문장이 누군가의 영혼에 문신처럼 새겨질 진심인지, 아니면 그저 공중으로 스러져갈 헛기침인지.
나의 문장에서 비린내가 난다면, 그건 내가 날것의 삶을 길어 올렸기 때문일 것이다.
"당신의 글에서는 지금, 어떤 숨결이 느껴지고 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