솥단지 토론회: 지식 광인들의 습격
가가멜(정영진):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솥에 불을 지피며) "자, 오늘은 특별히 '사랑'에 대해 토론해 봅시다. 대답 못 하면 온도를 10도 더 올리고 여기로 들어가시는 겁니다. 먼저 김응빈 교수님, 사랑이 뭡니까?"
김응빈: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아내 사진을 보며) "사랑은... 우리 장 속의 미생물들이 일제히 춤을 추는 것과 같죠. 마치 제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 제 대장균들이 느꼈던 그 전율..."
가가멜: "아, 됐고요! 너무 느끼해요! (옆을 보며) 갈로아 작가님, 왜 자꾸 박수를 치세요?"
갈로아: (맑은 눈으로 박수를 치며) "방금 솥 밑으로 타 들어가는 귀또라미의 비명 소리를 들었어요. 너무 아름다운 진동음 아닌가요? 박제하고 싶다... 짝짝짝!"
가가멜: "....;"
이정모: (솥 뒤에서 멍하니 앉아 있음) "......"
가가멜: "이정모 관장님! 뭐라도 말씀 좀 해보세요! 원시시대 돌이 되신 거예요?"
이정모: (꾸밈없이 자연스러운 외모의 원시인 포즈) "아니... 그냥 이 솥의 열기를 느끼니 6,600만 년 전 운석 충돌 당시의 뜨거움이 비주얼적으로 재현되는 것 같아서..."
지웅배: (천장을 보며) "여러분, 사실 이 솥도 우주의 먼지에 불과해요. 저는 지금 이 연기를 타고 안드로메다 성운까지 날아가는 상상을 하고 있습니다. 우주먼지가 되려고요."
김범준: (가장 뜨거운 곳에 앉아 빵을 뜯으며) "정 MC, 불이 너무 약해요.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엔트로피는 증가해야 하는데, 내 빵이 아직 덜 데워졌다고. 물리학적으로 이 솥은 효율이 빵점이야."
가가멜: (경악하며) "아니, 지금 사람이 볶이게 생겼는데 한 명은 대장균 타령, 한 명은 귀또라미 비명에 박수나 치고 있고... 심지어 여기 불 약하다고 화내는 물리학자까지...! 우주가 문제가 아니라 내 이마에서 지금 연기가 난다고요!"
김범준: (진지하게 빵 단면을 살피며) "정 MC, 진짜 이 효율로는 우주 종말 때까지 구워도 겉바속촉은 무리예요. 열역학 공부 다시 하고 오세요."
가가멜: (자기 뒷목을 꽉 잡으며 주저앉는다) "으윽...! 과학자 놈들은 고문도 안 돼! 이 지식 광인들아! 니들끼리 다 해 먹어! 나 안 해!!!"
(정영진, 결국 솥뚜껑을 내팽개치고 스튜디오 밖으로 도망친다.)
(도망치려다 제작진에게 붙잡혀 다시 앉혀진 가가멜)
가가멜: "좋아... 끝을 봅시다. 여기 뇌과학자랑 화학자도 모셨어. 당신들은 좀 다르겠지! 자, 지금 뜨거워 죽겠는데 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납니까?"
정재승: (안경을 고쳐 쓰며 부드럽게 웃는다) "정 MC님, 흥미로운 질문이에요. 지금 가가멜 씨의 편도체는 공포로 인해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저희는 달라요. 도파민 수치가 폭발하고 있거든요. '죽음 직전의 호기심'이랄까? 아, 지금 제 전두엽이 솥의 온도를 측정하느라 아주 활발하게 가동 중입니다. 뇌가 섹시해지는 기분인데요?"
가가멜: "뇌가 섹시해지는 게 아니라 익는 거라고요! (옆의 곽재식을 보며) 곽 작가님! 괴물 전문가시잖아요! 이 상황 좀 어떻게 해봐요!"
곽재식: (특유의 빠른 말투로 눈을 반짝이며) "아유, 가가멜 씨. 괴물이 문제가 아니에요. 지금 이 솥 바닥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보세요! 무쇠 솥의 철(Fe) 이온이 가열되면서 미세하게 용출되고 있는데, 이게 우리 몸속의 단백질과 만나면 어떤 풍미를 낼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마치 전설 속의 '철을 먹는 불가살이'가 된 기분이랄까? 아, 그리고 이 연기! 이건 단순한 연기가 아니라 유기 화합물의 대향연입니다!"
가가멜: (실성한 듯 웃으며) "풍미...? 대향연...?"
이정모: "곽 작가, 방금 '불가살이'라고 했나? 공룡 멸종 때도 그런 전설적인 생존 본능이 있었지..."
김범준: "이보세요, 곽 작가님. 아까 말한 철 이온의 비열(c)이 얼마였죠? 빵 데우는 속도 계산 좀 해보게."
갈로아: "여러분! 뜨거워진 솥 벽에 붙어있던 바퀴벌레가 열팽창으로 인해 평소보다 1.2배 커졌어요! 와, 이건 신종 발견급인데요? 박제! 박제해야 해!"
가가멜: (결국 자기 머리를 솥벽에 박으며) "제발... 제발 그만해... 차라리 나를 죽여줘... 과학 없는 저승으로 보내달라고!!!"
정재승: "아, 저승에 대한 뇌과학적 해석을 원하시나요? 죽기 직전 뇌에서 분비되는 엔도르핀의 환각 효과에 대해..."
강신주: (깊은 한숨을 쉬며 가가멜의 눈을 응시한다) "가가멜 씨, 지금 뜨겁다고 느끼는 그 '고통', 그게 바로 당신이 살아있다는 증거이자 단독자로서의 실존입니다. 왜 피하려 하죠? 솥의 열기와 맞짱 뜨세요! 뜨거움과 하나가 될 때, 당신은 비로소 가가멜이라는 굴레를 벗어던지고 자유로운 단독자가 되는 겁니다."
가가멜: "아니, 직면하면 죽는다니까요?! 지금 '실존'이 아니라 '실신'하게 생겼다고!"
우석훈: (수첩을 꺼내 복잡한 수식을 적으며) "정 MC님, 감정적으로 대응할 때가 아닙니다. 지금 이 솥의 온도를 10도 올리는 데 드는 장작 값과, 우리가 여기서 타 죽었을 때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 비용을 계산해 봤거든요? 결론은 이 고문의 '가성비'가 최악이라는 겁니다. 차라리 우리를 굽지 말고 붕어빵을 구워 파는 게 기회비용 측면에서 훨씬 이득이에요."
가가멜: "지금 내 목숨값이 붕어빵보다 못하다는 거예요?!"
곽재식: "맞아요! 붕어빵은 마이야르 반응이라도 나지, 가가멜 씨 이마 타는 냄새는 그냥 단백질 변성 냄새뿐이라 화학적으로 매력이 없어요."
김범준: "우 작가님, 붕어빵을 구우려면 열전달 계수를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이 솥은 효율 빵점이라 겉만 다 타버려요!"
지웅배: "결국 붕어빵도, 가가멜 씨도 다 우주의 먼지로 돌아가는 과정일 뿐입니다."
갈로아: "잠깐! 붕어빵 팥 앙금에서 초파리 유충이 발견될 확률이...! 박제! 박제!"
강신주: "거 봐요! 고통을 피하려니 붕어빵 소리나 듣는 겁니다! 그냥 뜨겁다고 소리 지르세요! 그게 당신의 욕망입니다!"
가가멜: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솥 안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간다) "... 그래... 차라리 너희랑 토론하느니 익는 게 낫겠다... 얘들아, 불 좀 더 때라... 엔트로피 좀 팍팍 높여줘... 실존적으로다가 겉바속촉하게 구워줘..."
(정영진, 해탈한 표정으로 솥뚜껑을 스스로 닫으며 엔딩)